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건강한 관계와 건강한 감정

1912년 4월 10일, 영국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향해 가던 한 여객선이 4일 째 되는 날 대서양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이 배는 당시에 ‘절대 침몰하지 않는 배’라는 별명을 가진 타이타닉 호였다. 타이타닉 호를 가라앉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빙산이었다. 당시에 타이타닉 호는 항해 도중 다른 선박들로부터 빙산을 조심하라는 무전을 많이 받았지만, 그걸 무시한 결과 비극을 맞이하고 말았다.

바다를 떠도는 빙산이 왜 위험한가? 그것은 사람들이 빙산의 일각만 보고 빙산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빙산 중에 바다 위로 나와 있는 부분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바다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데, 이것을 무시할 때 배가 좌초되고 마는 것이다.

신앙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 빙산과 같다. 우리가 흔히 신앙을 말할 때, 겉으로 드러난 것들을 가지고 판단할 때가 많다. 가령, 성경을 많이 안다거나, 예배와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한다거나, 타인에게 늘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거나 하면 보통 신앙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 이런 외적인 것들만 가지고는 신앙과 영성을 온전히 가늠할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게 신앙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앙과 영성은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차원들을 포함한다. 마치 빙산의 일각이 빙산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신앙의 외적인 부분이 신앙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빙산의 가려진 부분이 더 중요하듯 우리의 신앙과 영성도 보이지 않는 차원들이 더 중요하다.

한나 이야기 (사무엘상 1:1-18)
신앙과 영성에서 보이지 않는 차원이 보다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이야기이다. 한나는 원래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였고, 그로 인해 많은 괴로움을 겪었던 사람이다.

한나는 성전에 올라가서 통곡으로 문제를 놓고 기도하고 하나님께 서원을 하였다. 어찌나 간절히 기도했든지 그걸 본 제사장 엘리는 술에 취한 것으로 여기고 그녀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건 엘리가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 것이다. 한나는 술에 취한 게 아니라 그 정도로 간절히 하나님께 자기의 심정을 통한 것이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교훈이 있다. 바로 겉으로 드러난 것만 가지고는 결코 신앙과 영성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남들 눈에 비춰진 모습만 가지고 어떻게 한나의 깊은 영성을 판단하겠으며, 어떻게 그녀가 겪었던 숱한 괴로움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분명한 사실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깊은 차원이 우리 신앙과 영성에 있다는 것이다. 엘리가 한나를 주목했던 외적인 모습이 빙산의 일각이라면 한나의 참된 신앙은 보이지는 않지만 더 깊은 차원의 영성이었다.

하나님의 형상(자아)을 구성하는 5가지 요소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회”의 저자인 피터 스카지로 목사에 의하면, 하나님은 그분의 형상에 따라 우리를 온전한 인간으로 창조하셨다. 우리의 자아이기도 한 하나님의 형상은 육체적, 영적, 감정적, 지성적, 사회적 차원이 모두 포함한다.

자아를 구성하는 이들 요소들이 균형 있게 자라고 발전할 때, 전인적인 신앙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런 전인적인 성장과 성숙을 보여주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 (누가복음 2:52)

건강한 영성을 위해 건강한 관계성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형상을 구성하는 이 요소들 중에서 하나라도 무시하면, 하나님과 이웃과 자신과의 관계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한다. 앞서 살펴 보았던 한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한 여인이었지만, 감정적인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즉, 한나는 그녀의 결혼 생활에서 심각한 불행을 경험했는데, 그것은 남편의 다른 아내인 브닌나와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었다.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브닌나는 자식을 갖지 못하는 한나의 약점을 이용해서 그녀를 괴롭히고 업신여겼다.

한나에게 있어서 이‘관계의 고통’은 매우 심각한 것이었고, 그녀로 하여금 건강한 영성과 신앙을 갖지 못하게 하는 큰 장애물이었다.

이런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하나님이나 성경을 잘 몰라서, 우리 몸을 거룩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또는 경건생활을 잘 못해서 괴로워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신앙생활 생활하면서 괴로워하는 거의 모든 경우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쉽게 말해, 교회를 나오다가 안 나오는 이유의 대부분은 교회의 ‘아무개’ 때문이다. 그 아무개는 누구인가? 바로 한나가 맞이했던 브닌나이다. 즉,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 나와 갈등을 겪고 관계의 고통을 주고받는 브닌나들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영성을 소유하기 위해서, 내게 주어진‘브닌나’들과의 관계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건강한 영성을 위해 건강한 감정이 중요하다
한나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건강한 신앙과 영성을 위해서 건강한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식을 갖지 못해 브닌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던 한나는 또 다른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했는데, 바로 감정의 위기였다.

한나는 브닌나로부터 모욕과 조롱을 당할 때마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음식을 거부할 정도로 감정이 상했던 사람이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그녀를 위로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무엘상 1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나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사무엘상 저자는 한나가 겪었던 감정의 어려움을 매우 세심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가령, “브닌나가 그를 심히 격분하게 하여 괴롭게 하더라”(6절), “브닌나가 그를 격분시키므로 그가 울고 먹지 아니하니”(7절),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10절),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내 심정을 통한 것 뿐이오니”(15절), “나의 원통함과 격분됨이 많기 때문이니이다”(16절)가 그것이다.

사무엘서 저자가 한나의 감정에 대해서 이렇게나 자세하게 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나가 하나님을 믿는 경건한 여인이었음에도 실상은 그녀의 신앙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는데, 그것은 감정으로 인한 위기였다는 것이다.

우리 자아에 있어서 감정적 차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 신앙과 영성에 장애와 위기를 초래한다. 쉬운 예로, 교회에서 아무리 목사의 설교가 좋아도 감정이 틀어지면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선교회에서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감정이 상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사한 것은, 한나는 그의 영성에서 사회적으로, 감정적으로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것을 매우 효과적이고 바람직하게 해결하였다. 그녀가 이 위기를 벗어난 모습은 오늘날 관계와 감정의 상처들로 인해 신앙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에게 놀라운 통찰을 주고 있다.

우리는 한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건강한 관계성과 감정을 통하여 성숙하고 건강한 신앙을 소유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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