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로소이다

어둠이 깊은 새벽시간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생각이 많아진 요나는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은 왠지 더 잠이 오지 않았다. 호수 위쪽은 날씨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물밑에서 느끼는 물살의 진동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차피 당장 잠들긴 글렀다 싶어 물 위로 살며시 올라와 빼꼼, 고개를 내밀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바람이 더 드세고 파도도 몹시 거칠었다.

호수엔 배가 한 척 위태롭게 떠 있는데 험상궂은 날씨 탓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온전히 버티기가 벅차보였다.

그때였다. 요나의 눈에 어렴풋이 뭔가가 배를 향해 다가서는 모습이 띄었다.
‘대체 저게 뭐지?’

눈 조리개의 초점을 모아 뚫어지게 쳐다보다 요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저건… 사람이 물위를 걷고 있지 않은가!

어둠 속에서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꼬옥, 감았다가 다시 번쩍 뜨고 쳐다보았다. 그러나 암만 보고 또 봐도 분명히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어찌 사람이 물 위를 걷는단 말인가? 요나는 황급히 앞으로 헤엄쳐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물 위에 서있는 사람이 눈에 익다.

‘가만, 가만. 아, 예수가 아닌가?”
맞다. 예수. 틀림없는 그자였다.

요나도 기겁을 했지만, 정작 더 심각한 건 배쪽이었다. 배를 향해 걸어오는 예수를 보자, 배 안은 마치 큰 바위 덩어리 하나가 배에 떨어지기라도 한 듯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갑판을 뛰어 다니며 죽어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요동을 쳤다.

“유령이다, 유령이야!”

그들은 모두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이었다. 근데도 예수를 보고 유령이라며 기겁을 했다. 예수는 배 가까이 다가서면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물 위에 서서 겁먹은 그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내니 두려워 말라! “

나지막한 그 음성이 입술을 떠나 밤하늘로 퍼져나가자 말할 수 없는 위엄이 호수 전역을 뒤덮었다.
‘어찌 저 작은 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듯 내 귀에 이리도 또렷이 들리는 걸까?’
요나는 저도 모르게 다소곳한 마음으로 물 위의 예수를 우러러보았다.

그 무렵, 베드로가 뱃전에 불쑥 몸을 드러내며 부리나케 호수를 살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예수를 보자 행여 안 들릴 세라 두 손을 입에 모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주여! 만일 주시어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극히 짧은 예수의 한 마디가 뱃전으로 날아들었다.

“오라!”

그러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요나의 눈 앞에서 펼쳐졌다. 어쩌자고 베드로가 배에서 물로 첨벙, 하고 뛰어내리는데 놀랍게도 물 속에 잠시 잠겼던 두 발이 이내 물 위로 떠오르더니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그가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었다.

배 안에 있는 다른 제자들은 줄줄이 담벼락에 앉아있는 참새들마냥 뱃전에 붙어 서서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한 채 기적의 장면을 지켜보았다. 왕방울처럼 커진 눈. 다물어지지 않는 입. 얼어붙은 몸….

그러나 가장 놀란 사람은 베드로 자신이었다. 온 몸에 짜르르, 전율이 흘렀다.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갔다.

안타깝게도 베드로는 오래 걷진 못했다. 대여섯 걸음을 옮겼을까? 예수에게서 시선을 떼고 거친 호수를 쳐다보는 순간 그는 서서히 물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요나의 귓전에 베드로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예수가 즉시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베드로의 손을 붙들고 예수는 날아오르듯 성큼 배에 올라섰다. 그와 동시에, 모진 광풍도 즉시 그치고 말았다. 물 속에서 오금을 펴지 못하고 두 눈만 간신히 내밀며 지켜보던 요나는 소름이 쫙 끼쳤다.
‘저자, 아니 저분 예수는 과연 사람인가? 아니면…’

배에 오른 예수를 보며 모든 제자들이 그 발 앞에 엎드려 절을 했다. 그때 갈릴리 호수를 쩌렁쩌렁 울리며 제자들이 한 목소리로 바친 경천동지할 고백!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로소이다!”

요나는 숨이 가빠왔다. 서둘러 몸을 돌려 물밑으로 헤엄쳐 내려오며 심호흡을 했다. 한 번, 두 번. 그의 마음 깊숙이 한 단어가 파고들었다. 다시금 곱씹어보았다.

하나님의 아들?
저 젊은 예수가 설마?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물 위를 걸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기억, 하나, 하나… 예수 그가 히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면, 어찌 오병이어로
군중을 먹일 수 있단 말인가? 어찌 바람과 파도조차 그 앞에서 순종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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