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이 지나갈때, 예전과 달리 담배 냄새보다 달콤한 과일 향이나 민트 향이 먼저 코를 스치는 경우가 많다. 전자담배, 이른바 ‘베이핑’이 그만큼 우리 삶 가까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냄새도 덜하고 연기도 금방 사라지니, 많은 이들이 이것을 “그나마 건강에 덜 해로운 선택”이라 여기며 담배를 대신해 손에 쥔다.
심지어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 중에도 일반 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갈아탄 뒤, 마치 담배를 끊은 것처럼 안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과연 그런지 우리 몸과 신앙의 관점에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전자담배와 베이핑, 무엇이 다른가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자담배’는 액상을 가열하여 안개 같은 김, 즉 에어로졸을 만들어 내는 기기 자체를 가리키고, ‘베이핑’은 그 기기를 사용해 에어로졸을 들이마시고 내뿜는 행위를 말한다. 하나는 물건이고 하나는 행동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두 말이 크게 구분 없이 함께 쓰이고 있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다른 결정적인 지점은 ‘태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담뱃잎을 직접 태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전자담배는 연소 과정이 없기에 타르처럼 익히 알려진 유해물질의 발생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되물어야 한다. ‘유해물질이 조금 적다’는 것과 ‘건강에 안전하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위험들
전자담배 액상 대부분에는 니코틴이 들어 있다. 니코틴은 잘 알려진 대로 강한 중독성을 지닌 물질이며, 사용할수록 몸과 마음이 점점 더 그것을 갈망하게 만든다. 니코틴은 혈압과 심박수를 끌어올려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고, 특히 임산부나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더욱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니코틴이 없는 제품은 안전할까. 그렇지도 않다. 액상을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새롭게 생성되며, 사용자가 들이마시는 에어로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입자와 여러 유해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기도와 폐를 자극하는 포름알데히드나 아크롤레인 같은 물질이 검출되었고, 일부 제품에서는 니켈이나 납 같은 금속 성분까지 확인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를 결코 안전한 제품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전자담배 사용이 폐와 심혈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마음이 쓰이는 것은 자라나는 다음 세대다.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성장하고 있기에, 니코틴의 영향을 성인보다 훨씬 크게 받는다. 집중력과 기억력, 학습 능력, 그리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한번 중독되면 성인보다 끊어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전자담배를 먼저 접한 청소년이 이후 일반 담배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쌓이고 있으니, 다음 세대를 향한 우리의 관심과 기도가 더욱 필요한 대목이다.
‘끊었다’는 착각
전자담배와 관련해 가장 널리 퍼진 오해는 아마도 “이제 금연에 성공했다”는 착각일 것이다. 실제로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꾸면 일부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니코틴에 대한 의존은 여전히 이어지고, 몸이 감당해야 할 건강의 위험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금연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대규모로 진행한 코호트 연구가 국제 학술지 Nature Medicine에 발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담배를 완전히 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폐암이 발생할 위험이 약 1.56배 높았고,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약 2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50세 이상이거나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온 이들에게서 더욱 뚜렷했다. 물론 이 연구는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을 관찰한 연구이기에 전자담배가 폐암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완전 금연자보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폐암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만큼은, 전자담배를 건강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준다.
몸은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우리 몸이 우리 안에 계신 성령의 전이라고 말하며, 그러므로 우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권면했다(고린도 전서6:19-20). 이 말씀은 단지 금욕이나 절제를 강조하는 율법적 규칙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지어졌는지를 일깨워주는 사랑의 언어다. 우리 몸은 우리 것만이 아니요, 값을 치르고 사신 바 되었기에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이다.
담배든 전자담배든, 우리가 무언가에 몸과 마음을 내어줄 때는 그것이 정말 나를, 그리고 나를 지켜보는 다음 세대를 살리는 선택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광고나 주변의 말만 믿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안심하기보다,우리 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먼저 구하는 것이 신앙인다운 태도일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담배를 시작하지 않은 청소년과 비흡연자라면, 호기심이나 유행을 따라 전자담배에 손을 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완전한 자유를 향하여
지금까지 쌓인 과학적 근거들을 모아보면, 가장 건강한 길은 일반 담배를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담배 제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완전한 금연만이 폐암과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여러 흡연 관련 질환의 위험을 가장 확실하게 줄여줄 수 있으며, 이는 나 자신뿐 아니라 가정과 교회 공동체, 그리고 우리 곁의 다음 세대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실천이기도 하다.
혹시 지금 담배나 전자담배를 끊기 어려워 씨름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 마음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고 싶지 않다. 중독은 의지만으로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홀로 싸우라 하지 않으시고 함께 짐을 지자 말씀하시는 주님이 계시고, 서로 권면하며 함께 기도해줄 공동체가 있다.
주님의 은혜와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도하는 동역자들의 사랑 안에서 몸도 마음도 참된 자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 Nature Medicine, “Switching from combustible cigarettes to e-cigarettes and subsequent lung cancer risk among smoking cessation strategies”
- 세계보건기구(WHO)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BRIC Bio뉴스,「연초 끊고 전자담배로 바꾸면 ‘금연’일까? 완전 금연과 폐암 위험 격차 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