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려 함에는

방심하지 말라
선교지에서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아니 된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게 하여 저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니라”(벧전 5:8-9).

마귀는 매 순간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분주히 찾고 있다. 경제적 도약과 함께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로 떠오른 베트남은 자칫하면 사회주의 국가란 걸 잊을 만큼 겉보기엔 자본주의 사회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정부가 개신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주목하고 있는지 망각하기 쉽다.

지난달 베트남의 유명 휴양지 푸꾸옥섬에서 한국 감리교단 동남아 지역 선교사 가족 연합수련회가 있었다. 동남아 각지에 흩어져 힘들게 사역하던 동역자들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얼마나 즐겁고 기대가 되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숙소인 호텔에서 개회예배를 다 마치기도 전 베트남 공안(경찰)에 의해 모임이 강제 해산된 일이 있었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잊고 충분히 주의하지 않고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보안이 새어 나갔고 마침내 선교사 모임이 강제 해산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일로 해당 행사를 준비한 젊은 베트남권 사역자는 즉시로 거주증을 빼앗기고 섬기던 교회는 문을 닫고 가족 모두 강제 출국을 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단 한 번의 방심으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그동안 공들여 쌓았던 수고들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 것이다.

베트남 중부 지역 최근 상황
우리 부부가 거주하고 섬기는 베트남 중부 지역은 최근 엄청난 물난리를 겪고 있다. 베트남 중부 지역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20년에도 우기에 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침수되고 물이 마당에도 차올라 밤새 잠 못 이루며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높은 곳으로 옮기며 대비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올해 우기는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11월 며칠 사이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집중 호우로 인해 도시 전체가 1m 높이 침수가 발생하여 대부분의 가옥들이 물에 잠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험상으로 비가 온 뒤에는 수질이 악화되고 정전이 발생하며 여러 가지 수인성 질병이 뒤따르곤 한다. 상당수 가정의 전열기나 오토바이들이 침수로 인해 재사용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빠른 복구와 일상생활의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

사역자로서 각오
그동안 뉴질랜드 이민 목회자로 25년 동안 사역하며 달려왔다. 성결교단 목회자로서는 처음 뉴질랜드 땅에 발을 내디뎠고 당시 뉴질랜드에 성결교회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남섬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세월이 지나 이제는 뉴질랜드에 성결교단 해외 직할 지방회가 자리잡게 되었다. 신실한 후배 목회자들을 통해 교회들이 든든히 서가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 부부는 지난 25년간의 뉴질랜드 이민목회 사역을 2019년 정리하고 그해 9월부터 4년여 지난 지금까지 인도차이나 베트남에서 남은 생애 한 부분을 늦깎이 선교사로서 사역을 감당해 오고 있다. 사역자가 되기를 서원한 젊은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 목회자와 선교사로서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요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의 격려와 안내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언젠가 부르심을 따라 하늘나라에 가면 한 분 한 분 손 꼭 붙들고 기쁜 재회를 기대해 본다.

우리 부부에게는 지금까지 달려온 길보다 짧은 미래가 남겨져 있다. 얼마나 더 이 길을 달려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오직 부르심을 따라 소명에 충실하며 주님이 부르신 믿음의 푯대를 향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것이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은연중 사람을 의식하며 보여주고자 하는 자신의 욕심과 적당한 타협, 그리고 결단없이 달려온 아쉬운 시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더 이상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많지 않다.

세계 2차 대전에서 패색이 짙은 영국과 유럽을 구한 윈스턴 처칠이 한 말 중에 한 번쯤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있다. “승리도 패배도 중요하지 않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용기만이 중요하다.” 지금도 힘든 시기를 지나며 복음을 위해 힘쓰고 있는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말이다.

선교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가끔 오랜만에 친구 목사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중에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70세 목회 은퇴 후 선교사역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그것이다. 참으로 귀하고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보건대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힘 있을 때 좀 더 일찍 선교 현장에 나가는 것을 권한다. 목회를 평생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사역했던 나였지만 조기 은퇴 후 선교지에서 사역을 경험하면서 훨씬 더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사역자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만약 4년 전 선교사의 길을 가야 하는 기로에 선 그때로 다시 돌아가 선택하라면 조금의 주저함 없이 지금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 안정된 사역지와 가정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여 동안 베트남 선교사로서 얻고 경험한 체험이 너무 값지고 소중하기 때문에 후회함이 없다.

우리 인생은 한 번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가장 소중한 것에 사용하고 싶다. 마태복음 13장 44-46절에 나오는 밭에 감추인 보화를 발견한 농부와 값진 진주를 찾아 발견한 상인과 같이 천국의 비밀을 발견한 사람은 이전의 모든 소유를 다 팔아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농부와 상인이 즉각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주저하지 않고 결단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나의 사랑 베트남 . 베트남 영혼
후에 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 학생 카잉번은 베트남에 있는 동안 나와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였던 제자 중 한 명이다. 올해 9월부터 전북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1년간 한국에서 생활하며 공부 중이다.

우리 부부가 하노이에서 6개월간의 베트남어 학업을 마치고 아내 강선교사의 부친의 임종을 맞아 한국에 나와 있는 동안 시간을 내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불러 하루를 함께 보내고 전주로 다시 돌아갔다. 대화 중에 카잉번의 외할머니가 교회를 열심히 다녔던 모습을 기억하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한국에 있는 동안 교회 출석을 권유하였다.

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든지 주변에 베트남 소식이나 베트남어가 들리면 귀가 쫑긋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베트남과의 인연을 떨쳐 버릴 수 없음을 절감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베트남과의 인연의 끈을 소중히 여기고 1억 베트남 영혼들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전도자의 길을 가리라 다짐한다.

특별히 젊은 영혼들이 그들의 소중한 젊은 시절에 주님을 만나 하늘나라를 경험하고 천국 복음을 소유한 행복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부부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우리의 이런 소원을 주님께서 헤아리시고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를 마음껏 사용하시길 소망한다.

지난 1년 동안 베트남 선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크리스천라이프와 부족함이 많은 늦깎이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를 읽어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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