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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째 주 찬송/11월 둘째 주 찬송

11월 첫째 주 찬송/1장(통합1장) 만복의 근원 하나님
프랑스에서 종교개혁을 이끌던 칼뱅은 로마카톨릭의 박해로 인해 중립국인 스위스로 망명하게 되면서 제네바를 중심으로 활발한 개혁운동을 폈습니다.

루터가 카톨릭교회의 전통을 보존해 가면서 개혁신학에 맞게 수정을 한 데 비해, 칼뱅과 츠빙글리는 개혁과 이상을 원시교회에서 그 모델을 찾았기 때문에 카톨릭의 전통과 유산을 거의 타파하지요.

그래서 성당에 설치된 성물(聖物)들이나 고귀한 조각품들은 우상숭배라는 명목으로 모두 부숴 없애버리고, 오르간마저도 부수는 등 교회음악 역시 사그리 없애버렸습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루터는 성경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개혁했고, 칼뱅은 하라는 것 외에는 다 없애 버렸다고요.
어쨌거나 칼뱅이 이끄는 개혁교회는 얼마동안 찬송 없는 삭막한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고안해 낸 것이 시편가(詩篇歌, Psalter)인데요, 칼뱅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모든 창작된 찬송은 이단교설(異端敎說)이 끼어들기 쉽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성경에 있는 노래, 즉 시편이나 송가(頌歌, canticle)만을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 할지라도 감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 불렸던 아름다운 다성음악(多聲音樂)이나 악기 사용도 못하게 하고, 시편가를 유니슨(unison)으로만 부르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원래 칼뱅이 고안해낸 운율 시편가가 당시의 세속유행가인 트루베레(Trouvere)나 트루바돌(Troubadour) 같은 음유 시(吟遊 詩)의 리듬을 닮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또한 루터의 코랄의 생성과정과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 왕인 프란시스 1세(Francis I)의 궁정시인인 마로(Clement Marot, 1497-1544)가 왕실에 있으면서 여러 시편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운율 시로 만들어 부르곤 했는데 이를 입수한 칼뱅이 자신의 시편과 함께 ‘스트라스부르크 시편가’(Srasbourg Psalter, 1539)를 출판하였습니다.

때마침 마로 역시 가톨릭 지도자들의 반대로 인해 제네바로 망명하여 칼뱅과 만나 동반자가 되고, 그와 함께 시편가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개혁교회의 새 노래인 시편가는 영국에도 알려져 영국의 통속적인 노래 운율인 8.6.8.6.의 발라드(Ballad) 운율로 된 영어 운율 시편가도 생겨났는데, 영국에서도 메리 여왕(Mary Tudor)의 핍박을 피해 제네바로 간 영국 개신교도들이 낙스(John Knox)목사와 함께 교회를 세우고 이곳에서 시편가를 부른 것이지요.

또 낙스 목사는 다시 스코틀랜드에 돌아가 그 곳에서 ‘스코틀랜드 시편가’(Scottish Psalter, 1561)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 나의 목자 되시니’(통437장)는 이 때 만들어진 8.6.8.6.의 시편가입니다.

찬송 ‘만 복의 근원 하나님’은 당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인 브르즈와(Bourgeois, c.1510-c.1561)의 곡에 붙였던 제네바 시편가(Genevan Psalter, 1551)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원래 이 노래 가사는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운 찬송을 부를지어다.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 그의 앞에 나아갈 지어다”(All people that on earth do dwell)로 되어있는 흠정역(欽定譯, King James Version) 시편 100편이라는 뜻의 곡명 OLD HUNDREDTH 라고 되어있습니다.

우리 찬송의 가사는 시편 100편을 노래한 영국운율 시편가가 아니고, 켄(Thomas Ken, 1637-1711)목사의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성공회 찬송엔 ‘온 천하의 만국 백성’(성 219장)으로 원문 번역 찬송이 수록되어 있죠.

켄목사는 영국 허트포드셔(Hertfordshire)의 버크함스테드(Berkhampstead) 태생으로 윈체스터(Winchester)학교, 허트포드(Hurtford)대학, 옥스퍼드(Oxford)에서 공부하고 바트(Bath)와 웰스(Wells)의 감독이 된 분입니다.

제임스 2세(James II)가 개신교의 자유를 선포했을 때 서명을 거부하여‘런던탑’에 투옥된 일곱 감독 중에 한 분이지요. 이 찬송은 헌금을 봉헌할 때 회중들이 부르는 송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11월 둘째 주 찬송/437장(통합) 주 나의 목자 되시니
작사자를 표시하는 왼쪽 위에 보면‘스코틀랜드 시편가’(Scottish Psalter), 1650이라고 쓰여 있지요?

‘스코틀랜드 시편가’란 1650년도에 출판된 시편가집 이름인데요, 작사자인 루스(Francis Rous, 1579-1659)가 편집한 시편가(The Psalms of David in Meter)에 이 찬송이 수록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책은 당시 가장 우수한 영어 시편가를 모아 놓았다고 하여 ‘시편가의 왕자’라고까지 불리지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낙스의 지도하에 시편가를 만들어 사용 했는데, ‘스코틀랜드 시편가’는 이 책 이외에도 그 이전에 낙스가 편집한 1559년도 판도 있고, 1561년, 1615년도 판 등이 있습니다.

루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한 때 웨스트민스터 의원직을 맡기도 했으며, 히브리어 연구와 더불어 앞서 설명했듯이 시편 번역에 많은 공적을 남겼습니다.

‘주 나의 목자 되시니’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다윗이 지은 시편 23편을 5절로 나누어 1절은 시편 23;1-2, 2절은 23;3, 3절은 23;4, 4절은 23;5, 5절은 23;6을 각각 8.6.8.6.의 운율로 만든 것입니다.

곡명 BELMONT는 사업가이며 음악가인 가디너(William Gardiner, 1770-1853)의 작품입니다. 그는 작곡뿐만 아니라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고전파 작곡가들의 곡들을 편곡하여 찬송가로 만드는 등 ‘성가 곡’을 편찬하기도 하고, 음향학 관계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지요. 이 찬송은 1815년에 그가 편찬한‘성가 곡’(Sacred Melodies)에 실린 찬송입니다.

원래 초기 영국이나 스코틀랜드의 시편가의 곡조에 비한다면 매우 발전된 찬송이지요. 초기의 영어 운율 시편가는 매우 단순해서 가사 한 음절에 음표 한 음씩 붙여진 음절식(音節式, Syllabic Style)으로만 만들어졌습니다.

18C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런 시편가의 단조로움을 깨고 리듬을 변화시키고, 곡조에 장식음을 넣는다든지 풍부한 화성을 붙여 음악적인 변화를 준다든지 해서 발전된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찬송이 퍽 시일이 지난 19C 찬송이긴 해도 ‘부족-함’, ‘없-어라’, ‘물-가’, ‘인-도’, ‘하-신다’ 같이 한 음절의 가사에 두 음씩 붙이는 네우마식(Neuma 式)으로 리듬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ABAC의 2부분형식으로 된 이 멜로디는 마치 하나님의 은혜가 하늘에서부터 낮은 우리에게 내려오는 듯 시종 하행(下行)하고 있는데요, 특히 4절의 “내 머리에 부은 기름 넘치는…”에선 그야말로 흘러내리는 듯 실감이 나고, 2절의 “메마른 영에 힘 솟아” 에서 옥타브인 8도도약(跳躍)하는 것이 영혼이 소생하여 분출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찬송은 멜로디가 너무도 아름다워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성가대용 앤덤(Anthem)으로도 만들어져 예배 때에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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