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면 그사이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지거나 기억이 희미해질 만도 한데 지금까지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는 한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전에 제가 사역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셨습니다. 그분은 다짜고짜 제게 뉴질랜드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너무 당황이 되어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목사님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한 교회가 공석중인 담임목사를 찾고 있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평소 외국 목회에 대한 꿈이 있었고,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기를 기도해 왔었기에 저는 그것이 하나님의 응답이라 확신하며 주저 없이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인 대표와도 연락이 되었기에 당시 사역하던 교회의 담임목사님께 말씀을 드렸고, 뉴질랜드 행을 준비하기 위해 급하게 교회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교회를 지키며 지친 교인들이 우여곡절 끝에 그냥 현지에 계신 목회자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미 사역하던 교회를 사임한 저로서는 그와 같은 상황이 충격을 넘어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새 담임목사를 현지에서 청빙하는 과정에서 교회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고, 몇몇 가정이 교회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회를 떠난 가정들 중 한 가정이 제가 뉴질랜드에 온다면 함께 교회를 개척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기존 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한 가정과 함께 개척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회개척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럴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아무런 보장이 없었습니다. 몇몇 지인들이 개인적으로 약간의 후원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당분간 생활을 책임질만한 선교비를 모금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그 문제로 언쟁이 잦았습니다. 서로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기면서도 혹시 하나님의 부르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예민할 대로 예민해졌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었으며, 교회 개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아내와 자주 말다툼을 했습니다.
도저히 그런 식의 인간적인 판단으로는 결정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일주일 동안 작정을 하고 그 문제만을 놓고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만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전심으로 영혼의 귀를 기울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큼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몸부림쳤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매일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를 시작한 며칠 후 새벽이었습니다. 평상시처럼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고 기도시간이 되었습니다. 기도를 시작하고 얼마 후 여전히 눈은 감고 있는데 제 눈 앞에 성경책이 펼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저는 그것이 창세기 28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야곱이 에서의 복수를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가다가 광야에서 사닥다리 꿈을 꾸는 그 사건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5절이 클로즈업되었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세기 28:15) 그 약속의 말씀과 함께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두 번째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니 비록 한 마리의 양이라 해도 그 양이 목자를 필요로 한다면 목자는 가야 한다.”
그 새벽에 응답을 받고 기도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과 감동은 제가 한 가정을 위해 뉴질랜드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떠나지 않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주어졌습니다. 그것이 너무 감사해서 눈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주저없이 뉴질랜드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렇게 개척된 교회가 바로‘참된교회’입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사상 최초의 교단교회가 뉴질랜드에 개척이 되었고, 이제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제가7년을 목회했고, 후임자가 부임한 후에도 지금까지 건강한 교회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뉴질랜드 성결교회의 살아있는 역사로서의 자리를 지켜갈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교회개척의 경험과 준비가 전혀 없었던 제게는 더욱 그랬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고비가 있었습니다. 다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20년 전 새벽에 저에게 주신 약속을 일점일획도 변함없이 지켜주셨습니다.
그 후에도 오클랜드에 2곳의 교회를 더 개척했지만 하나님의 약속은 유효기간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약속 그대로 이 땅에서 내가 살아온 날들 동안 나와 함께 있어 주셨고, 내가 어디로 가든지 나를 지켜주셨으며, 나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사이사이 왜 저 나름의 고통과 아픔과 고난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그 고통과 아픔과 고난을 이겨낼 만한 그릇의 사람이었기에 이겨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의 말씀을 끝까지 신뢰하는 사람에게 그 약속대로 이루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것은 저만의 특별한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그분을 신뢰하십시오. 하나님께서 그 약속대로 여러분의 길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