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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나 토바! 새해 첫 날(로쉬 하샤나 )을 맞이하는 유대인들의 새해인사로 ‘좋은 한 해’라는 뜻이다.
새해가 한참 지난 9월, 왠 뜬금없은 새해 인사일까?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월력에 따라 9-10월에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올해 유대인의 새해 첫 날은 9월 10일, 이번 달에 유대인들은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가족이 9월에 이스라엘에 도착하자마자 새해를 맞이 하였고, 10일 후에 대속죄일, 15일 후에 장막절을 맞이 하였다. 새해를 기념해 이틀이 공휴일이고, 대속죄일은 하루, 장막절은 7일 동안이 공휴일이었다. 이스라엘에 도착해 새로운 환경과 일에 적응하기 전 20일 정도의 충분한 휴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중 하나는 1월 1일에 학교나 직장을 가야 하는 것이었다. 1월 1일이 새해 첫날이 아니니 당연히 학교나 직장을 가야 하지만, 30여년 이상을 공휴일로 지내며 살아왔던 나에게는 너무나 어색한 날이 되었다.
하이파 대학에서 히브리어를 배울 때, 다른 나라에서 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1월1일에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송년파티와 새해 첫날을 휴일로 보냈던 전통 때문이다. 나름 모범생이었던 나는 1월 1일에도 학교에 갔다. 나만 오지 않았으면 선생님도 하루 쉴 수 있었을텐데.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선생님과 일대일로 수업을 해야 하는 아주 힘든 날이 되곤 했다. 나에게 1월 1일은 새해를 맞이하는 기쁜 날이기보다 이렇게 곤혹스러운 날이 되었다.
유대인의 새 해 첫날 – 심판의 날
각 나라마다 독특한 새해 맞이 풍습이 있는 것처럼, 유대인들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새해 맞이가 있다. 흥미롭게도 유대인에게 새해 첫날은 심판의 날(욤 하딘)로 이해된다.
유대전승에 따르면, 새해 첫날에 세권의 책이 펼쳐지는데, 한권은 불의한 사람에 대한 사망의 책으로, 또 한권은 의로운 사람을 위해 생명의 책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그 중간에 속한 사람들을 위해 판결이 잠정적으로 유보되는 책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의로운 삶으로 생명책에 기록된 사람은 일년 동안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의한 사람은 죽음의 책에 기록되고, 그 중간에 속한 사람들은 10일 후에 있을 대속죄일까지의 행위에 따라 생명책 혹은 죽음의 책에 기록될 것이다. 자신이 어느 책에 기록되었는지 실질적으로 알 수 없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속죄일 전10일 동안은 대단힌 중요한 시간이 된다.
열흘 동안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열심히 기도를 한다. 불의함과 의로움의 저울이 어느 쪽으로 넘어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날들이기에 최선을 다해 선을 행하려 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새해를 맞기 전 새해 연하장에‘당신의 새해가 좋은 해로 기록되어 밀봉되기를’(케투바 붸하티마 토바)이라고 쓰는데,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년 이렇게 밀봉되어진 삶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최종적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 유대인은 믿는다.
유대인의 새해 첫날 – 나팔의 날
유대인들은 쇼파(뿔나팔)를 불어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레위기23:24, 민수기29:1). 새해를‘욤 테루아’(나팔 부는 날, )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이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이 나팔 소리에 사탄이 물러가고 메시아가 도래한다고 한다. 나팔 소리를 울림으로 유대인들은 메시아에 대한 소망을 담아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탈무드는 신년에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잠에 빠져 있는 잠꾸러기들아, 잠에서 깨어나라! 선잠에 빠져 있는 잠꾸러기들아, 정신을 차려라! 너의 행위를 점검하며 하나님께 돌이켜 회개하라. 남기지도 못할 이익을 헛되이 구하며 세월을 허송하는 자여, 일상의 사사로운 일에 빠져 영원한 진리를 바라보지 못하는 자여,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너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라. 너희 삶과 행사를 높여라. 너의 악한 행위와 비천한 계획을 포기하라” (최명덕 교수의‘유대인 이야기’참조).
유대인의 새해 음식
명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새해 첫날이 되면 떡국을 먹는다. 떡국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니, 새해를 시작하며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맑은 물에 흰떡을 넣는 것이고, 긴 가래떡처럼 오래 오래 살고, 집안에 재물이 죽죽 늘어날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SBS 뉴스 참조).
유대인에게 새해 음식은 특별한 음식을 먹기보다, 단 것을 먹고 신 것을 피하는 정도이다. 특별한 음식이 있다면,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잘 알려진 새해 음식이다. 신맛 처럼 어려운 역경은 피하고 단 맛처럼 새해가 달콤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고기를 먹을 경우 고기의 꼬리보다는 머리를 먹는다고 한다. 신명기 28:13 말씀을 생각나게 하는 풍습이다.
“여호와께서 너를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며”
새 봄을 새 해처럼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위치해 9월부터 봄이 시작된다. 죽은 것 같은 나무들에서 새싹과 꽃이 피고, 초원에는 갓 태어난 송아지와 어린 양들이 뛰논다. 자연 속에 담긴 생명력을 보며 새로운 기대감과 소망을 갖게 하는 축복의 계절이다. 월력으로는 9월이지만, 어찌보면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인 것 같다.
새해 처럼 시작되는 이 봄날, 유대인의 새해 맞이처럼, 우리의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보고, 의미없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기 보다, 진정한 가치에 앞으로의 시간을 담아낼 것을 결심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봄을 새 해처럼.샤냐 토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