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계셔요? 지금 사이클론이 온다고 야단이에요. 학교에서 문자 왔는데 학교도 문 닫아서 오지 말라고 하구요, 하버 브릿지도 곧 닫힌대요. 빨리 집으로 오셔요.”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고양이 밥 좀 사려고 마트에 왔다가 나온 김에 장을 보려고 이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딸아이가 전화해서 빨리 집으로 오라고 합니다.
금방 간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밖을 내다보니 비만 살살 뿌리고 바람은 잠잠하고, 사이클론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세일 품목을 찾아 여유 있게 장을 보았지요.
몇 가지를 사 들고 계산대에 서 있는데 전화벨이 또 울립니다. 이번에는 아들 전화입니다.
“엄마, 지금 뭐하셔요? 어디 계시는데 왜 안 오시는 거에요? 우리 식구 집에 다 있는데 엄마만 없잖아요. 빨리 오시라니까요. 사이클론 온다구요, 사이클론! 빨리 오셔요”
“엉? 그래? 알았어. 곧 갈게.”
딸아이가 처음 전화 했을 때는 ‘그런 가보다’ 했는데 아들녀석이 전화해서 다그치듯 말하자 ‘정말인가 보네’ 마음이 조금 바빠집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비상식품들을 사려는지 갑자기 더 붐비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몰라 나도 식빵 두 개를 더 사가지고 급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거리는 어느 때보다 더 한적하고 바람 한 점 없으며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폭풍전야? 전쟁 일어나기 전이 이럴까?”
가뜩이나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사월 위기설이니, 선제공격이니 어수선한 소리들만 들려와서 마음이 심란했는데, 여기서는 사이클론이 위협을 해대니 더욱 마음이 어수선해집니다.
집에 들어오자 아이들이 난리입니다.
“엄마는 사이클론 온다고 뉴스에서 난리인데 빨리 안 오고 뭐하셨어요? 회사들도 일찍 끝나고, 학교들도 일찍 끝내고 빨리 집에들 가라고 난리여요. 시티는 지금 난리래요.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서 버스 타기 힘들고 길은 막히고……”
그때서야 조금 실감이 납니다. 그래도 밖은 여전히 바람 한 점 없이 잠잠하기만 합니다. 교회 가족 단톡방에 뉴스를 알립니다.
“오후 3시쯤에 사이클론 오클랜드 상륙! 아이들 학교 확인해 보시고 언능 조치 취하셔요. 대학교 문닫았고, 하버 브릿지도 곧 닫힘. 외출을 삼가시고 집에 계셔야 함. 뉴스도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부터 부엌 창문가에 서서 바람이 부나, 사이클론이 오나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를 듣고 다들 피난을 간 건지, 벌써 집안에 다 들어 앉았는지 오가는 차량들도 별로 없습니다.
너무 조용하고 잠잠하니 정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왜 ‘폭풍전야’라는 말이 나온지 알것 같습니다. 긴장과 두려움 속의 고요함이랄까?
다행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사이클론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조용히 빗나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부침도 해먹으며 그날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정말로, 그 날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늘 문이 열리고 나팔소리와 함께 구름 타고
주님 다시 오시는 그 날!
자다가 깰 때가 되었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자다가 깰 때가 되었다고,
자다가 깰 때가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