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월요일은 그저 교회 가는 다음 날일뿐 사실상 요일이 큰 의미가 없다
회계사로 근무하면서 보편적인 월요일 – 금요일, 9시 출근 – 5시 퇴근을 할 때에는 주일에 한 시간 한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웠다. 주일에 사람들과 예배 후 뒤풀이를 마무리한 뒤 인사할 때, 마치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이라는 코너가 마친 뒤 나오는 ‘따딴따~’의 배경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행이 없는 날에 주일에 교회를 마친 뒤 다른 사람들이 출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나는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씩 웃는다. 이제는 은행 업무도 느긋하게 볼 수 있고 평일에 내가 미용 선생님의 시간을 맞출 수도 있고 GP도 편하게 보러 갈 수가 있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게 최고라는 말이 있지만 생각해 보면 남들 일할 때 내가 일해서 정말 불편한 것이 많았었다. 내가 퇴근하면 그 사람들도 퇴근해야 하므로 아쉬운 사람이 반차를 내거나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개인 업무를 보아야 했다. 이제는 편하게 정상 업무시간에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다
로스터 나오는 날과 출근길이 설렌다
나는 로스터 개념을 고등학교 호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후로는 접해보지 못했다. 그마저도 난 항상 주말 아침 7시에서 10까지 근무가 고정적이었기 때문에 로스터가 별 의미가 없었다. 회계사로 근무할 때는 말할 것도 없었고 유일하게 남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잔여 업무량에 따라 남들과 퇴근 시간이 많이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우와! 오늘은 언제 퇴근하게 될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하며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사로 출근할 게 아니라 병원으로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승무원 같은 경우 항공사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콴타스는 한 달에 한 번 로스터가 나오는데 로스터가 나오기 1주일 정도 전에는 동료들의 눈치싸움과 오만가지의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가고 싶은 나라들을 가거나 가고 싶지 않은 나라들을 피하고자 내가 쉬는 날을 요리조리 바꾼다. 그렇게 하고 나서 다음 달에는 과연 어떤 나라를 가게 될지 기다리다가 쫙 펼치고 내가 원하는 나라가 로스터에 떴을 때의 희열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원치 않는 나라가 걸리거나 연속으로 걸렸을 때의 실망감은 기대가 컸던 만큼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공항 가는 길이 항상 설렌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과연 공항에 출근하러 간다고 해도 설렐까?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아직은 출근길이 설레고 가봤던 장소를 가더라도 대다수의 나라들이 뉴질랜드와 날씨가 반대이기에 추울 때 따듯한 곳에 가고 더울 때 시원한 곳에 간다는 재미도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손님들이 비행마다 바뀐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행마다 마주하는 손님들이 바뀐다. 회계사로 근무할 때는 상대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새로 들어오면 들어왔지, 나가는 클라이언트들이 드물어서 한번 함께한 클라이언트들은 기본적으로 2년은 함께 갔다.. 이 클라이언트가 맘에 들어도, 맘에 들지 않아도, 클라이언트가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거나, 법적인 문제 또는 심각한 도의적 문제가 아닌 이상 계속 상대해야 했다. 좋은 클라이언트들도 물론 너무 많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전화하거나,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전, 뭐라고 말할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긴장을 ‘빡’ 한 뒤 응대해야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승무원 같은 경우 아무리 무례한 손님을 만나도 내가 나에게 말하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어차피 오늘만 보고 더 이상 내 인생에서 저 사람을 절대 마주칠 일이 없을 사람이다, 오늘만 참자’. 물론 그 사람이 다시 콴타스 항공에 탈수는 있겠지만 일주일에 호주 – LA로 예를 들자면 비행편만 수십 개이고 승무원만 수천 명이기 때문에 그 확률을 뚫고 나를 다시 만난다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전하시려는 말씀이 있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또한 승무원들도 비행마다 바뀌기 때문에 아직은 딱히 특정 승무원과의 갈등은 없었지만 만약에 갈등이 있어도 손님에 대해 생각하듯이, ‘어차피 다음 비행에는 없을 테니까’라고 생각하고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실제로 나는 아직도 내 트레이닝 동기 중에 제일 친하게 지냈던 룸메이트 동기와 1년 반 비행하면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은 승무원과 연속 두 번 비행을 같이 한다면 그 또한 하나님께서 나에게 훈련을 주시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려 한다.
단점
시차 적응
시차 적응은 많은 승무원들이 느끼는 고충이 아닐까 싶다. 미국 같은 경우 시차가 16시간에서 19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말은 미국에서 밤새 잠이 하나도 안 오다가 해가 뜨고 아침 시간이 될 때쯤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눈을 감으면 하루가 정말 감쪽같이 사라진다. 잠을 선택할 경우 낮에 활동을 포기해야 하고 레이오버 동안(현지에서 주어지는 쉬는 시간) 여행을 즐기기 위해 잠을 포기한다면 좀비처럼 여행을 다닐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낮에 좀비처럼 다녔다고 밤에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몸이 뉴질랜드 시각에 아직 머물러 있기 때문에 몸은 밤을 샌것이라고 생각하고 밖에서 투어를 즐기고 돌아온 저녁 시간에는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 다시 활동할 준비를 시작한다. 바로 내가 그렇다. 밖은 깜깜한 밤이라 자야 하는데, 나의 몸은 왜 인지 에너지가 다시 넘치기 시작한다. 이 방법을 해결하기 위해 약의 도움을 받는 친구들도 있고 멜라토닌 등 영양제를 먹는 친구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 그냥 받아들이고 특별히 낮에 계획이 없다면 뉴질랜드시간에 머물러 있는 몸에 나 자신을 맡긴다.
감정노동
승무원이라는 도전을 시작하기 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중의 하나이다. 회계사로 근무할 때도 분명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고충이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많은 서비스직을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들의 에티튜드 문제도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나는 이 직원을 오늘 처음 보고 다시는 볼 일이 없다는 마인드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 큰 것 같다.
회계사 같은 경우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있고 화가 나도, ‘이 사람은 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내 발로 찾아온 회계사이다,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갈 사이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다시 볼 사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이성을 잡고 일을 해결하려고 대화한다.
하지만 승무원을 포함한 서비스직 같은 경우 사람들이 ‘내가 이 승무원/직원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다시 볼 사이도 아니고, 맘에 안 들면 다른 비행기 타면 되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정말 못 볼 꼴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많다. 속된 말로 ‘꼬라지’를 보여서 일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수준을 넘어서 내가 돈 내고 비행기를 탄 입장에서 너를 무릎 꿇리고 말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나중에 내가 만났던 무례한 손님에 대해서 나눌 예정인데 정말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다.
반복적인 업무
승무원 같은 경우, 비행마다 상대하게 되는 손님이 다르고 매번 다른 도시로 비행을 가지만 하는 일은 많이 바뀌지 않는다. 물론 신입 승무원들과 처음으로 비즈니스 승무원이 되거나, 부사무장, 사무장이 되면서 맡게 되는 책임감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하는 일은 비슷하거나 똑같다. 그러기 때문에 자기개발에 분명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서 매너리즘에 오는 동료 승무원들도 분명히 있는 듯하다.
승무원 동료 중에 자기자 원래 하던 일만 딱 하는데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레이 오버 동안 공부하거나 따로 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 시점 회계업무의 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되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위 사람들의 회계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일을 능동적이거나 창의적으로, 좀 다르게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