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성경은 종교개혁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이었다. 교회가 성경을 떠나있던 그 당시 종교 개혁자들은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33년 전 나에게도 개혁보다 더 강한 창조와 같은 역사가 일어났다. 교회나 성경은 물론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나에게 예수님을 믿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그 놀라운 변화는 바로 성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경은 하나님의 지혜고, 능력이다. 성경은 나의 존재와 목사로서의 사명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로 성경을 처음 대하다
도시에서 유학시절,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도 학생들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3월 개학을 하고 4월이 시작되었을 때 나에게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다.
체육시간에 즐겁게 공을 찼는데, 그 후에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그 후로부터 허리와 다리 통증 때문에 정규 수업만 간신히 끝내고 집에 와서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누워있는 동안 책꽂이에 꽂혀있던 성경책에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끌렸다.
나는 이 성경책을 적어도 2년 이상 가지고 있었다. 나를 전도하려고 애쓰던 친누나가 주었던 것인데 그때까지 한 번도 들쳐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성경책 옆면의 붉은색을 보는 것이 무서워서 그랬다.
그렇게 한 달쯤 누워있던 5월 어느 날, 나는 그 성경책을 열어보았다. 성경책 여기저기 밑줄이 쳐있는 구절들을 읽어보며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교회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느 일요일에 교회 문 앞까지 찾아갔으나 도저히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다. 내가 처음 교회 안에 들어갔을 때는 고등학교 학업을 마치고 방학이 되어 시골집에 갔을 때부터였다.
이미 돌같이 단단한 마음이 부드럽게 된 상태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모든 일이 하나님의 특별한 주권과 섭리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나를 이끌고 계셨다.
성경 말씀을 들음으로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이 생기다
처음 교회 나갔을 때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예배시간에 성경 말씀을 들을 때였다. 그러나 그 믿음도 월요일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 의문이 생기고 희미해졌다.
그 다음 주일날 다시 성경 말씀을 들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믿음이 다시 생겼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하나님이 어디 계신가라는 의문이 다시 일어났다. 그 다음 주도 예배에 참석했고 또 성경 말씀을 들었다.
말씀을 들을 때 하나님은 분명히 존재하셨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다시는 의문을 갖지 않겠다는 결심도 주어졌다. 그 후부터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사라졌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깨달았을 때 눈물 콧물 흘리며 회개하며 기뻐했던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평범한 목회자가 담임하고 있었던 조그마한 시골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원은 전적으로 성령 하나님의 능력으로 말미암는다. 오직 말씀을 들음으로 믿음이 생긴다는 성경 말씀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진리이다.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에 대한 특별한 열정이 주어지다
군대를 제대하고 시골 교회를 다닐 때 한 번은 주일 학생들을 데리고 소풍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날 너무 피곤해서 저녁 식사를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먹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급체로 장이 꼬인 것이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강한 약을 사용한 결과 퇴원 후 신문을 읽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원하자마자 골방에서 사복음서를 읽으며 대조하는 책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신학생도 아니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신학교에 다닐 때 복음서 대조 연구서들이 발행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내가 했던 그 일이 얼마나 초라한 작업이었는가를 알기 전까지는 흐뭇했었다. 아무튼 하나님 말씀을 연구하는 일은 즐겁고 행복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참으로 달콤하다.
좀 늦은 나이에 총신대학에 들어갔을 때 나에게 성경을 읽고자 하는 특별한 열정이 있었다. 신학교에 다니면 성경을 더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여러 과목을 배워야 했기에 성경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 기도원에 올라가 토요일까지 성경을 읽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다. 성경을 한 달에 1번씩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기가 바빠지고 급한 일들이 생기자 몇 개월 후에 그만 두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열정을 지속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그러나 성경을 넓고 깊게 바르게 대하고자 하는 열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졌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다.
뉴질랜드는 목사가 성경을 연구하고 깨닫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광야는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를 받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장소이지 않은가!
목사에게 위로와 능력은 성경으로부터 나온다
사무엘서와 역대기, 시편을 읽으면 다윗의 생애를 보게 된다. 그는 광야의 사람이다. 그는 실제로 유대 광야를 통과해야 했고 또한 광야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 시편은 다윗의 시편이 많은데 대부분은 탄식의 시다. 그러나 동시에 찬양과 감사의 시가 시편이다.
그만큼 하나님께서 다윗의 곁에서 위로하셨고 광야를 통과할 수 있도록 능력을 주셨다는 증거이다. 광야는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지는 장소이다. 다윗은 광야를 통과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분히 위로를 받고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했기 때문에 하나님을 찬양하고 노래하고 감사했다.
목사에게 인생광야가 없던 적이 있는가? 없다. 그래서 목사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가 있다. 광야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맛본다. 그 위로와 능력은 성경으로부터 나온다. 성경에는 목사가 경험하는 그 이상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목사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감격한다. 울고, 웃고, 탄식하면서도 찬양하고 노래하고 감사한다. 목사는 십자가 외에 자랑할 것이라고는 자신의 연약함 밖에는 없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위로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목사다. 그러나 하나님의 위로와 능력을 공급받아 살아갈 때 목사는 행복하다.
성경은 나의 존재, 기쁨과 즐거움, 위로와 능력,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의 사명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가지게 하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으며 사역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성경의 권위 아래 겸손히 엎드리며 말씀이 지시하는 곳까지 가며 멈추라고 하는 지점에서 멈추고자 분투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나의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