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데이 프로그램의 효과

매일 아침 출근길의 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에스크데일 묘지를 지나갑니다. 계절에 따라서 태양은 방향을 조금씩 바꿔가며 떠오릅니다. 때로는 묘지 위로 바짝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왼쪽에서 또 어떤 날에는 오른쪽에서 떠오릅니다. 그리고 흐린 날에도 볼 수 없지만 태양을 떠오르는 게 분명합니다. 그 언덕을 넘어서면서 아침 이슬을 나지막하게 불러봅니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로…”.


전쟁터 같은 하루의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묘지 언덕을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석양이 온 산언저리를 붉게 물들입니다. 붉은 노을 언덕을 아래로 내려가면 거기 따뜻한 집 스위트 홈이 있습니다.

묘지를 지나면서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이 어딘가?”라고 하는 지혜자의 질문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현자는 그곳이 묘지라고 말했습니다. 묘지에 많은 부장품이 묻혀 있다거나 지혜로운 자의 육신이 묻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데 의외로 물질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진짜 보물은 바로 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의 브레인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브레인의 가치는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위대하고 큰 일을 할 수 있는 크고 굉장한 것입니다. 혁명을 일으키고 한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모든 질병을 고치고,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일들을 사람의 브레인의 창작물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굉장한 능력을 가진 값비싼 브레인들이 그 기능을 채 몇 퍼센트도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묻혀 있는 곳이 무덤이라는 것입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아침저녁마다 지나가는 묘지가 새롭게 보입니다.

디멘시아는 뇌의 기능이 현저하게 상실되어 생기는 삶의 현상입니다. 그러나 디멘시아가 아니어도 그 폭이 크든 작든 나이가 들면서 뇌의 작동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중요한 기억을 깜빡깜빡할 때 우리는 “내가 치매에 걸렸나 봐?” 이렇게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전에 글에 썼듯이 무엇을 잊어버리고 또 무엇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모두 다 디멘시아는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의 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50세 이후부터 뇌의 기능이 축소되어지고 점차적으로 더 육신의 기능들이 약해져 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디멘시아는 특정 부분 브레인이 병으로 인해 회복 불가능하게 상실되어 인지 기능이 상실되는 질병입니다. 그러나 특정 영역이 상실되었다고 해서 모든 브레인이 정지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상실은 두 가지 모습으로 반응합니다. 어떤 이는 치매가 걸리자마자 모든 인생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이는 그 과정을 즐기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부분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레인은 사용하면 죽을 때까지 계발됩니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으면 인지 기능이 줄어들고 기억력이 줄어듭니다. 기억력을 좋게 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의외로 걷기와 발란스 잡기 운동입니다. 뇌는 우리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뇌의 기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편안한 소파에 누워 티비나 영상을 보는 것입니다.

진희 어르신 이야기
디멘시아 센터에 처음 오신 날 진희 어르신이 한 말 중에 가장 많이 하신 말은 “나는 머리가 나빠져서 아무것도 못 해!”하는 말이었습니다. 진희 어르신은 40년간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그녀의 평생의 삶은 몸으로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을 돕고 시간에 맞추어 돌보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확성이 요구되는 것을 잘하지 못하자 진단받았고 디멘시아로 판정되었습니다. 가족은 진희 어르신을 보호한다고 집안에만 있도록 하고 모든 일에서 제외되고 티브이만 보는 삶이 계속되었습니다. 진희 어르신의 인지능력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자녀 이름을 제외하고 손자 손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가족이 디멘시아 센터를 알게 되었고 질리 어르신을 저희 센터에 모시고 왔습니다. 처음에 센터에 오는 분들이 그렇듯이 그녀는 조용 앉아있었고 어떤 놀이도 나는 할 줄 몰라 하시면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데려오기를 오래 기다렸습니다. 늦게까지 혼자만 남아 있게 되어 나는 진희 어르신의 삶의 이야기와 신앙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희 어르신은 간호사로 살아온 이야기 첫 아이를 만난 기쁨, 예수를 믿었던 처음 시간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개인적인 시간을 갖게 되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진희 어르신은 센터에 오면 나를 만나 반가워했고 운동과 놀이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숫자 보드게임을 잘했습니다. 점차 운동과 활동에 참여가 늘어나면서 기억력도 대화의 폭도 커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른 참여자들이 방황하거나 활동에 잘 참여하지 못하면 어느새 곁에 가서 아주 편안하게 어려워하는 사람을 돕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진희 어르신의 평생에 몸에 밴 간호사의 섬김의 태도가 드러나는 시간입니다. 운동과 사회 활동이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 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일화입니다.

데이 프로그램 센터는 디멘시아 판정을 받고 나서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 기능을 끝까지 다 사용하고 가게 되는 그런 곳인 것 같습니다.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은 우리 인생의 또 다른 삶의 한 모습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관인 브레인에 장애가 있어 독립적인 판단이 필요한 삶을 사는 것을 어렵게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오히려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처음에 디멘시아 센터에 올 때는 사람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는 근심이 사라집니다. 더불어 가족들의 표정도 바뀝니다.

다비 어르신 이야기
다비 어르신은 법조인이었습니다. 디테일이 중요한 직업인데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게 되어 직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비 어르신은 자발적으로 디멘시아 센터에 등록했습니다. 다비 어르신은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운동과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글을 쓰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글을 읽고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센터에서 다른 참여자를 돕고 센터의 음식을 준비하고 활동을 준비하는데 스태프를 도와 활동을 잘했습니다. 다비 어르신은 지적이고 신체적인 활동을 잘 유지해서 건강하게 생활하였습니다.

티브이에서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식당 프로젝트 기회가 주어져서 참가자로 추천했습니다. 다른 출연자들과 식당 세프 역할을 잘하여서 좋은 티브이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에게 호평받고 있습니다.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자신과 가족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비 어르신이 경우처럼 디멘시아 진단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생활을 조절하면 다른 삶으로 인생을 사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진희 어르신과 다비 어르신의 사례는 디멘시아를 가진 분들이 인지 능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 활동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진희 어르신은 간호사로서의 경력이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센터에서의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다비 어르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디멘시아 진단 이후에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이는 디멘시아를 가지고도 어떻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올 한 해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과 생활하면서 한국인들을 위한 월요 디멘시아 센터를 운영해 왔습니다.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을 허용하고 안전한 환경 가운데 꾸준한 신체 활동과 영적인 활동, 그리고 사회활동을 안전한 곳에서 참여할 수 있는 한국인 센터가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