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와 제주도를 닮은 땅, 뉴질랜드
사진으로만 보던 아오테아 광장(Aotea Square), 그 설레는 길목에서
오랜만에 오세아니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2017년 9월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당시 ‘6대주광고선교캠페인’을 위해 우리 복음의전함 팀이 뉴질랜드로 향했을 때, 저는 한국의 본부에서 뉴질랜드의 현장 팀을 백업하며,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을 사진과 영상으로만 접했었지요.
화면 속 아오테아 광장을 가득 메운 성도님들의 찬양과 기도를 보며 언젠가는 저 광장에 직접 서서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리라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그 땅에 첫발을 내딛게 되니, 감회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새로웠습니다.
이번 여정의 시작점은 사실 시드니였는데요. 도착하고 마주한 ‘새똥 세례’는 저를 무척 당황하게 했고, 화장실에 침대가 있는 건지? 침대 옆에 변기가 있는 건지 모를 좁은 숙소와 낯선 환경에 하나님께서 이 땅에 저를 가장 낮은 마음으로, 광야의 심정으로 서게 하시려는 유쾌한 환영 인사처럼 느껴져 감사함으로 웃으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와이와 제주도를 닮은 땅, 뉴질랜드와의 첫 만남
시드니를 거쳐 드디어 도착한 오클랜드의 첫 느낌은 마치 하와이의 활기와 제주도의 평온함이 절묘하게 섞인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출장만 가면 비를 몰고 다녔던 저였지만, 이번 뉴질랜드는 참 달랐지요. 첫날의 짧은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듯 투명하고 맑은 하늘이 계속해서 이어졌답니다.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현지에서 맛본 ‘롱블랙’과 ‘플랫화이트’는 커피를 잘 모르는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깊은 풍미를 선사해주었는데요.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맛은, 마치 뉴질랜드 성도들이 가진 단단한 신앙과 외지인을 향한 따뜻한 친절을 꼭 닮은 듯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더 깊이 스며든다면 이 땅은 얼마나 더 빛이 날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본격적인 답사의 발걸음을 옮겨보았습니다.
8장의 딱딱한 ‘신용카드’보다 값졌던 단 한 장의 따뜻한 ‘미소카드’
이번 답사 중 가장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오클랜드 시내 버스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렌트 없이 현지 교통을 이용해보려 야심 차게 챙겨간 8장의 신용카드가 어찌 된 일인지 단 한 장도 인식되지 않더군요. 뒤로 길게 늘어선 승객들의 줄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던 제게, TV에서나 보던 거구의 마오리족 기사님은 오히려 인자한 미소로 “괜찮다(It’s okay)”며 저를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뒤에 서 있던 승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재촉하거나 짜증 낼 법도 한 상황인데, 그들은 오히려 당황한 이방인을 향해 넉넉하고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었지요. 결국 기사님은 카드를 사 올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며 저를 배려해 주셨고, 그 친절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넉넉한 마음 밭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토록 따뜻한 이들의 심령에 복음이 심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열매가 맺힐까’ 하고 말이죠.
평온한 풍경 너머 묵묵히 견뎌내는 사명의 무게
하지만 평화로운 풍경 너머로 마주한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10년 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한인 인구, 일자리 문제로 호주나 영국으로 떠나는 청년들의 뒷모습은 한인 교회의 위축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었지요.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목회 현장의 실상이었습니다. 평신도인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는 무척 조심스럽습니다만, 많은 목사님이 목양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낮에는 생업 전선에서 땀 흘리고 밤낮으로 사역을 병행하는 ‘이중직’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고 계셨거든요. 눈부신 대자연의 빛에 가려진 척박한 영적 토양, 그 위에서 눈물로 복음의 씨를 뿌리는 목회자분들의 고군분투가 제 마음을 꽤 묵직하게 짓눌렀습니다.
“내가 밟는 모든 곳을 내가 너희에게 주었노니”(수 1:3)
퀸 스트리트를 적신 땀방울, 그 길 위의 기도
저는 뉴마켓에서부터 오클랜드 시티의 심장부인 퀸 스트리트까지 반나절을 꼬박 쉼 없이 걸어보았습니다. 곧 시작될 사역에 맞춰 복음 광고가 게재될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질 정도로 구석구석을 누볐지요. 가을 햇살이라기엔 제법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방울이 흐르고 발도 아파 절뚝거리며 살갗이 검게 그을렸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만큼은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퀸 스트리트 끝자락에서 페리와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바쁘게 오가는 수많은 인파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저들의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 예수님의 위로와 사랑이 담긴 광고가 걸릴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기도가 절로 터져 나오더라고요.
사실 이번 방문은 연합 거리 전도와 기도회 장소를 물색하려는 목적도 컸는데요. 지도가 그려질 만큼 시티 구석구석을 훑었던 이 길은 단순히 장소를 체크하는 업무를 넘어, 9년 전 한국에서 사진으로만 마주하며 기도했던 그 소망을 현실로 일궈가는 소중한 ‘영적 땅 밟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통해 흐르는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
이번 여정에서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역시 ‘사람’ 이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다 처음 실물로 대면한 한우리교회의 사역자들과 장로님들, 교회의 연합과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오클랜드한인교회협의회(이하. 오한협) 임원들과의 함께한 시간은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특히 도착하는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공항 픽업 등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크리스천 라이프의 장명애 대표와 이승현 발행인, 그리고 오랜 시간 변함없이 곁을 지켜 주신 지역교회의 목사님들과 장로님, 성도님들의 사랑은 뉴질랜드가 결코 외로운 땅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올 때는 여행자가 아닌 복음의 증인으로
귀국길(오클랜드-홍콩-대한민국), 홍콩에서의 11시간이라는 긴 경유 시간을 견디며 이번 출장을 가만히 돌아 보았습니다. 사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다음에 꼭 가족들을 데려와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 곳은 뉴질랜드가 처음이었답니다.
하지만 그 다짐 뒤에는 더 소중한 약속이 남았습니다. 다시 이 땅을 밟을 때는 단순히 멋진 풍경을 보는 여행자가 아니라 더 크고 선명한 ‘복음’의 메시지를 들고 오겠다는 다짐 말입니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입니다. 대자연의 해(태양)가 가장 먼저 비추는 이 땅이 이제는 복음의 빛이 가장 먼저 타오르는 영적 발원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보며, 비록 지금은 환경이 어려울지라도 우리가 연합하여 그 빛을 발할 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이 땅을 다시 회복시키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복음의전함은 이제 그 영광의 날을 위해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맵니다. 조만간 사랑과 은혜, 기쁜 소식을 들고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도로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음의 전함 정운상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