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나의 아저씨

몇년 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조금은 어둡지만 그 이상으로 따듯함을 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은 늘 손해를 보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그들의 치명적인 잘못도 용서하는 정말 따듯한 ‘나의 아저씨’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아저씨’에게 찬사를 보냈고 이 시대에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 속 캐릭터에 열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주인공 탤런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는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뿐 아니라 제목만 대면 알만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마약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모습이 TV에 자주 비치더니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노출되며 구설에 오르다가 들린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이후 성품이 착했던 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 믿어주며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조금은 이러한 일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의 마음을 살아있는 우리가 어떻게 다 이해하고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의 대부분 시간을 우리는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는냐의 문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떠한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삶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일들과 문제를 해결하며 그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지혜롭게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조금쯤 느리더라도 열심히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적당히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삶이 버거워 자신의 동굴로 숨기도 합니다. 왜 누구는 비행기처럼 빠르게 날아가는데 어떤 사람들은 걷기도 힘들고 기는 것조차 힘들까요?

사람들에게는 성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격은 유전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고 환경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성격을 이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격이란 타인과 구별되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형질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하며 그러한 행동은 각각의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러한 고유 패턴이 성격입니다.


그러한 독특성 때문에 만일 우리가 어떤 사람의 성격을 잘 파악하면 심지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의 독특한 기질을 드러내는 성격은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1989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 교수는 성격을 연구하기 위해 아기들이 태어나서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 아이들을 관찰했습니다.

어린 아기들의 눈앞에서 강렬한 색깔의 인형을 흔들어 보고 알코올을 묻힌 솜을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또한 갑자기 풍선을 터뜨려 아기들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 그는 성격적 기질이 유전에 의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런 자극에 대한 반응 정도를 통해 아기들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반응을 적게 보인 아이들이 반응을 높게 보인 아이들보다 더 사회성이 발달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제롬 케이건 교수는 태어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아기들에게서도 반응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흥분했을 때 진정하는 능력에도 갓난아기 때부터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더욱이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심장 박동수로 이미 태아의 기질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활발한 심장 활동을 보인 아기들이 반응을 높게 드러내는 기질의 아기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서로 어우러져 살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1인 가구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누구나 가족과 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 믿어주며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다른 어떤 것 보다 공감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는 공감의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흔히들 잘 통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잘’ 반응해 주고 ‘잘’ 공감해 주는 사이입니다.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헬렌 리스와 리즈 네포렌트가 지은 <최고의 나를 만드는 공감 능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갓난아기가 부모의 품에 안기면서 처음으로 공감을 경험하는데 아기와 부모가 애정 가득한 눈빛을 나누는 순간 뇌에선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강력한 반응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책은 이러한 공감 능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우리의 삶을 좌우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아기의 발달에 있어서 모든 단계마다 공감을 주고받으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건강한 공감능력을 가진 아이는 또래와 더 잘 어울리고 단체 생활도 잘할 뿐 아니라 문제행동도 덜 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을 대하는 행동 방식이 잘 발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공감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감을 자주 경험하게 한다면 아이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공감 능력, 조절 능력을 잘 갖추고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하인즈 코헛이라는 심리학자는 부모의 눈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인지하면서 아이들은 자아개념이 더욱 확실하게 자리 잡는다는 거울 반응을 주장했습니다. 즉, 아이의 얼굴 표정, 말투, 태도 등을 따라 하고 반응해 주는 것입니다. 눈맞춤, 몸짓, 언어 등을 활용해 아이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들 때 부모가 그것에 맞추어 감탄해 주고 웃어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학교에서 그림을 잘 그렸다고 선생님께 칭찬받은 한 아이가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서 “엄마!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께 칭찬받았어요.”라고 신나게 이야기했지만 엄마가 전화를 하느라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아이는 선생님께 칭찬 들은 그림을 엄마에게 보이며 자신의 기분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고 싶었지만 반응하지 않는 엄마를 보며 자신의 노력이 받아들여 지지 않아 실망을 하게 됩니다. 심하게는 수치심까지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공감 반응을 얻어내지 못한 아이들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안정 애착도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롤모델인 부모와의 공감 형성은 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성장하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공감 능력의 저자는 공감의 문을 여는 일곱 가지 열쇠로 눈맞춤, 얼굴 표정, 태도, 말투, 상대방의 감정 살피기, 귀 기울이기, 상대에 대한 반응 살피기 등으로 제시했습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삶의 방향성을 찾고 조금이나마 의미를 갖게 된다면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주고 믿어주며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면 우리는 기꺼이 우리 자신을 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작은 노력이 상대방을 살리는 일이 된다면 우리는 기꺼이 이러한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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