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성서는 불가분리의 관계라고 생각이 된다. 말씀을 떠난 목회와 기도를 떠난 목회. 말씀묵상이 없는 목회사역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선교사역중에 무엇을 가지고 원시인같은 미개한 원주민들에게 사역을 할 것인가를 생각을 많이 하면서 마지막 결론은, 글을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글을 알게 하고, 성경을 배우게 하고, 성경을 갖게 하고, 읽게 하고, 성경을 생활중심으로 살게 하는 것이 최상의 원주민 사역이라 생각했다.
매일 아침 영어성경 3장씩 읽고 묵상하면서 30년을 지나고 보니 미개한 원주민들과의 소통의 결과는 성경이 가장 효과적인 사역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회자는 어떤 사역을 하든지 성경을 떠나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목회사역이라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말씀 속에서 힘을 얻고 말씀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고 말씀중심의 메시지가 전달이 될 때 감동받는 설교가 될 것이다.
‘목회자와 성서’라는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유명한 독일의 젊은 신학자 본회퍼의 글을 인용하여 말하고자 한다.
“목회자는 성서를 세가지 상황에서 만난다. 강단에서, 서재에서 그리고 기도실에서. 목회자들은 성서를 전체적으로 사용할 때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사용없이 또 다른 사용이 가능치 않다. 누구도 성서를 서재와 기도실에서 다루지 않고 강단에서 해석할 수 없다.”
본회퍼는 그의 설교학 강의에서 목회자의 성서사용의 세 가지를 가르쳤다.
1. 강단에서 성서사용
어떤 설교자들은 회중들에게 신비하고 감정적인 감동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주관화되고 영해화된 해석을 위험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주관과 객관의 중용에 서서 건전한 성서해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서재에서 성서사용
성서본문에 대한 배경연구 그리고 성서본문에 나오는 단어들에 대한 원어적, 신학적 연구 등 설교본문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하나님 말씀을 은혜롭게 전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다른 교부들이나 개혁자들이 동일한 성서본문을 어떻게 설교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서본문이 기록된 과거에 어떤 의미로 성서가 기록되었는지 그 시대상황에 비추어 원래의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회퍼가 강단에서 성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하여 서재와 기도실에서 성서사용을 제시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본회퍼는 기도 중의 성서사용을 아래와 같이 가르쳤다.
3. 기도실에서 성서사용
“목회자들은 회중들보다 더 많이 기도해야 한다. 설교자들은 그들의 믿음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그들의 이해력을 더 밝게 조명 받을 필요가 있다. 성서를 기도 가운데 신중하게 읽는 것은 우리에게 견고한 발판을 제공한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위하여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해준다.”
여기서 본회퍼가 강조하는 것은 기도와 성서의 연합이다. 우리 설교자들은 자주 기도 따로, 성서 따로, 그리고 설교 따로 분리를 한다. 본회퍼가 보는 것은 기도와 성서, 성서와 기도의 하나됨이다.
특히 강단에서의 설교를 위하여, 강단에서의 성서사용을 위하여, 설교자는 기도실에서 성서와의 깊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설교자가 기도로 성서를 읽고 묵상할 때, 기도 가운데 나오는 성서해석과 성서강해는 믿음으로 충만하게 된다.
“기도책상이 우리 설교자들의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루터는 그 기도책상을 가지고 있었다.”(주: 기도책상이라 함은 성서를 올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자그마한 책상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설교자들은 다시 이 기도책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기도와 성서를 연결해주는 이 책상은 설교자들에게 성서를 무릎으로 읽도록 해준다. 많은 세계 교회에서 이 기도책상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 기도책상을 간직하고 설교준비를 위해서 그리고 개인묵상을 위해서 무릎 꿇고 기도하며 성서를 읽는 설교자들이 존재한다.
기도하며 성서를 읽을 때 우리는 성서를 기록한 원저자이신 하나님과 성령님께 겸손히 믿음으로 신뢰하며 말씀을 열어주시고 해석해주시고, 바르게 깨닫도록 기도하며 성서를 읽게 된다.
단지 비판적 이성으로 성서를 다른 인간이 지은 책처럼 읽는 것이 아니고 성서를 거룩한 말씀으로 저자이신 하나님께 간구하며 성서를 읽게 된다.
우리가 언제나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간구할 때 주님은 아무리 어려운 본문이어도, 아무리 설교하기 어려운 상황이어도 우리에게 말씀해주실 것이다.
“매일 설교자들은 성서에 대한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리스도를 만나야 한다.”
설교자들은 매일 매일 개인적으로 성서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회중들에게 설교하려는 목적 외에 먼저 하나님의 음성을 스스로 듣는 개인적인 묵상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성서를 기도 가운데 읽을 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경험을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이 설교사역을 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말씀이 읽히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성서로부터 무엇이 와야 할지는 하나님께 맡겨드려야 한다. 이 설교사역에서 목회자는 오직 신실하고 순종해야만 할 뿐이다.”
이 대목에서도 역시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는 본회퍼의 신학과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 기도로 읽을 때를 포함하여 우리는 어떤 특별한 경험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시도록, 말씀하시도록, 겸손히 그 분 앞에 엎드리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