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한 걸음의 기적 함께 여는 체전의 길

빛나는 제주에서 함께 뛰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제주에서 열렸습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인 선수단과 관계자 9,141명이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뜨거운 도전과 감동의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이 뜻깊은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뉴질랜드에서는 에임하이 관계자와 재뉴질랜드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오클랜드 장애인체육회 대표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리의 방문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뉴질랜드 장애인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 주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올해 107회를 맞은 전국체전에는 전 세계 18개국의 재외동포 선수단을 포함해 30,599명이 참가했습니다. 반면 46회를 맞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해외동포 선수단은 미국 한 나라뿐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장애인 선수들이 국제적인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회와 지원이 더 필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유일한 해외동포 선수단인 미국팀과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어도 재외동포로서 겪는 삶의 고민과 장애인으로서 마주하는 어려움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그들의 도전과 경험을 통해, 해외에 사는 장애인 동포가 대한민국의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일이 단순한 경기 출전을 넘어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매우 뜻깊은 여정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구도, 한인 수도 많지 않은 뉴질랜드가 두 번째 해외 장애인 선수단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우연 속에서 하나님께서 열어 주시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장애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교육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교육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신체적 변화와 청소년기의 여러 어려움을 지켜보며, 체육과 운동이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장애 청소년들이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고 자신감을 키우듯, 장애 청소년들에게도 마음껏 몸을 움직이고 성취감을 경험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간과 전문 지도자, 이동과 돌봄의 제약 때문에 운동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에임하이 데이케어 센터는 일주일에 두 번 수영장과 헬스장을 찾아 체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동 한 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이 필요한지 매번 절감합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수영을 할 때도, 수영장까지 이동할 때도 1대1 보조가 필요합니다. 우리 이용자들이 수영장에 도착하면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안전요원이 배치되기도 합니다. 헬스장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운동할 수 있도록 사람이 적은 장소와 한가한 시간을 찾아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늘 보조 인력이 함께해야 하기에 비용 부담도 큽니다. 그럼에도 이 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운동이 장애인들의 건강과 자립, 자신감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는 장애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일상의 수영장과 헬스장이 장애인 이용자를 충분히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년 전 한국을 떠날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고 관련 시설도 매우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인 ‘반다비 체육센터’를 2027년까지 전국 150곳으로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반다비’는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공식 마스코트인 반달가슴곰의 ‘반달’과 대회를 기념한다는 뜻의 ‘비’를 합친 이름입니다.

반다비 체육센터는 장애인이 당당한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 장애인을 우선하는 세심한 배려, 1천 원에서 2천 원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영과 헬스,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이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또한 큰 기업들이 장애인 체육인을 채용해 급여를 받으며 운동하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모습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DSA(오클랜드 장애인체육회) 대표 나타샤도 세계적인 수준의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장애인 체육시설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뉴질랜드에도 이런 반다비 체육센터가 단 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거듭 전했습니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탐방이나 시찰이 아니었습니다. 뉴질랜드에 사는 장애인들, 특히 한인 장애인들이 꾸준히 운동하고 훈련하여 언젠가 뉴질랜드 대표 선수단으로 한국의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그려 보는 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체전에 참가한다는 것은 단 한 번의 여행이 아니라,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세상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 일입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체전이라는 목표는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소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 선발과 지속적인 훈련, 전문 지도자와 1대1 보조 인력, 체육시설 이용, 유니폼과 장비,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우리 힘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이제 교회와 성도 여러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한 분의 정기 후원은 한 선수의 훈련을 이어 가게 하고, 한 교회의 동행은 한 팀이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줍니다. 후원뿐 아니라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 훈련을 돕는 이들의 지혜와 인내, 필요한 재정과 길이 열리도록 간절히 기도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내미는 한 손길과 한 번의 기도가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합니다”라는 가장 힘 있는 응원이 됩니다. 뉴질랜드 장애인 선수들이 태극기와 뉴질랜드 국기를 함께 가슴에 품고 체전 무대에 서는 그날까지, 사랑으로 동행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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