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성경은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최소한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성경은 매일 읽어야 할 숙제입니다. 성경은 매일 외워야 할 숙제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매일 묵상해야 할 숙제입니다.
학교 다닐때에 숙제를 좋아하는 친구는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공부를 잘했던 친구 조차도 숙제는 하기 싫은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그 숙제를 잘 해가는 친구들은 항상 성적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성적이 좋으니 진학의 길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장 부러웠던 낡은 성경책
신학교 다닐 때에 제일 부러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성경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지 성경책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갈 정도로 낡았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헌것보다는 새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헌것보다는 새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새것보다는 낡은 것이 부러운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낡은 성경책이었습니다.
때로는 그 낡은 성경책이 너무 부러워서 성경을 읽기보다 성경책을 넘기는 일에 열심 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성경이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낡은 성경책을 만들어서 믿음 있는 사람 흉내를 내고 싶어했나 봅니다.
신학생이 아니라 신악생
저는 목사로서 자원되고 헌신 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목사의 길을 부인하려고 도망을 다녔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얼마나 많이 매를 맞았던지 더 이상 도망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두 손들고 신학교를 갔지만 여전히 신학교는 제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힘든 곳이었습니다. 제가 신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들었던 말은 ‘신학생’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신악생’이라는 소리였습니다.
신학교 입학을 하고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첫 번째 수요일 오후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손을 씻는 내 옆자리에 신학교 학생회장 전도사님도 손을 씻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신입생인 저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면서 오늘 수요일인데 어느 교회에 가서 예배하냐고 인사 차원에서 물으셨습니다. 그때 저의 대답이 학생회장 전도사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나봅니다.
저는 ‘오늘, 어느 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드릴꺼냐’는 질문 앞에서 ‘왜요? 수요일 날은 모두 수요예배 드려야 하나요?’라며 반문하자 그분께서는 너무 어이가 없는 듯 ‘이거 신학생이 들어 온것이 아니라 완전히 신악생이 들어왔군’하면서 혀를 차고 나가셨습니다.
‘그래요, 나 신학생이 아니라 신악생입니다. 내가 뭐 신학교 오고 싶어서 왔는지 알아요? 무서워서 왔습니다. 더 이상 도망 다닐 수 없어서 왔습니다’라는 내 속마음과 함께 하나님은 많은 시간 저를 훈련 시키며 이 사명을 걷게 하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
가난한 저의 삶에 가장 큰 꿈이 있다면 바로 가난에서의 해방이었습니다. 그당시 생각으로는 대기업에 취직만 하면 가난에서 해방되어 인생이 승승장구할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어 대기업에 서류 전형을 거쳐 필기시험, 면접, 신체검사까지 다 합격 되어 최종 합격자로서 연수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2주간의 연수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그 싯점에서 청천변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회사 상사들 조차도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듯 제게 대답을 꺼려하면서 저의 최종합격이 취소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활동성 폐결핵’.
분명 신체 검사상 재검자 명단에도 들지 않았고 최종합격자로 연수까지 다 받았는데 일도 해보지 못한채 퇴사 명령이 내려진 것은 제 삶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큰 슬픔이었습니다.
성경이 읽고 싶어지는 마음
그 후로 제 삶은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실패감과 좌절감 속에서 방황하기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모님들은 믿음 생활을 참 잘하셨습니다. 항상 기도와 말씀의 삶, 전도와 섬김의 삶으로 큰 모범을 보이셨던 분들이셨습니다. 당시는 또한 믿음의 사람이라면 산기도를 빼 놓을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자주 기도하기 위해서 산기도를 다니셨는데 어느날 밤 산기도를 하는데 누가 제 어머니께 오더니‘당신 자제 중에서 주의 종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고 가셨답니다.
그 기도 후 제게 ‘혹시 너가 주의 종이 되는건가?’라고 말씀하시자 ‘나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얼마 후에 산기도를 하는데 알지도 못하는 분이 또 어머니께 오더니 ‘당신 자제중에서 선교사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고 갔다고 합니다.
또 어머니께서는 제게 오셔서 ‘혹시 너니?’라고 말씀하시자 그 또한 단호히 저는 아니라고 거절을 하였지만 그 상황 속에서 내 마음 가운데 찾아오는 불순종의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아니, 정말로 내가 주의 종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면 내게 직접 말씀하시지 왜 남에게 말씀하시냐’고 따지며 괴로운 마음 가운데 하나님 음성을 듣기 위해 작정하여 기도원에서 갔습니다.
드디어 작정한 날까지 기도하였으나 하나님은 내게 한 말씀도 안하셨기에 기도원을 하산하면서 ‘하나님! 내게 응답 안 주셨으니 난 아니지요? 나 목사 안 해도 되는 것 맞지요?’하며 결론짓고 하산하여 집에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밤 잠을 못 이루며 성경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강하게 들게 됩니다. 사실 성경은 너무 양이 많고 지루하고 재미 없어서 성경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먹어 본 적이 없는데 그날 따라 성경을 읽고 싶어지는 강력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성경은 응답입니다
그날 밤, 신기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데 성경 66권 중에 에베소서를 읽어야 되겠다는 마음을 주시면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3장을 읽고 4장을 읽어야 하는데 4장으로 안넘어가고 계속 3장에서 손이 안 넘어가는 것입니다.
너무 신기해서 3장을 읽고 또 읽고, 읽고 또 읽는데 그 안에서 놀라운 주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아서 하나님께 몇가지 질문을 놓고 기도했는데 그 질문에 대한 응답들을 에베소서 3장 안에서 다 주시는 것입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 대한 첫 질문은 ‘하나님! 왜 하필이면 접니까?’였는데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에베소서3:8)’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이 응답을 시작으로 목사됨을 거부했던 저에게 하나님은 철저히 성경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그 은혜를 지금 경험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믿음의 우등생을 만드는 숙제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완벽하신 응답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