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설 명절날 서울에 도착한 영국인 선교사 크리스틴 I. 틴링(Christine I. Tinling).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모습 중 하나는 아침에는 말끔한 정신으로 집을 나섰던 사람들이 밤이 되면 술에 취해 돌아오는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60센티미터가량 되는 길고 가느다란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습니다.
파란 눈의 선교사, 한국에 절제운동의 씨앗을 심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절제운동의 사명을 품고 조선 땅에 온 틴링 선교사는 교육에 대한 한국인들의 남다른 열정에 주목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술과 담배의 해악을 알리고, 25세까지 금주·금연을 약속하는 금주 서약서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절제를 평생의 습관으로 이어가도록 도우며 절제운동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틴링 선교사는 세계 절제회 선교사 7명 가운데 한 명으로 파송되어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한국에 머물면서 1923년 9월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를 창립하였고 한국의 여성들이 진리를 위한 동역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100 여 년이 지난 오늘, 파란 눈의 선교사가 심은 절제의 씨앗은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KWCTU)로 뿌리 깊게 이어졌고 이곳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도 뉴질랜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NZKWCTU)로 복음을 중심에 둔 절제운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술, 호기심의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6장 19절)
호기심으로 시작한 술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술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의존 상태, ‘중독(Addiction)’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술 없는 회식과 파티, 술자리 대신 함께 뛰는 ‘러닝 크루’ 등 술을 강요하던 문화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자유도 존중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술자리가 줄었다고 음주 문제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홈술’이라는 이름으로 술이 회식자리에서 우리의 집과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전체 음주량은 여전히 남성이 많지만, 여러 연구에서는 여성의 음주 증가세와 고위험 음주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음주는 그 영향이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합니다.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임신 중 섭취한 알코올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성장과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선천성 질환입니다.
뉴질랜드의 임신 중 음주 예방 캠페인에는 “Definitely, definitely not pregnant?”, “정말, 정말 임신이 아닌 게 확실한가요?”라는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임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말자는 메시지입니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임신 중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아니함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금주는 한 여성에게만 맡겨야 할 절제가 아닙니다. 배우자와 가족, 주변 사람들이 함께 지지하고 지켜 주어야 할 다음 세대를 향한 사랑의 실천이자 건강한 한 생명을 기다리는 소중한 희망입니다.
담배, 한 모금의 시작이 후회를 남기기 전에
최근에는 일반 담배 흡연율은 감소한 반면 전자담배 사용은 늘어 특히 청소년의 새로운 니코틴 중독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작고 세련된 디자인, 화려한 색상과 전자기기 같은 외형, 과일·사탕·민트 등의 향을 더한 전자담배는 담배에 대한 경계심을 낮출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담배를 선택하지만, 반복되면 어느 순간 니코틴에 중독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기 어려워집니다.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기에 앞서, 하나님께서 주신 몸과 자유를 소중함을 깨닫고 중독에 노예되지 않는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마약,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술과 담배를 일찍 또는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서는 다른 약물 사용 위험도 높게 나타납니다. 술·담배·마약은 서로 다른 물질이지만 모두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술중독은 판단력과 자기통제력을 마비시켜서 성폭행이나 살인 등, 모든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게 하는 충동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피로가 풀린다’, ‘집중력이 좋아진다’, ‘살이 빠진다’며 권하는 성분 불명의 제품은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처방된 수면제나 진정제, 강력 진통제를 나누어 복용하거나, 온라인과 SNS에서 판매되는 출처 불명의 제품도 경계해야 합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충동성, 또래집단과 주변 환경도 약물 사용 위험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마약은 접할 기회를 처음부터 줄이고,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절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실천
고난이 때로 축복이 되는 역설처럼, 중독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는 역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술과 담배, 마약처럼 우리를 지배하던 것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이 찾아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와 연약함을 깨닫게 됩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겸손한 의지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 때,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한 세기 전, 오직 하나님께 시선을 두고 홀로 낯선 한국 땅에 온 틴링 선교사는 담대하게 복음과 절제를 전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하나님께서 믿음의 동역자를 허락하시고 그 길을 지켜 주심으로, 맡겨진 사명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절제운동은 중독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생명의 자리로 나아가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와 온전한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절제운동은 구체적으로 모든 중독성 식품의 해악을 알리고, 중독은 예방이 최선임을 교회, 교육계를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계몽하고 있습니다. 절제운동의 목표는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의 도우심을 따라서 금주, 금연, 마약퇴치를 통해서 건강한 나라와 인류사회를 세우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
크리스틴 I. 틴링, 『일본에서 예루살렘까지』, 이미혜 옮김,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2026년. Christine I. Tinling, From Japan to Jerusalem: Personal Impressions of Journeyings in the Orient, Fleming H. Revell, 192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