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Etas 지역에 하신 일

식수가 절실해요
어느 날 Dick이라는 간호학교 학생이 자기가 묵고 있는 삼촌 댁의 식수를 퍼 나르기 위해 매일 같이 왕복 40분 거리의 산 밑의 강까지 물통을 운반하는 게 매우 힘들다고 얘기를 한다. 약간 고지대에 집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지하수가 나오는 곳이 없으며 지하수가 흐른다 해도 퍼 올릴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란다.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딬의 삼촌 집을 방문했다. 맨땅의 바닥에 풀로 짠 자리를 깔고 벽은 나무로 엮었으며 헌 양철 조각과 판자 조각으로 얼기설기 덮여 있었다. 지붕은 풀로 덮었으며 움막 안에 많은 식구들이 살면서 한쪽 구석은 부엌으로 쓰고 있어서 집안은 어두컴컴하고 온갖 살림 도구들로 지저분했다

문제는 지붕이다. 비가 내려도 빗물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붕을 함석으로 덮는다면 빗물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빗물 탱크를 큰 것으로 설치하면 딬의 집 식구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함께 혜택을 볼 수 있기에 조금 큰 집을 지어서 교회로 사용하면 일거양득이라 생각되었다. 불행하게도 딬의 삼촌이 살고 있는 집을 비롯해 부락 전체가 남의 땅에 무단으로 집을 짓고 살고 있어서 건축을 할 수 없었다.

수동식 공구로 이루어진 에타스 은혜 교회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다른 부락의 죠셀이라는 장로 한 분이 소문을 듣고는 자기 땅을 필요한 만큼 줄테니 그곳에 교회를 지어주었으면 하고 부탁한다. 이제 부지도 마련됐지만 문제는 건축비가 없는 것이다. 약 700만 원 정도 예정됐었는데 한 달 사역비도 넉넉치 못한 당시 상황에 누구에게 부탁할 형편도 못 되어 실망한 나머지 “이러실 거면 왜 저를 보내셨느냐?”고 하나님께 항의도 해보았다.

고민을 하며 기도해 오던 중 지인과 함께 크루즈 여행으로 바누아투에 온 여의도 순복음 교회 장로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했는데, 그 분께서 나의 사역에 필요한 사항을 물으시기에 주저 없이 700만 원을 말씀드렸다. 장로님께서 귀국하자마자 건축비를 보내주시어 드디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주로 손과 발을 이용한 완전 수동식 작업이었다, 바누아투의 땅은 어느 곳을 파보아도 화산석과 산호 조각이 나오는 거친 토양이다. 삽으로 땅을 파고는 코코넛 열매껍질로 흙을 퍼내는 식으로 구덩이를 판다. 습기 차고 무더운 날씨에 코코넛 열매 물을 6-7개씩 마셔가며 현지 젊은이들의 도움으로 한 달 남짓에 교회는 완성되었다.

뉴질랜드 건축 방식으로 목재를 사용한 건축인데 지진이 많은 나라인지라 시멘트 벽돌 건물보다는 목재 건물이 더 안전한 장점도 있다. 원래의 건축 목적이었던 식수 공급을 위해 대형 물탱크기 필요했는데 이 역시 큰 비용을 요했으므로 뉴질랜드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영사관 직원 중에 한국인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대형 물탱크를 두 개나 지원받을 수 있었다.

주일이면 교인들은 프라스틱 물통과 빈 병들을 가지고 와서 식수를 받아 간다. 지하수는 석회 등 광물질이 많아서 물을 끓여보면 냄비 바닥에 하얗게 찌꺼기가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그보다는 빗물이 더 깨끗한 셈이다.

이번에는 은혜 유치원을
소수의 대형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바누아투 교회에는 담임목사 제도가 없다. 노회에 소속된 여러 목사들이 각 교회를 순회해 가며 예배와 제반 행사를 진행한다. 따라서 주일에만 예배를 드릴 뿐 주중에는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어서 텅 빈 건물이 된다.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에타스 지역 역시 그 지역에는 아무런 학교가 없는 외딴곳이기에 주중에는 유치원으로 활용하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을 위한 별도의 건물도 필요치 않고 경제적 부담도 그리 크지 않으므로 마을 주민들 역시 유치원 설립을 크게 환영한다. 그리하여 은혜 교회 부설 유치원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1년 후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하면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근에 초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버스를 타고 시내의 초등학교에 가면 되겠으나 이곳 사람들에게는 버스비도 문제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해결책이 한 교실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1년생이 오전 오후로 나누어 2부제 수업으로 공부를 하는 방법이었다. 그다음 해에는 유치원, 초등 1학년, 초등 2학년이 3부제로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초등학교가 절실했다.

초등학교를 세우신 하나님
헌신적인 죠셀 장로의 사랑으로 이웃에 초등학교를 지을 부지는 마련되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문제는 건축비였다.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도 없어서, ‘하나님께서는 불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시면 기각하시겠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시면 누군가를 통해서라도 일을 하시리라는 믿음으로 기도만 하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사정을 알게 된 광주 남광교회에서 건축비와 인력을 동원해 교실 6개를 완공할 수 있었다. 식수가 필요해서 시작된 일이 교회로 바뀌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발전해가는 에타스 지역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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