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은퇴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

65세가 되어 보니 blue ocean을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다.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그야말로 내가 살아 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찾아왔다.

3년 전 조기 은퇴 후에 3년 동안 원없이 한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 보았다. 하고 싶은 공부, 해 보고 싶던 직업들, 가고 싶은 곳들을 방문하는 여행과 취미생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서 후회없이 살아 보았다. 약간의 긴장과 혼돈이 물론 있었지만 예정된 3년의 세월이 차고 나니 65세 이후에 대한 삶의 큰 가닥이 손에 잡혔다.

숟가락 들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하기로 했다
일하는 것이 노동이 아니라 놀이가 되었다. 하루 24시간 중 식사, 수면, 목욕 등 꼭 필요한 일상생활의 시간을 빼고 나면 대략 10시간 정도 남는다. 65세부터 85세까지 20년 동안 약 7만 3000시간의 자유가 주어진다. 이 자유시간을 어떻게 선용할 것인가?

은퇴 후의 삶을 333으로 나누었었다. 1/3잘 놀고, 1/3 잘 일하고, 1/3 잘 봉사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3년 해보니 잘 노는 일에는 의미가 없어졌다. 취미와 여행을 2-3년 동안 원없이 해보니 그런 일들로 인한 즐거움이 시들해졌다. 노는 일 보다는 일하는 것이 훨씬 즐거워졌다.

그래서 333 전략을 수정하여 22 전략으로 심플하게 정리했다. ‘일하기와 새로운 일 도전하기’이다. 왜냐하면 일하는 것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자체가 놀이가 되고, 취미가 되고, 여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놀이가 노동이 되고, 노동이 놀이가 되었다. 놀이와 노동의 차이가 없어졌다.

일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서양 속담에 ‘매일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매일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이 있다. 일하는 자체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정말 그렇다. 일없이 놀아보니 고행이고 고역이었다. 사람의 삶의 기둥은 가정을 이루는 것과 직업을 갖는 것이다. 인생의 두 줄기이다.

가정과 일자리,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행복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큰일을 하든 작은 일을 하든 일하고 있으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일하지 않을 때 둑이 무너지듯이 건강도 무너지고, 심리적인 불안과 우울감이 몰려오고, 경제적으로도 쪼들린다.

노후가 되니 직업의 귀천이 사라졌다. 위치나 직분이나 연봉의 개념이 달라졌다. 일할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다. 마인드를 바꾸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찾을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추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도전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 젊었을 때는 기준점이 높아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그 자체로 감사하다. 그런 마음을 먹으니 할 수 있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년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나이 들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이 들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찾아 즐겁게 살자.

새로운 시도, 새로운 경험은 노년의 특권이다
노년이 되니 자유시간이 넘쳐난다. 그러니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에너지가 폭발한다. 그래서 크든 작든 할 수 있는 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예를 들면,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오늘은 다른 길로 가 본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새로운 과일나무를 사서 우리 집 마당에 기념식수를 한다. 지난번에 오렌지 나무를 심었다면, 이번에는 한 달 동안을 기다리더라도 감나무를 심는다. 남섬에는 감나무 묘목이 없기 때문에 북섬에 주문해서 배달되는 시간이 한 달 걸린다.

작년에 이사 기념으로 심어 놓은 12그루 과일나무가 봄이 되니 꽃피고 열매를 맺힌다. 정원을 한 바퀴 돌때마다 흡족한 행복을 누린다. 이렇듯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경험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생각은 짧게, 결정은 쉽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슬슬 인생의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다. 끝이 곧 온다는 사실은 공포가 아니다. 현실이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남은 생애를 여유롭게 살 수 있다. 살아 보니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일이나 기본적인 줄기만 남겨 놓고 쓸데없는 가지 쳐 낸 후에 신속하게 결정한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고, 흥할 일은 흥하고 망할 일은 망하더라. 그래서 나이 들수록 사는 것이 쉬워졌다. 군더더기 다 쳐내고 골자만 뽑아보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결정하기도 쉽다. 일 처리 과정과 결과가 항상 내 손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런데 상황을 내가 통제한다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30년간 연구한 와다 히데키는 <70세의 정답>이라는 책에서, “기나긴 노후를 보내려면 60점, 아니 50점이면 충분하다는 ‘비 완벽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젊었을 때처럼 ‘100점 아니면 안 된다. 90점도 부족하다’는 사고방식으로 살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할 뿐만이 아니라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다.”고 그는 말한다.

전적으로 공감이다. 60대가 되어 보니 모든 일이 60점이면 만족이다. 나이 더 들면 50점만 되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빈 구석이 좀 있는 게 좋다. 조금 모자라고 조금 부족해도 맞추어서 사는 여유를 누리게 되었다. 인생 오십보백보다. 조금 낮추고 조금 늦추면 된다. 그렇게 살아도 된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일하는 것이 행복이다
60이 넘어서 새로운 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찾아졌다. 다행이었다. 지난 1년간 우버 기사로 일하면서 약 3000번의 손님들을 태웠다.

새로운 눈이 열렸고, 키위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다양한 만남의 경험을 통해서 삶의 폭이 넓혀졌다. 교민들의 고단한 삶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가장 알찬 것은 경제적인 도움이다. 노후 자금의 부족분을 일하면서 채울 수 있었다. 그 일은 심리적인 안정과 삶의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작년에는 풀타임으로 일했는데 올해는 주 30시간 정도 일한다.

일은 경제적인 부족분을 채워주고,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고, 다른 사람들을 대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일할 생각이다.
하나님께서 또 어떻게 역사 하실 지 모르겠지만, 나는 할 수 있는 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예정이다. 인생,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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