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지갑의 회개

지난 2011년부터 독자들을 만났던 밀알이야기는 만 5년간 125회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기도와 정성을 다하며 만났던 매회의 집필사역은 열악한 환경의 장애인 사역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작은 열매를 맺는 기쁨을 준다. 사역자로서의 자존감을 높여 준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아픔이, 그 고통들이 나의 아픔으로 진하게 배어 온다. 공동체의 리더로서 갑의 위치나 을의 위치가 아니라 섬기는 자로서의 위치에 서게 한다. 매주마다의 교육사역이 멍에가 아니라 감사로 이어지는 기쁨과 축복의 행진이다. 매주마다의 만남들이 의무방어전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만남이요 설레는 행복의 페이소스(그리스어로 열정이나 고통, 일반적인 깊은 감정)로 기다려진다.

새해부터 만나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본래의 뜻은‘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뜻이다.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쯤은 도와주기 쉽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작년 12월에 신문사로부터 25회분 집필자로 부름을 받았다. 내용이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기반으로 한, 구제와 섬김의 내용이다. 지난해의 밀알이야기는 밀밭에서 일어났던 갖가지의 애환의 속 깊은 이야기였다면 금년의‘김일만의 십시일반’은 쌀독 속에서 피어난 잔잔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서 현장감이 묻어 났던 감동의 순간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강원도 철의 삼각지대인 산간오지에서 청년교사 시절 때의 일이다. 벽지학교 산골아이들이 군 소재지의 재능 겨루기 경연대회에서 개인상, 단체상을 휩쓸고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개선한다. 동네 이장과 마을 사람들이 동구 밖까지 나와서 만세를 부르며 개선을 환영하며 영접을 한다. 그런데 개선 일주일 후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동네 사람들이 가마니를 관사의 추녀에다 가져다 놓더니 이튿날부터 쌀 포대가 줄을 잇는다. 무려 7가마니(한 가마니: 80Kg)에 백미(흰쌀)가 소복이 쌓인다.

쌀 가마니 사연은 이렇다. 개교 이래로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 온 것은 처음이란다. 지도교사의 공로에 감사의 선물을 드리기로 하자. 그래서 100여 호 되는 가정에서 쌀 한말씩을 사은품으로 기증하기로 결의한다. 십시일반의 한 예이다. 가정당 쌀 한말을 지도교사에게 가져오는 것은 적은 양이고 순박한 이들의 정서에는 그 손길이 부끄럽다는 것이다. 100여 가구에서 모아진 쌀은 7가마니가 되고 그 정성과 사랑은 산이 되고 강이 되는 것이다.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산골마을의 인심이 두고 두고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감동이야기이다.

성경에는 여러 곳에 물질(지갑)과 연관 지어진 대목이 있다. 영원한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예수님을 찾았던 부자청년과의 일문일답이다. 예수님은 그에게 나를 믿으라. 아버지의 뜻대로 살라고 하지 않았다. “네가 완전하게 되려면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를 좇으라”하셨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을 물질의 나눔과 연결 지으신다(마태복음19: 16~21).

세례 요한이 세례를 받으러 나온 무리를 향하여 다가올 심판의 날을 피하라 한다.‘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한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찍혀 불 속에 던져질 것이다. 이렇게 회개를 촉구하는 세례 요한에게 무리들이 질문을 한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속 옷 두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과 나누어 가지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라”고 이르신다(누가복음3: 7~11).

하나님을 만난 성도들은 지갑을 열어 하나님께 드리며 하나님이 사용하게 하신다. 우리에게 주신 재물을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사용하고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나누는데 힘써야 한다.

사회학자들도 ‘철학 없는 부자는 세상에서 가장 미련하고 불쌍한 신앙인’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재물을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일이다. 지갑을 열어서 이웃을 돌보지 않고 모르는 채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입으로만‘주여! 주여!’ 하는 외식하는 자와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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