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티베트족 할머니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어
아시안 하이웨이의 심장과도 같은 땅 중국. 한 달에 걸쳐 중국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돌아보면서 최대한 많은 소수민족들과 교감하고 싶었다. 친히 알고 있는 중국 다수 민족인 한족을 넘어 다양한 소수민족들과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여행을 시작한 곳은 중국 서남쪽 내륙에 위치한 사천성(쓰촨)의 수도인 청두(Chengdu).
이 도시를 거점 삼아 티베트족 자치주의 작은 마을들을 돌아보며 티베트족과 창족, 이족 사람들을 만나고, 더 서쪽으로 나아가 중국의 서쪽끝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이슬람 문화권 아래 있는 위구르족과 키르기즈족 사람들을 만났다.
티베트족의 땅으로 나아가기 이전에 사천에서 대륙 체험 워밍업을 해본다. 길거리, 식당, 버스안 곳곳에서 마주하는 기이한 광경들이 나로 하여금‘아! 대륙!’ 감탄하게 만든다.
보온병 위에 앉아서 여유롭게 카드놀이를 하는 대륙의 아저씨 목격, 서커스를 방불케한다. 보온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히 보장되리라.
사천요리 식당 직원의 추천을 받아 시킨 세개의 음식, 하나는 맵고 짜고, 두번째 접시도 맵고 짜고, 마지막 접시도 역시나 맵고 짜다. 목과 등에 열과 땀이 날 정도로 화끈 한 사천식 매운맛을 접하니 비로소 사천에 왔구나를 느낀다.
재래시장에서는 자라, 구렁이, 심지어 성인 팔뚝만한 도롱뇽까지 판다. 물론 식용이다. 공룡이 멸종되지만 않았더라도 이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시내버스 안에서 중년 부부가 드라마를 찍는듯한 큰 액션과 목소리로 말다툼을 한다. 목소리가 정말 크다. 우와… 이런 환경에서 자란 중국인들에게 소근소근, 조용히 이야기를 하라고 매너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러나 저러나 슈퍼 차이나 중국에서는 나의 기준을 버려야 속이 편하다.
이곳 청두는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이후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급성장 중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 대도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자치주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 경제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한다.
이렇게 쓰촨성에서 3일간의 짧은 워밍업을 마치고 티베트족들을 만나기 위해 서쪽으로 전진했다. 청두에서 8시간 거리에 위치한 쓰촨성 간쯔 티베트족 자치구인 캉딩(Kangding) 를 향해 달리는 버스는 설산이 펼쳐진 높고 굽이진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종종 낙석으로 인해 길이 막히기도 했다.
4천 미터 이하의 산은 산도 아니라고 하는 사천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고산지대인 캉딩은 해발 2500m로 백두산보다 더 높다. 내일과 모레는 4000-50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어야 하기에 오늘은 여기서 짐을 풀고 쉬어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머리가 좀 띵하다. 이게 바로 고산병인가…
사천성 안에 있지만 티베트 문화권인 이곳은 원래 티베트의 남부지역이었던 것을 중국정부에서 쓰촨성에 편입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외모와 분위기가 한족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기골이 장대하고 피부는 까무잡잡, 남녀 모두 골격이 좋고 손이 크다.
절대다수가 티베트 라마불교를 믿고 이들은 티베트 고유 언어와 문자를 사용한다. 모든 상점 간판들도 티베트어로 적힌 것이 특이했다.
마을을 걷다보니 티베트 불교사원이 보인다. 거리 곳곳에는‘바람의 말’이라는 뜻을 지닌 룽따(티베트 오색 기도 깃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티베트족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이나 지붕 위에 불교 경전이 새겨져 있는 이 기도 깃발을 걸어 놓는데 이 깃발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달려 부처의 말씀과 함께 개인의 기도와 복을 전달해준다고 믿는다고 한다. 아니, 바람이 내 기도를 대신해 준다고? 기도는 스스로 해야지!
캉딩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 첫차로 구룡(Jiulong) 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구룡은 한족, 티베트족, 이족의 세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고산지대 마을. 이곳에서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이족들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정령신앙을 숭상하는 이족들은 대게 검은색의 넓고 긴 드레스를 연모양으로 생긴 크고 납작한 모자와 함께 입는데 이런 복장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이 마을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가 알고 있던 한족의 중국과는 확실히 다른 세계에 와있음을 느낀다.
이곳을 여행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화와 언어와 복장과 전통이 확연히 다른 세 민족이 한 마을을 이뤄 살아가고 있는데도 부조화나 어색함보다는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의 민족 중 절대다수인 92프로의 한족들과 함께 일하고, 공부하고, 교회도 함께 다녔던 뉴질랜드에서 경험을 바탕으로만 중국을 보아오고 이해해왔었는데 캉딩과 구룡에서 마주한 티베트족과 이족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중국이 중국의 다가 아니었음을 배운다.
정치, 역사적인 면에서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을 바라볼 때 분명 비판적인 시각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오히려 이 중국이란 대륙 안에서 수많은 민족들이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선교 중국’을 위해 더욱 기도하게 된다.
이 글에 다 나누지는 못하지만 헌신된 한족 형제들이 이족과 티베트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들에게는 타문화권인 이 마을에 들어와 사랑의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중국교회에 있어 ‘선교’ 라는 개념은 우리가 쉽게 접근하는 ‘해외 선교’의 틀이 아닌, 민족 선교에 있음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