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아래에서 시작된 복음광고의 비전
왜 뉴질랜드인가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을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사는 ‘Kia ora’였다. 낯선 이방인의 질문에 세심하게 길을 알려주는 사람들, 차갑지만 맑고 신선한 공기, 방금 비가 그친 듯 촉촉한 땅.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뉴질랜드의 첫인상이다.
뉴질랜드 6월 말의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인 겨울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날씨는 따뜻했고,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다. 이동하는 길마다 마주한 드넓은 바다와 겨울에도 푸른 초원은 이 땅이 가진 평화로움을 느끼게 했다.
나는 ‘블레싱 JAPAN 캠페인’을 마친 지 불과 2주 만에 다음 캠페인을 준비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향했다. 일본 사역을 마무리하느라 뉴질랜드에 관한 충분한 자료를 살펴볼 여유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에서 오클랜드까지 약 12시간의 비행, 한국과 반대인 계절과 운전석을 몸으로 경험하며 조금씩 뉴질랜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도착한 첫날, 오클랜드한인교회협회 임원 목사님들을 만났다. 장시간 비행으로 행색은 말이 아니었고, 반대편 운전석에도 적응해야 했지만 감사하게도 무사히 첫 미팅 장소에 잘 도착했다.
목사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뉴질랜드 한인교회와 이민교회가 처한 현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민교회 목회는 어느 나라에서나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마음도 들었다.
‘이 목사님들과 교회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문득 하나님께 질문했다.
“하나님, 왜 뉴질랜드로 오게 하셨나요?”
“정말 뉴질랜드에서 복음을 전하기 원하시나요?”
뉴질랜드의 교회와 성도가 함께 복음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야 미팅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기 위해 커튼을 걷었다. 그 순간 창밖 바다 위로 선명한 무지개가 펼쳐져 있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이 땅에서 할 일이 있단다. 복음의전함과 이 땅의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일할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 한가운데 복음을 세우는 일
이번 뉴질랜드 답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현지 교회에서 복음광고 사역의 비전을 나누고 성도들의 동참을 요청하는 ‘워십시리즈’ 일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오클랜드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모일 연합기도회 장소와 연합거리전도 구역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복음의전함은 뉴욕과 도쿄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시의 중심에 복음광고를 세우고자 한다. 그리고 현지 교회와 성도들이 교단과 교파를 넘어 연합하여 거리로 나가기를 소망한다. 오클랜드 중심에 예수님 광고를 세우고 같은 복음의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전도엽서를 나누며, 예수님의 이름을 오클랜드 시민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예수님 광고는 단순히 거리에 하나의 광고물을 설치하는 일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만 머물 수 있는 복음의 메시지를 사람들의 일상 한가운데로 가져가는 사역이다.
출근하는 길, 학교에 가는 길, 쇼핑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수님의 이름을 마주하게 된다.
그 짧은 만남이 누군가에게는 하나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되며, 또 누군가에게는 교회와 복음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광고 한 번으로 한 사람의 삶이 곧바로 변화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그 씨앗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지는 하나님께서 결정하실 것이다.
예상과 달랐던 오클랜드의 모습
우리는 먼저 오클랜드 시티로 나가 복음광고를 설치할 매체와 연합거리전도를 진행할 구역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티의 거리는 비교적 한적했다. 문을 닫은 상점들이 있었고, 거리에는 노숙인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오클랜드대학교가 방학 중이었고 평일 낮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예상했던 활기찬 번화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현지 목사님들 역시 “시티가 예전 같지 않다”, “도심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마음속에 의문이 생겼다. ‘이대로 캠페인을 준비해도 괜찮을까?’
미국과 일본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며 경험했던 가장 큰 은혜는 현지 교회와의 연합이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한인교회뿐 아니라 ‘키위교회’라고 부르는 현지 교회와 어떻게 연합할 것인가라는 숙제도 남아 있었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까지 현지 교회와의 미팅은 한 건도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만남의 과정에서 광림교회 정명환 목사님을 통해 뉴질랜드 엘림처치의 김혜원 목사님을 소개받았고, 총괄 목회자인 스튜어트 옥스퍼드 목사님과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크리스천라이프 발행인 이승현 목사님의 소개로 뉴라이프처치 안재승 목사님도 만나게 됐다.
현지에서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미팅이 성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막막해 보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계심을 이번 만남들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캠페인은 우리가 계획하지만, 연합은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신다.
“정말 뉴질랜드에서 복음을 전하기 원하시나요?”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하나님께 질문했다.
“하나님, 정말 뉴질랜드에서 복음을 전하기 원하시나요? 뉴욕과 도쿄에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많고, 전도하는 사람과 복음을 듣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클랜드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여러 질문과 씨름하다 답답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비행기 아래 구름 사이사이에 여러 개의 무지개가 보였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첫날 바다 위에서 보았던 무지개가 다시 떠올랐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질문에 모든 계획과 방법을 설명해 주신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님께서 교회와 성도를 통해 일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하게 하셨다.
답사 중 많은 목사님이 물으셨다.
“왜 호주는 가지 않고 뉴질랜드에만 오는 것입니까?”
이제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님께서 뉴질랜드의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이 땅 가운데 복음이 전해지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친히 일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교회와 함께 세우는 복음광고
블레싱 뉴질랜드 캠페인의 중심은 예수님 광고를 세우고, 어느 한 교회만 동참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사랑하고,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거리로 나아가는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다.
아무리 크고 멋진 광고를 세우더라도 현지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참여가 없다면 그것은 하나의 이벤트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성도들이 같은 마음으로 거리로 나아갈 때 예수님 광고는 도시를 향한 교회의 고백이 된다.
“우리는 이 도시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이 땅의 영혼들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의 소망이심을 믿습니다.”
블레싱 뉴질랜드 캠페인은 한국에서 온 한 선교단체가 뉴질랜드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뉴질랜드 교회와 성도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와 이웃을 축복하고 복음을 전하는 연합운동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뉴질랜드를 기억하며 기도하고 있다. 오클랜드 도심에 세워질 복음광고를 통해 누군가가 예수님의 이름을 처음 만나기를 기도한다. 교단과 교파, 한인교회와 현지 교회의 경계를 넘어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연합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이 사역이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뉴질랜드의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시작하실 일을 기대한다.
Blessing New Zealand!
이제 뉴질랜드의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복음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갈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