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비누도 가지가지 pt. 2

오늘의 주제는 비누는 무엇으로 시작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끝나느냐가 되겠다.

비누의 시작
비누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 성분은, 고급지게 말하자면 오일(oil)이고, 좀 없어 보이게 말하자면 기름이다. 비누의 70-80%가 오일이니 비누는 바로 오일에서부터 시작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누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오일은 올리브유, 코코넛유, 팜유, 피마자유, 시어버터 등이 있는데, 이들의 성질은 조금씩 다르다.

올리브유는 오일 나라의 귀족으로, 성질이 순하고 부드러우며 보습력이 좋다. 그래서 아기 비누에 많이 쓰이는데, 대신 올리브유가 많이 들어가는 비누는 거품이 다소 부족해 뭔가 깨끗이 씻었다는 느낌은 좀 떨어질 수 있다. 올리브유는 식용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이분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올리브유는 추출 방식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는데, 냉압착 방식으로 짜내어 산도가 0.8% 이하인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 오일은 향미와 영양이 풍부하여 오일 나라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나 그만큼 모시기 힘든 높은 가격 때문에 비누에 사용하기가 꺼려지는 분이시다.

많은 비누쟁이들이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버진(Virgin) 올리브 오일을 주로 모시고 있는데, 추출 방식은 같으나 산도가 좀 더 높다. 냉압착 방식을 벗어나 고온 및 화학 처리로 불순물을 제거한 올리브유에는 정제(Refined)라는 딱지가 붙는다. 대량 생산에 적합한 생산 방식이지만 이 과정에서 올리브 특유의 향과 맛이 날아가 버려 과연 올리브, 그분이 맞으신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정통성을 의심받는 처지에 있다. 이로 인해 정제 올리브유에 소량의 버진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 올리브유에는 퓨어(pure) 또는 라이트(light)라는 딱지가 붙어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다.

코코넛유는 특유의 달고 고소한 향이 있어 식용유로 많이 쓰이지만 보습, 항염 등의 성분이 있어 피부에도 애용되고 있다. 비누에 사용하면 세정력과 거품, 단단함을 아우르는 훌륭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풍성한 거품이 세정력을 높여 주지만 건성 피부에는 자극적일 수 있고, 좀 많이 넣으면 거의 주방세제 퐁퐁 수준의 거품을 보여준다.

팜유는 가성비가 뛰어난 기름이다. 작은 면적에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이 착하다. 또, 포화지방이 많아 가열하거나 장기 보관해도 잘 산패되지 않아 보존성이 좋은 데다가 비누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에 많은 비누쟁이들이 애용했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자연훼손이 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너도나도 팜유를 손절하는 분위기였다. 요즘에는 지속 가능한 팜 오일(Sustainable Palm Oil), 즉 생산 단계에서 환경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만들어진 제품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피마자유(Castor Oil)는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약용 및 화장품 용도로 사용되어 온 다목적 오일이다. 고보습 오일로 건조하거나 각질이 생긴 피부에 효과적이며, 두피에 바르면 혈액순환을 도와 모근 강화 및 탈모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여 예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이것을 머릿기름으로 많이 애용해 왔다. 피마자는 아주까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식물인데, ‘아리랑 목동’이라는 노래에 보면,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아무리 고와도’라는 가사도 나온다.

시어버터(Shea butter)는 오일의 나라에서 유일하게 버터의 작위를 받았다. 이는 시아 나무에서 추출한 오일이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기 때문인데,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고 보습 성분이 뛰어나 피부용 크림이나 화장품에 많이 사용된다. 사실 코코넛유, 팜유도 상온에서 고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따지면 버터로 불러야 하지 않냐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다 열거할 순 없지만,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호호바유, 아보카도유 등도 필자가 종종 사용하는 오일들이다. 그리고 이런 오일들은 모두 비누화 값이 달라서, 정확한 측량과 계산이 수반되어야 각 오일들의 좋은 성분도 살리고 쓰기에도 편한 비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비누의 시작, 그 중심이 되는 오일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럼 이제는 비누의 끝을 향해 가보자.


비누의 끝

비누의 끝이 무엇이냐는 비누가 결국 무엇이 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물을 묻혀 싹싹 비벼진 비누는 우리 손에서 거품이 되고, 그 거품은 물과 함께 씻겨져 사용감을 남긴다. 비누쟁이들이 자식들을 테스트하는 최종 관문은 바로 이 거품과 사용감이고, 이것으로 그 비누의 가치가 결론이 난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크림 거품형’
거품이 마치 카페라떼 위의 우유 거품처럼 곱고 풍성한 아이들이 있다. 올리브유, 시어버터 같은 고급 오일들이 주재료고, 콜드 프로세스 방식으로 정성껏 숙성시킨 경우가 많다. 거품이 풍성하면서도 조용히 오래 남아 있는 이런 비누는 건성 피부에 좋다. ‘로션 반 통 바른 듯한 세안’이라는 누군가의 사용 후기를 듣고 비누쟁이로서의 자부심과 뿌듯함이 밀려온 적이 있다.

크고 요란한 ‘거품파티형’
물만 닿으면 풍선처럼 펑펑 거품이 올라오고, 양도 많고, 클렌징도 야무지게 된다. 코코넛 오일, 팜 오일이 주로 들어갔거나, 수제 비누가 아니라면 합성 계면활성제가 들어갔을 수 있다. 세정력은 좋은데 건조함이 남는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이런 비누를 텐션 최고조인 멍멍이 같은 녀석이라 부른다. 잠깐은 좋지만 오래 함께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그런…

거품이 적은 ‘묵직한 침묵형’
거품이 거의 없거나 미세하게만 생기는 타입이다. 처음엔 “이거 불량 아냐?” 싶지만, 얘네가 진짜 진국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100% 올리브유 비누, 일명 카스틸 비누가 여기에 속한다. 카스틸 비누는 올리브가 풍부한 스페인의 카스티야 지방에서 유래한 100% 올리브유로만 만들어진 비누로 최근에는 꼭 올리브유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 오일로만 만든 비누를 지칭하게 되었다. 이 비누는 첫인상이 무뚝뚝해도 쓰면 쓸수록 피부에 좋은 게 체감된다. 마치 좋은 인간관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요란하진 않아도 깊이가 있는 비누. 어쩌면 가장 ‘성숙한’ 성격의 거품이라 할 수 있겠다.

거품만으로도 비누의 성격을 많이 알 수 있지만, 자신의 작품에 까다로운 비누쟁이들은 pH 테스트도 해 본다. 비누를 물에 녹여 pH 농도를 측정했을 때 7~10 사이면 적당하다. 이보다 높으면 피부 자극이 크다. 민감한 피부를 가지신 분들은 비누를 고를 때 귀 뒤나 팔 안쪽에 소량 써보고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패치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처럼 다양한 비누들이 있다. 중요한 건 단순하게 있는대로 쓰는 게 아니라 내 피부와 용도에 맞는 비누를 찾아 쓰는 거다. 그렇게 할 때 잠언 27장 17절에 좋은 친구가 당신의 얼굴을 빛나게 해 준다 말씀하셨듯, 좋은 비누도 당신의 피부를 매끈하고 광이 나게 해 줄 것이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