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장애인 가정 성경캠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돼

첫회 장애인가정성경캠프에서 일로아와 마테니가 예배드리는 모습

초기의 사역은 자연스럽게 심방 위주로 진행되었다. 가끔 발견되는 장애인들은 이미 어떠한 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구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가정을 방문하여 함께 기도하며 말씀을 통해 위로하는 것이 주된 사역이었다.

이들 가정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치심과 죄의식을 깨뜨리고 하나님과의 사이에 놓인 높은 담을 헐기 위해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이 당신의 죄 때문이 아닙니다.” 또는 “하나님께서 장애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을 지극히 사랑하십니다.” 라고 강조하였지만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까움만 더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Bible College of New Zealand (현 Laidlaw College)에 다닐 때 봉사활동 하던 CMWDT (Christian Ministries with Disability Trust, 현재 이름은 Elevate – Christian Disability Trust)의 사역이 떠올랐다.

나는 그곳의 센터에 가서 장애인 예배모임에서 기도회를 인도하거나, 점심시간에 전신마비 장애인들에게 식사를 떠 먹여주는 봉사를 하기도 하였다. 특히 매년 마타마타(Matamata)에서 열리는 National Camp 에 참석하여 장애인을 섬겼던 경험은 참으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져있었다.

주님께서는 어느날 나에게 그 경험을 떠올리시며 ‘장애인가정 성경캠프’ 에 대한 구상을 하게 하셨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캠프장소를 물색하러 다녔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해변이 비탈길에 거친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고 숙박시설들은 신체장애인들이 휠체어를 이용하기에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캠프를 하루만 하기로 하고, 날짜는 12월 첫째주 목요일로 정하였다. 반갑게도 ANZ은행의 직원들이 캠프에서 봉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첫째, 대부분의 장애인과 그 가정들이 캠프에 참석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때까지 우리가 섬겨오던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모두 성경캠프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아프다” 또는 “바빠서 참석 못한다” 면서 모두 거절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강력히 요청해서 여덟 장애인 가정이나마 캠프에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날씨였는데, 통가는 12월부터 3월까지가 우기이고 최고로 더운 계절이며 수시로 싸이클론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캠프 1주일전부터 계속 비가 왔다. 비가 오면 당연히 해변에서 캠프를 할 수 없다. 캠프 전날 저녁에 ANZ은행의 봉사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우리가 내일 새벽 4시에 우무(Umu)를 해야 하는데, 비가 이렇게 계속 오니, 캠프를 할지 말지 지금 결정해서 알려주세요.”

우무는 땅을 파고 땅 속에서 음식을 익히는 마오리족의 항이와 비슷한 통가의 전통 음식이어서 성경캠프에 참석하는 모든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봉사자들의 점심으로 준비하는 것이었다.

우무를 만드는 것은 반나절이 걸리고, 땅을 파야해서 바깥에서 해야한다. ANZ은행에서는 빨리 결정하라고 나에게 계속 전화를 했다. 나와 아내는 일주일째 비가 오는 현실을 앞에 두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나와 아내가 정말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주님, 첫번째 성경캠프입니다. 그동안 집에서 숨겨져 살아 온 장애인들이 처음으로 바깥으로 나오는 날이 아닙니까? 주님의 사랑을 선포하려고 하는데, 제발 비가 멈춰서 내일 캠프를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할 때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지만, 주님께서 내면에 확신을 주셨다. 그래서 ANZ 은행 봉사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캠프할 겁니다. 예정대로 내일 새벽에 우무를 준비하세요”
그리고는 다시 뜨겁게 기도했다. 그러자 드디어 밤 12시가 되면서 비가 그쳤다.


성경캠프에서 탈라노아가 봉사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모든 캠프 일정은 아름답게 진행되었다. 캠프에서 예수님의 사랑으로 섬김이 실천되었고, 복음이 선포되었으며, 장애인들 사이에, 그 가족들 사이에, 그리고 장애인들과 봉사자들 사이에 아름다운 교제가 이루어지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쉼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우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비가 언제 다시 온지 아는가? 캠프를 다 마치고 장애인들과 가족들을 차에 태워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에 철수해서 돌아오는 중에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이 ‘장애인 가정 성경캠프’ 를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이 캠프에는 매년 점점 더 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참석하였다. 또한 다양한 규모의 봉사자들이 도움을 주었다. 나중에는 캠프에 참석하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240명이 넘게되어, 이제는 연령별로 장애유형별로 나누어 일년에 여러번 다양한 형태의 캠프를 하고 있다.

심방사역, 장애인 가족 성경캠프, 그리고 성경공부를 통해 그 동안 통가의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던 죄의식의 벽이 허물어지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또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비장애인들에게 간증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보면서 삶의 소망과 영적인 회복을 허락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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