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내가 파충류를 키운다고 했을 때 10명중 8명의 반응은‘파충류?! 징그러워! 이다. 나머지 2명은 그냥 신기해하고 마는 사람들이다. 이런 파충류를 왜 키우고, 어쩌다 수많은 파충류들을 키우는 한 사람이 되었는지를 차차 풀어보겠다.
파충류를 키우게 된 계기, 키우며 느끼는 점
도착한 날이 기억도 안 나는, 그냥 추웠던 한국 겨울 땅에 가서 혼자 살면서 일하고, 집안일도 혼자 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득 심심함이 느껴진 그때가 시작이었다.
나는 풀 타임으로 일을 했었기에 강아지같이 외로움 타는 동물들은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곳 저곳, 인터넷을 서핑 해보다 눈에 들어온 게 파충류. 원래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 수의사였기에, 나는 모든 동물들을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파충류가 눈에 들어오고, 난 그 즉시 아무것도 모른 체 이색동물 숍을 찾아갔다. 여러 군데를 검색하다 결국은 가장 가까운 상점을 찾아가 보게 되었다. 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못하는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난생 처음 보는 파충류, 양서류부터 절지류까지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다. 나중에 글을 써 볼 테지만 도마뱀, 거대한 뱀, 곤충들부터 수많은 양서류들까지. 거기서 몇 십분 동안 직원을 잡고 괴롭히며 얻어낸 정보로 난생 첫 뱀을 받아 오게 되었다.
버스로 30분정도 달리고 집에 부랴부랴 도착해서 뱀이 추울까 사육장을 부리나케 셋팅 해주고, 전기장판을 깔아주고 나서야 한숨 돌리며 지켜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일어난 즉시, 자기 전에도 항상 상태를 확인하며 흐뭇해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를 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나의 여정은 정말 가늘고 실 같은 뱀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알아 볼 정도의 이름과 규모를 이루게 되었다.
원래 뱀을 브리딩 하려다가 뱀들과 살짝 맞지 않는 거 같아 키우던 8마리를 다 보내고 현재는 약 80마리 정도의 도마뱀들을 키우고 있다. 올해 기대하는 알들은 약 오백 개다.
마침 시즌이 시작해서 약 이백 개의 알이 부화를 대기 중이므로 참 기대되는 한 해의 시작을 알려주는 이 시간이 항상 행복하다.
파충류를 키우고 돌보다 보면 항상 보던 일반 반려동물들과 다른 게 느껴진다. 주인을 인식하는지 못하는지 궁금하게 하는 것들도 많고, 우스꽝스럽게 지내는 것들도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확연한 차이 때문에 그들의 눈을 보거나, 색감을 볼 때 마다 매번 경이롭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내가 파충류 키우는걸 그만 두지 못한다.
한국에 있는 파충류 브리더라면 다 아는 얘기, “안 키우는 사람들은 많아도 한 마리, 한종만 키우는 사람들은 정말 드물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한번 빠져들면 멈추지 못할 정도로 더 예뻐 보이고 더 데려 오고 싶은 욕구가 커질 것이다.
파충류가 정말 혐오스러워 해야 할 생명체인가
뱀이 사람을 무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밥이나 물 급여가 잘못되면 바로 죽는 게 뱀들이다, 키워보면서 얼마나 나약한 생명체인지 알아가며 항상 느끼는 감정이 있다.
귀엽다. 항상 뱀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나를 어떤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이다. 하지만, 키워보거나 경험해 보지 않고 무작정 싫어하기보다는 꼭 체험해보고 그 다음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이야기는 내가 전문적, 위주로 키우는 것들을 소개하고, 한국에서 인기 많은 주류들을 차차 설명할 예정이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씩 내 글을 읽는 것 만으로 충분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