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버스를 운전한지도 이제 햇수로 6년이 되었네요. 운전경력 6년이면 이제 어느 정도 숙련된 운전자라 할 수 있지요. 어느 정도 숙련되었다고는 하나 도로 위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숙한 운전자들
도로 위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위협입니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이 미숙한 운전자라 함은 운전경력이 일천한 운전자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운전경력이 짧으면 짧을수록 운전을 겸손하게 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간혹 운전경력이 조금 붙으면서 정해진 룰이 아니라, 자신만의 룰에 의한 운전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운전자를 미숙한 운전자라 부릅니다. 정말 어떻게 면허를 땄을까 의문이 드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주행 중에 U턴을 하면서 뒤에서 오는 버스를, 승용차도 아닌 대형버스를 못 본 채 급격히 턴을 시도한다던가, 사거리에서 비보호 우회전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고려하지 않고 노란 불에 직진을, 심지어는 빨간 불이 되었는데도 직진을 감행하는 상대방의 차량들, 일명 칼치기로 버스 앞으로 뛰어드는 차선변경 차량들, 일단 멈춤(Compulsory Stop Sign)선에 멈추지 않고 진입하는 차량 등등. ‘미숙한’운전자에 의한 위협이 항상 존재합니다.
허걱!
간혹 안전을 위협하는 승객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운행 중에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길을 묻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운전자를 신경 쓰이게 하는 행동을 끊임없이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운전석 바로 옆이나 뒷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전화통화를 한다던가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간혹 안전운행을 위협하기도 한답니다. 또한 대낮부터 술에 취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안전운행이 힘듭니다.
날씨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제가 일하는 곳, 크라이스트처치의 여름도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처음 온 16년 전만 해도 여름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만 최근 몇 년간은 30도를 넘어서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시내버스 상당수는 그렇게 덥지 않던 시절 수입된 차량들이라 에어컨이 없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를 운행하는데 기온이 30도를 넘어서게 되면 아무래도 운전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지요.
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 추위야 옷을 더 입으면 된다지만 히터가 잘 작동하지 않는 버스를 운행할 때는 곳곳의 빈틈으로 들어오는 칼 바람에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추운 날은 도로 면에 있을지도 모를 블랙아이스도 조심해야 하므로 추운 겨울날 한적한 도로를 운전할 때에는 아무래도 긴장이 되는 편이지요.
비 오는 날도 운전이 어렵기는 한데, 그래도 크라이스트처치의 비는 폭우보다는 가랑비 수준의 비가 더 많이 오기 때문에 여름엔 오히려 비 오는 날이 화창한 날보다 더 반갑기도 하답니다.
냄새
운전 중에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많이들 물으십니다. 다른 건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일하는 내내 저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냄새입니다.
운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다른 건 무던해도 유독 후각이 민감한 저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이 냄새입니다.
냄새 중에서 으뜸은 ‘체취’입니다. 이건 피해갈 방도가 없습니다.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를 어떻게 하겠습니까?(그들에게도 제 마늘냄새(?)가 날 테니 뭐라 할 수 없습니다만…)
어느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 몸에서 나는 특유의 그 강한 체취가 한국인에게서는 극히 드물게 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체취에 더욱 민감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체취는 본인이 조심한다 해도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해당 승객이 내릴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사람 몸에서 나는 특유의 체취도 힘들지만 이를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안 씻어서 나는 악취입니다. 이런 불쾌한 냄새들을 가리기 위해 방향제(데오드란트, 안티오도르) 같은 것들을 휴대하며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간혹 좁은 버스 안에서 방향스프레이를 자신의 몸에 뿌리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 안에서 인공적인 스프레이는 호흡에 지장을 줄 수도 있어서 이 또한 버스 기사에겐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향수 또한 방향제와 같은 효과를 내는데요, 사실 향수는 은은한 향으로 혹여 내 몸에서 날 수도 있는 악취들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좋은 도구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것도 과하면 정말 힘듭니다.
음식 냄새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음식을 들고 타는 승객은 그 음식을 사랑하겠지만 그 음식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텐데 굳이 냄새가 강한 음식들을 들고 타는 이들이 있습니다.
한번은 낚시를 마친 아시아계 노부부가 탑승했는데 버스에 오르기도 전에 생선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선은 가지고 타시면 안 된다’했더니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하며 무작정 올라타 자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그들을 애타게 부르고 말을 해도 마치 아무 소리도 못 듣는 양 미동도 않으시더군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외에도 마치 조금 전까지도 술을 마신 듯한 알코올에 찌든 냄새 (이런 향을 풍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소주 향이 나는 향수가 있나’ 생각해 본 적도 있네요.),
담배냄새(버스를 기다리며 한 대 피우신 분들은 아쉬운 듯 마지막 한 모금을 진하게 빨아 들이곤 버스에 올라 기사 앞에서 요금을 내면서 이를 내쉽니다. 왜 이러시죠? 비흡연자는 힘듭니다.) 등도 꽤나 자주 운전자를 힘들게 합니다. 때문에 이 또한 안전을 위협하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글을 쓰다 보니 어째 좀 비관적이고 부정적이네요.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자면 끝없는 불만과 어려움이 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꾸면 이 또한 재미있더라구요.
안전의 위협을 느낄 때도 있지만 5년 가까이 일하면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으며 보호하심이었습니다.
하루 200여 킬로미터, 일주일에 1천여 킬로미터, 연간 4만 킬로미터, 5년간 20만 킬로미터를 달려왔지만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으니까요.
고통을 느낄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웃으면 좀 나아지지 않으시던가요? 저는 그렇던데요. 국방부 속담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혹 여러분에게 견디기 힘든 일, 어려운 순간이 있나요?
감히 권면 드리자면 함께 크게 한번 웃어보자구요.
하하하!
잠시 후엔 아버지께서 주시는 평안을 함께 느끼게 되어 진짜 그 상황을 이겨내고 마침내 모든 일을 즐기게 되리라 믿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