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영국의 가장 큰 목욕탕, 바스(Bath)

런던은 순식간에 날씨가 훅 풀렸다. 4월에만 해도 이게 무슨 4월 날씨냐며 눈이 내리고 칼 바람이 쌩쌩 불었는데, 5월에 접어들며 갑자기 20도를 넘는 기온에 봄은 없고 어디 갑자기 여름이 내려 앉은 것 같다. 날씨가 워낙 좋아지면서 나 또한 주말에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오늘 소개할 영국의 도시는 영국의 가장 큰 목욕탕, 이름마저도 목욕탕인 바스(Bath)라는 도시이다. 런던에서 두 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달리면 닿을 수 있는 도시라 거리상으론 가까운 것 같지만 기차표는 굉장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모두가 추천하던 도시. 큰 맘 먹고 산 기차표가 아깝지 않았던 도시, 바스를 소개하고 싶다.

바스(Bath)는 어떤 도시인가
서기 43년. 로마군이 런던을 거쳐 바스까지 오게 되었다. 이름답게 바스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 곳을 어찌 로마인들이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그러하여 1세기에 로마인들이 이 땅에 로만 바스(Roman Bath)와 사원을 세우게 되었다. 로마인들은 이곳을 아쿠아 술리스(Aqua Sulis)라고 불렀다고 한다.

바스는 1590년 엘리자베스 1세로 인하여 도시로 인정되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시작된 것은 무려 1700년대부터 이다. 이 때부터 바스는 도시를 예전에 비해 더욱 크게 확장시키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지어진 건물들은 모두 조지안 양식으로 바스 스톤을 이용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 자체에 중세시대의 느낌을 주는 듯한 건물들이 즐비해 있고, 돌길로 된 바닥도 많이 만들어져 있다.

이 덕에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한가지 나를 더욱 신나게 만들었던 것은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지내며 소설을 쓰던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제인 오스틴이 살던 집은 물론, 작가의 생활도 엿볼 수 있는 도시였다.

로마 시대의 목욕탕, 로만 바스
이름처럼 이 도시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로만 바스이다. 로마인들이 1세기에 지어놓은 건물이 아직도 보존되어 있어서 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자리를 얼마나 잘 잡았는지, 목욕탕이 있는 이 자리는 무려 세 곳에서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었다.

안에 들어가면 꽤나 큰 크기의 목욕탕을 볼 수 있는데, 둘러보면서 물이 퐁퐁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2000년 전에도 뿜어져 나오던 물이라고. 그러니 2000년 전 로마인들이 발견했던 그 온천수는 아직도 별탈 없이 잘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또한 항상 46도를 유지하는 미네랄 온천수는 지금도 가까이에 가면 그 열기와 향을 느낄 수 있다. 하루에 무려 6만 리터 정도의 온천수가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온천수가 흐르는 주변은 모두 황토색을 띄고 있다. 특히나 배수구들이 그러한데, 이 배수구들은 모두 로마시대 때부터 그대로 유지된 것이라고 한다.

2000년 전에 사용했던 곳을 2000년이 지난 후에 내가 밟고 서서 내 눈으로 보고 있다니 너무나도 신기했다. 참 영국은 발견하면 발견할 수록,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신기한 나라다. 로만 바스에는 실제로 로마시대 분장을 한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하거나 설명해주기도 하는데 실제로 로마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했다.

이 목욕탕이 얼마나 큰가 하면 무려 8개의 온천탕이 있는데 이 중에는, 왕이 쓰던 탕과 한국의 사우나를 떠올리게 하던 냉탕도 있었다고 한다. 로만 바스가 유명한 만큼, 온천수가 나오는 만큼 바스에는 스파를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레미제라블의 그 다리, 펄트니 브릿지(Pultney Bridge)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대했던 이 곳,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다.‘레미제라블’을 좋아하는 내게는 인상 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삶을 마감하는 곳이다.

사실 처음 보고는 ‘음… 그래서 내가 원하는 펄트니 다리를 보여줘.’라고 생각할 정도로 영화에선 훨씬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펄트니 다리는 그냥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 지역에서 반대편을 이어주는 단순한 다리가 아닌, 다리를 곧 건물로 사용하는 신기한 다리이다. 옛날엔 세금 문제와 건물을 사용하는 것 때문에 강에 층을 만들어 사용하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리엔 미용실부터, 카페, 옷 가게 등등 흔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예쁜 에이본 강의 뷰를 보며 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 버려 자리를 찾는 게 어려웠다. 사실 펄트니 다리 위에서 보는 뷰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반대편 다리에서 펄트니 다리를 바라보는 뷰가 정말 좋았다. 다음에 다시 바스에 가면 꼭 차를 마셔보고 싶은 곳. 영국의 중세시대 느낌을 느끼고 싶은 곳.

초승달 모양의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
이름 대로 옛날 귀족들이 살았다는 주택 단지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뭐 그리 특별하다고? 한다면… 사실 나도 ‘뭐야 주택단지를 왜 구경해?’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눈 앞에 나타난 건물은 상상을 초월하게 웅장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인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적으로 꼽힌다니 말 다했다.

초승달처럼 둥근 반원형 모양으로 쭈욱 이어진 대문들과 창문들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 앞에는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지 감히 상상해보고 싶었다.

건물 내 로열 크레센트를 엿볼 수 있는 로열 크레센트 1번지와 호텔이 있는데, 상당히 사치스럽고 여유로웠던 그 때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던 나는 과감히 포기했지만 잔디밭에서 바라보던, 카메라 앵글에 다 담을 수 없던 크기의 로열 크레센트는 잊을 수 없는 광경 중 하나였다.

바스는 굉장히 멋들어진 도시였고, 귀티가 나는 도시였다고 할 수 있었다. 로마 시대부터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그 역사가 잘 보존된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의 영국 여행의 더욱 더 힘을 불어 넣어주는 도시기도 했다.

여행을 하며 쉬어가기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을 굉장히 사랑한다. 또한 영국을 다니면서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영국의 역사를 배우고, 영국의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람들은 흔히 내게 묻는다. 좋은 뉴질랜드 놔두고 왜 영국을 그렇게 좋아하냐고. 왜 굳이 런던에 살고 싶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항상 사람들과 대화하며 깨닫는 것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의 반대되는 것들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귀한 것들이 너무 당연 해져버려 소중함을 잃는 것이다.

어쩌면 뉴질랜드가 지루하다고 얘기한 나는, 푸르른 바다와 모든 평화로움이 그저 익숙해졌던 것이고, 영국이 정신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 모든 문화생활과 가까운 유럽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단순히 내 욕심일 뿐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어차피 두 가지 모두 내 손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있는 곳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 앞으로도 여행을 하며 나는 더 많은 생각들을 하고 싶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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