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디멘시아’ 인생 끝에 찾아오는 인생의 봄날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 제일 따뜻했을까요? 사람마다 그 느낌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지금이 가장 좋은 봄날이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병을 앓았다가 회복했거나, 완치되지 않았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경우라면 오늘이라는 시간은 참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진 어르신 이야기
진 어르신은 암으로 큰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오랫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꼼짝없이 집에 갇혀 지내던 시간 동안 어르신 모임의 카톡방이 세상과의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작은 글이라도 올라오면 제일 먼저 댓글과 ‘좋아요’를 달아 주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이 활발한 어르신이 암 투병 중인 줄 몰랐습니다. 모임방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어르신을 보며, 그저 모임에 헌신적인 모습이 좋을 뿐이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환한 얼굴로 나타난 어르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에요. 오늘이 내 인생의 봄날이에요.”라고 하며, 모임에 와서 말씀을 듣고 찬양을 부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암 치료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어 치료가 끝나자마자 달려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매주 빠지지 않고 찬양 노래방까지 다 마치고, 가실 때마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축복을 하고 갑니다.

어르신들의 모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알곡’들이 남는 것 같습니다. 건강을 잃고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모든 것을 감사하게 여기는 분들이 끝까지 남습니다. 원숙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빛나는 지혜의 황금봉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항상 감사하는 것’이라는 황금 같은 지혜입니다.

정직한 어르신 이야기
디멘시아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과 지내면 그분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직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르신과 함께 있으면, 그날은 더 지혜로워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85세를 넘기고 디멘시아를 겪고 계신 분들은 웬만한 일에 동요하지 않습니다.


정직한 어르신은 모임에 올 때 도시락을 꼭 싸 와서 자기 몫의 도시락을 먹습니다. 우리는 정직한 어르신이 건강상의 이유로 음식을 가려 먹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시력이 좋지 않고, 청력이 약하기에 음식을 흘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손에 잡기 쉬운 샌드위치를 꼭 싸 온 것이었습니다.

정직한 어르신은 항상 긍정적으로 말을 합니다. 지난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냐고 물으면 “나쁘지 않아” 혹은 “모든 것이 다 좋아”라고 답합니다. “나는 눈도 잘 안 보이고, 소리도 잘 안 들리지만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합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나도 한때는 돈도 많았고, 지금도 많지만.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았고 운동도 잘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지나간 일이고, 나는 눈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늙은이입니다.”라며 웃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숨 쉬고,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지요”라고 말합니다. 저는 정직한 어르신을 뵐 때마다 인생이 원숙하게 익어간다는 것을 조금씩 더 배웁니다.

질 이모 이야기
질 이모는 “내가 40년간 간호사로 일했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디멘시아를 겪고 있지만, 그녀를 만나면 누구나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관절염으로 인해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걷지만, 다른 사람의 작은 불편조차 참지 못하고 도우려 일어섭니다. 질 이모와 함께 있으면 내가 이분을 돌보는 건지 이분이 나를 돌보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작은 것을 가르쳐 드리면 너무 기뻐합니다.

“내가 잘 몰라, 그리고 잘 잊어버려. 그렇지만 한번 해볼게.”라고 하며, 어떤 일이든 흥미롭게 도전하는 이모를 보며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디멘시아 아름다운 성품
디멘시아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을 잃어가지만 내가 만난 디멘시아를 겪는 분들은 항상 긍정적이고 대부분 친절합니다. 자신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 성품은 아마 평생을 살아오며 만들어온 인생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우리 센터에 오는 사람 대부분은 사랑스럽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친절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 성품의 진가는 기억이 사라져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지금의 순간에 더욱 드러납니다.

인생 끝에 찾아오는 기억 상실의 시간은 오직 순수한 기억만 남겨서 천국으로 인도하는 하나님의 또 다른 계획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85세가 넘으면 기억력 상실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게 찾아옵니다.


디멘시아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예방을 위해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친구가 있다면 디멘시아의 진행이 늦춰지고, 순수함을 회복하며 존엄을 유지한 채 인생의 다시 찾아온 봄날을 누릴 수 있습니다.

디멘시아가 찾아왔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디멘시아를 겪는 분들과 친구가 되어주세요. 내가 친구가 되어주면,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그 시간에 좋은 친구들이 내게 찾아올 것입니다.

주바라기 사랑방은 디멘시아를 겪고 계신 분들과 그분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분들이 함께 모이는 모임입니다. 디멘시아를 겪고 계신 분들의 인지 개선 활동을 통해 친구가 되어 주는 분들도 더 건강해지십니다. 주바라기 사랑방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월요일에 노스코트 오네와 로드에서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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