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두뇌 사용 설명서

그때 그 시절,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기에는 까마득한 옛날 사자성어인 듯 아닌듯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4당5락(四當五落)이 그것입니다.


4당5락(四當五落)은 암기식 위주의 입시 교육이 치열했던 1970년대에 만들어진 신조어였습니다. 이 말은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으로 이후에는 3당4락 심지어 2당3락이라는 말로 청소년들을 위협(?)하다가 다행히도 최근에는 들어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동기나 청소년기는 어느 시기보다도 몸과 마음이 활발하게 성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성장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신체적으로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영혼도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기본 요소이자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자녀들이 왜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뇌와 관련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잘 먹어야 합니다
우리의 뇌세포는 신체의 다른 세포들에 비해 2배의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몸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5%를 뇌가 사용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영양 섭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여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단백질은 우리 뇌가 생각하고 집중하고 학습하는 데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고기, 달걀, 콩류 등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들을 잘 먹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먹지 못하면 뇌와 신체의 발달이 늦어져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 뱅갈루루의 5~10세 아동에 대한 연구에서 오랜 기간 단백질 섭취를 하지 못한 아동들의 지능과 학교성적이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 낮았으며, 문제행동을 보이고 기억력과 인지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에너지를 제공하는 포도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뇌에서 포도당이 부족하면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포도당은 뇌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약 37.3%가 일주일에 5일이나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신체 발달은 물론이고 뇌 활동도 활발하지 못해 학교 공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억지로 일어나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학교에 가기 바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입니다. 자녀가 어리다면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면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하겠지만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는 그것조차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그저 마음만 안타까울 뿐입니다.

잘 자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잠자는 동안 불필요한 신경 연결망을 가지치기해서 두뇌활동을 새롭게 하고 낮 동안 학습했던 새로운 정보를 저장합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뇌는 쉬지 않고 활동을 합니다.

수면은 램수면과 비 램수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램수면은 꿈을 꾸는 잠입니다. 이때,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우리의 뇌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진 감정들이 순화됩니다. 만약 잠을 자지 못해서 램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감정조절도 어려워져 예민해지기 쉽습니다.

비 램수면은 깨어 있는 것도 자는 것도 아닌 수면 단계, 일반적인 수면 단계,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지는 델타수면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일반적인 수면 단계에서 분출되는 ‘수면방추’라고 불리는 뇌파는 중요한 뇌의 영역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또한, 신체를 성장시키는 성장호르몬과 신체 조직을 치료, 재생하는 각종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시험 전날 밤을 새우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보다 적당히 잠을 자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이유가 이런 뇌의 기능들 때문입니다.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것보다 공부를 한 후 조금이라도 잠을 자는 것이 더 잘 기억나게 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기의 수면 부족은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불러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럼 과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얼마나 잠을 잘 자고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2020년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주중에 평균 6.2시간 정도를 잔다고 답했습니다. 자신이 충분히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30.3%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명 중 7명의 아이들은 잠이 부족해서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미국 수면 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 NSF)에서 연령대별로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에 대해 발표한 자료가 있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6~13세는 9~11시간, 14~17세는 8~10시간, 18~25세는 7~9시간 자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6.2시간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수면 관련 연구로 2023년 영국에서 발표한 자료가 있습니다. 이 자료의 결과에 따르면 7~9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nature mental health, 2023).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의 4명 중 한 명은 약 2주 동안 일상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슬픔과 우울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했다고 답한 청소년도 무려 10.9%에 달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이러한 감정 상태도 수면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운동해야 합니다
활발한 신체 운동을 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뇌에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해 줍니다. 이는 신경을 지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세포증식 및 필요한 뇌 화학물질의 생산과 같은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활발한 활동이나 운동이 뇌를 활성화하고 학업과 관련해서도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이 신체활동과 인지 발달의 상호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학교에서 활발한 운동을 한 아동이 학업에 있어서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장·단기적으로 훨씬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30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한 아이들과 30분 동안 TV를 본 아이들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운동을 한 아이들이 TV를 본 아이들보다 우수한 학습 능력을 보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우리 몸이 잠자는 동안 우리 뇌는 쉬지 않고 세포를 만들어 내며 성장호르몬과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매우 중요한 일을 합니다. 신체활동과 뇌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운동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뇌를 발달시키고 인지를 강화하여 뇌가 더 활발히 움직이게 하려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도 열심히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신체적 성장이나 뇌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활발하게 성장하는 특정한 발달 시기가 있습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몸은 성전이기에 더욱 건강하게 잘 관리해야 합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사명을 감당해 낼 수 있어야 하기에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영혼을 담는 몸을 스스로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거룩하게 살아가도록 지식과 지혜를 잘 물려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부모로서의 사명’ 중 하나가 우리 자녀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성숙하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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