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점심 싸주실래요?

한 친구가 한동안 보이질 않아서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것이다. 한 명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봉사자들은 그런 줄로 알고 좀 아쉬워했다. ‘인사라도 나누고 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후에 그 친구가 아침 급식을 하는데 나타났다. 그래서 반갑기도 해서 “전학을 갔다는데 여기는 어떻게 온 거냐?” 고 물으니 온 가족이 미국에 놀러 갔다가 좀 늦게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고 장난도 치고 했는데, 어느날 좀 심각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고 했더니 “오늘 점심을 쏘세지 시즐로 싸줄 수 있냐?” 고 묻는 것이다.

“그렇게 해주마.” 라고 대답하고 소세지 시즐을 냅킨에 싸고 비닐에 넣에 주었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하고 교실을 나가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친구들 가운데 몇 명이 자기도 점심을 싸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 사역을 한지 약 4년 정도 흐른 후였으니까 어느 정도 좋은 인간 관계가 형성 된 후였다.

그 후 4명의 아이들의 점심을 미리 싸놓고 급식을 하다보면 그 친구들이 와서 점심을 가방에 넣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교실을 떠난다.
그런 아이들을 보니 한편으로 마음이 참으로 시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학교로 와서 허겁지겁 소세지 시즐과 주스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그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점심을 챙겨가는 그 아이들이 측은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곳에서라도 점심을 챙길 수 있느니 그나마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친구네 가족이 미국 여행을 갔다 와서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아빠랑 살면서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학교로 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어린 나이에 혼란스러웠겠지만 의연하게 행동하는 그 아이의 행동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했다.

지금은 중학교에 다니는데 학교 가는 길에 들려 아침을 먹고 놀다가는 오래된 우리의 단골 손님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간 친구들 중에 많은 친구들이 옛 정을 잊지 못하고 아침급식을 하는 이곳에 들려서 먹고 마시고 놀다가 간다.

교장 선생님이 어느 날 급식 봉사하는데 와서는 “졸업한 아이들까지 와서 먹고 가 미안하다. 너희들이 원치 않으면 오지 말라고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아니다. 이 아이들은 오랜 우리의 단골 손님이기에 언제나 환영한다” 고 말 한 적이 있었다.

너무 많이, 또는 너무 자주 먹어서 먹다가 싫증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쓰레기통에 음식물을 버리는 바로 그 음식을 싸 줄 사람이 없어 빈 가방으로 온 아이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점심을 부탁해서 해결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Breakfast Club은 아주 작은 희망의 빛줄기처럼 보여지길 기대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아이들과 풍부함에도 먹지 않는 아이들은 전혀 다르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그렇게 먹기 싫어하는 이 한 끼의 식사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한 끼의 식사인지 모른다.

주님께서는 모인 무리에게 말씀을 전하시고 저녁 시간에 이들에게 무엇이라도 먹여 보내길 원하셨다. 이들이 가는 도중에 허기 질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끼의 식사가 이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하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만 잘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 다른 아이들은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의 눈을 들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의 도움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위해서 마음과 사랑을 나누면서, 이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제는 입으로만 주님을 찬양하지 말고 삶의 현장에서 예수의 작은 자로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고 빛으로 살아가는 은혜가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점심을 싸달라고 하는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먹임으로 주님께서 이 땅에서 행하셨던 일들을 우리도 따라서 행하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이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를 믿는 자들의 삶의 모습은 저래야 한다는 고백이 있는 그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 욕심을 채우는 방편으로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격하여 그 사랑을 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나눌 때에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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