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싱가포르에 ‘한류’가 유행하면서 너무 많은 한국 음식점들이 갑자기 생겨났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메뉴를 가진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나면서 결국 서로 가격으로 경쟁을 하다보니 제대로 운영을 해보지도 못한 채 몇 달만에 문을 닫는 사례들도 있었다. 양질의 재료와 특화된 기술을 익혀서 한국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아니면 아예 퓨전스타일로 새로운 맛을 계발한다면 보다 시장성 있는 메뉴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어느 식당이 잘된다 싶으면 주변 지역에 가게를 얻어 그대로 모방한 메뉴를 내놓았던 식당들이 결국 파산을 한 것이다.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에 의해 경쟁에 밀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탓이다. 최근에 싱가포르에는 전문적인 한식 프랜차이즈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특화된 메뉴를 들여오면서 색다른 맛의 음식을 선보이게 되었고, 덕분에 현지인들도 다양한 한국음식을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강남 스타일’ 말춤이 유행할 때 싱가포르의 어느 호텔에서는 서양요리를 전공한 한국 셰프가 ‘강남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퓨전요리를 내 놓아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미역국을 현지인과 외국인에게 소개하면서 색다른 서빙으로 접근하여 각광을 받았다.
미역이라는 식재료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과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미역과 국물을 분리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이미 조리된 미역과 해산물만 움푹한 접시에 켜켜이 쌓아서 식탁에 내고 그 미역과 해산물을 장시간 끓여낸 진한 국물을 포트에 담아 미역과 해산물이 담긴 접시에 즉석에서 부어 주며 미역의 효능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특별한 서빙과 새로운 식재료에 대해 의외로 고객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다.
또한 메인요리로는 삼겹살 고추장구이와 보리밥 리조또를 만들어 돌판같은 아주 납작하고 얇은 접시에 담아 냈는데 그 또한 인기가 있었다. 조리방법은 서양식인데 재료는 한국적인 것이라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내 거리에 즐비한 한국 음식점의 특성없는 메뉴들에 식상한 한식 매니아들에게 양식 스타일로 조리한 한식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뉴질랜드에서 선발된 마오리 셰프 2명이 전세계를 여행하며 현지 요리문화를 배우는 방송 프로그램 TVNZ에서‘카레나와 앤 케이시의 키친 외교’의 첫 방송은 한국방문을 통한 한식이었다. 갈비를 깻잎에 싸서 시식하는 문화 체험 및 김치와 홍합과 으깬 고구마와 함께 먹는 삼겹살, 옥수수 퓨레와 순대, 미니 비빔밥등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여 한국과 뉴질랜드의 음식문화를 접목시켰다고 한다.
이는 한-뉴질랜드 FTA 이후 양국의 관계는 매우 가까워지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문화교류’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 될 때 이루어진다. 마치 2중창을 부르는 것처럼 각자의 파트를 유지하며 적절한 하모니가 이루어질 때 더욱 아름답게 들린다.
이민 1세대는 자녀들에게 해외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문화유산을 계승발전 하면서도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는 물론 동화되는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균형과 조화를 위해 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한국요리를 퓨전화하여 그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하려면 한국적인 식재료와 조리방법은 물론 다른 나라의 요리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어릴 때 뉴질랜드에 이민와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에게 한국의 긍정적인 문화유산들을 잘 받아들이고 또한 현지의 제도와 풍습과 에티켓등을 잘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모국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현지 문화의 차이점을 알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적인 문화에 의한 방법들이 국제무대에서 다 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무조건적인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며 복종을 강요하거나, 혹은 부모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눈치만을 살핀다면 뉴질랜드에서 자라난 자녀들과 한국 부모와의 깊은 대화는 멀어지고 갈등의 골도 점점 깊어질 수 있다.
최근 들어 뉴질랜드와 한국 양국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군사, 안보, 외교, 비즈니스, 문화예술, 교육, 관광, 무역, 농수산 등의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차세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양쪽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균형을 가질 때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견인차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자녀들을 오로지 의사, 약사, 변호사, 공무원으로만 진출할 수 있도록 진로를 지도할 것이 아니라 양국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찾아내어,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뉴질랜드의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각자가 발견할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
폭넓은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과 또 발전 가능한 분야에 대해 한인으로서, 기여할 수 있도록 차세대를 균형있게 키워내야 하는 것은, 바로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이민 1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서 자란 자녀들이 이중문화를 잘 소화하고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체험의 과정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다민족 국가에서 리더쉽을 발휘하게 된다면 나날이 발전되고 있는 양국간의 관계 속에서 주류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아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문화예술분야에 관심이 있는 한인 차세대에게는 문화활동을 통한 공공외교와 문화예술 분야의 양국간의 교류증진에 이바지 할 수 있으며, 농업에 분야에 진출하기 원하는 차세대에게는 한국의 스마트 팜(Stmat Farm)과 뉴질랜드의 선진적인 농업시스템을 결합하여 정책적인 연구와 협력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비지니스를 공부하여 글로벌 비즈니스계에 진출하기 원하는 차세대가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좋은 나라로 싱가포르를 제치고 랭킹 1위로 등극한 뉴질랜드의 환경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비지니스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데 앞장을 설 수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고 어떠한 희망을 심어 주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