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

며칠 뒤였다. 어린 나귀 발람은 아직 일을 하지않고 있었으므로 양, 염소와 함께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양들은 발람을 멀리 했고, 그는 외로워 보였다.
아벨이 가만히 그에게 다가갔다. 엄마가 가지말라며 눈짓을 했지만 못본 체 했다. 그리고 그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걸 물었다.

“너도 아빠의 예언을 믿니? 그 말하는 나귀에 대한 예언말이야.”

발람은 멈칫하며 깜짝 놀랬다. 그러나 이내 아벨이 며칠 전 축사를 지켜보다 달아난 그 양이라는 걸 알아챘는지 체념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 예언! 그건 믿음이라기 보단 단지 바램에 불과해. 아무 근거도 없는…엄마가 발견하신 그 턱뼈도 사실 삼손의 것은 아닐거고. 어린 나도 아는 걸, 설마 아빠와 엄마가 모르실까?”
“근데…”
“근데 왜 진짜 믿는 것처럼 그렇게 숭배하냐고? 하하하! 그렇게라도 해야 힘든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으니까. 가짜 희망도 어쨌든 희망이잖아.”

그렇게 말하는 발람의 눈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애환이 깃들어있었다. 돌아서는 그에게 아벨은 다시 물었다.

“그럼…그럼, 너에게 진짜 희망은 없니?”
그 물음에 발람은 몸을 뒤로 홱 돌리더니 힘차게 말했다. 마치 그 질문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진짜 희망? 나의 진짜 희망이 무엇인지 정말 말해줄까? 하나님이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꼭 대답하고 싶은 소중한 꿈이 하나 있어.”

나귀 발람의 눈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난 왕을 태우고 싶어. 아직까지 난 어떤 짐도, 어떤 사람도 등에 태운 적이 없어. 오직 그 날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거지.”
“왕? 그건 정말 불가능한 꿈이구나. 어떤 왕이 멋진 말을 버려두고 나귀를 타려 하겠니? 그것 역시 가짜 희망에 불과해.”
“아니, 그렇지 않아. 아빠의 예언은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이지만 내 꿈은 성경이 약속한 예언이거든.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 포로에서 풀려나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을 때, 스가랴 선지자가 그리스도에 대해 말한 예언을 혹시 알고있니?”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 그게 뭔데?”

아벨은 나귀 발람으로부터 그리스도란 단어가 튀어나오자,“그리스도를 기다리며….”라고 마지막에 적었던 아빠의 편지를 떠올렸다. 그 편지에서 아빤 그리스도가 피 흘리는 그 날이 오면, 더 이상 짐승이 제물로 바쳐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었다.

“시온 백성아, 기뻐하여라. 예루살렘 백성아, 즐거이 외쳐라. 보라, 네 왕이 네게로 오신다. 그분은 의로우시며 구원하시는 왕이시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타신다. 나귀새끼를 타고 오신다.”

발람은 스가랴의 예언을 들려주며,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는 아벨에게 한마디를 덧붙이곤 총총이 사라졌다.
“난 나귀새끼를 탈 정도로 겸손하신 진짜 왕, 그리스도를 기다려. 그분에게 나를 바치고 싶어. 그렇게만 된다면…나를 위해 대신 죽었던 그 양도 보람을 갖게 되겠지. 자기가 날 대신 죽을만했다고.”

어느 날, 목장 주인 라반이 비몽사몽간에 꿈을 꾸었다. 점심을 먹은 뒤 몸이 노곤하여 잠시 눈을 붙였을 때였다. 꿈에서 나귀를 타고 길을 가는데 나귀가 골목길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팡이로 나귀를 때렸더니 놀랍게도 나귀가 입을 열어 말을 하였다.
“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 이렇게 때리는 겁니까?”

세상에, 나귀가 말을 하다니! 나귀는 그러고도 계속 입을 들썩이며 몇 마디를 더 내뱉었다.
“주님께서 나귀가 필요하시답니다!”
라반이 기겁을 하여 벌떡 잠에서 깨고보니 꿈이었다.‘무슨 일일까?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다음 날이 되었다. 라반은 아빠 나귀와 새끼 나귀를 문 옆에 묶어두었는데, 웬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두 나귀를 묶은 줄을 푸는 것이었다. 그는 기겁을 해서 쫓아갔다.
“무슨 짓이오?”
“주님께서 나귀가 필요하시답니다.”
라반은 두 사람이 너무도 태연하게 내뱉는 말에, 순간 큰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주님께서….? 그건 어제 꿈에서 말하는 나귀가 했던 말이었다! 라반은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나귀는 그를 떠나 점점 멀리 사라져갔지만, 라반은 저항할 수 없는 위압감 속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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