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인생, 이럴 줄 몰랐다

은퇴란 없다, 삶의 패턴이 바뀔 뿐이다
직업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고, 관계의 폭이 바뀔 뿐이지 사람은 일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무언가를 꿈꾸고, 일하고, 가치를 부여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체득한다. 꿈이 없는 인생은 죽은 목숨이다. 그래서 은퇴라는 것은 끝이 아니라 살아왔던 삶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전환점일 뿐이다.


조기 은퇴를 결심했을 때, 평생 해왔던 목회 관련 일을 계속하게 될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모든 것이 막혔다. 주의 일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계획을 수정하고 생각을 바꾸어야만 했다.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데 3년 걸렸다.

은퇴 1년 차 신혼기, 달콤했다
남은 생애를 평생 신혼의 달콤함으로 살 줄 알았다. 일단 신나게 놀았다. 매여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 했다. 여행하고, 하고 싶은 대로 운동하고, 하고 싶은 공부하고 내 맘대로 살았다. Senior Life 333 전략! 1/3은 놀고, 1/3은 생계를 위해서 일하고, 1/3은 봉사한다는 삶의 패턴도 세웠다. 처음에는 신바람 났다.

은퇴 2년 차 혼란기,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무언가 잘될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재미있었지만 계획하던 바리스타 과정이 내 생각과는 달랐다. 갤러리 카페를 오픈 하려는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방향 수정이 불가피했다. 골프 치고 노는 것도 시들해졌다. 싱글을 하고, 홀인원을 하고, 게임에서 이긴다는 즐거움이 시들해졌다.


통장의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새로운 직업에 대한 방향도 틀어지고, 운동의 희열도 미미해졌다. 또한 주를 위해서 헌신하고자 세웠던 계획도 본래의 의도와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교단의 부탁으로 담임목사가 공석이 된 교회에서 임시 당회장으로 6개월간 일하기도 했지만 Local Church 사역을 Universal Church 사역으로 헌신하고 자 했던 나의 바램은 손에서 멀어져 갔다. 꿈과 현실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은퇴 3년 차 적응기, 생각을 바꾸니 상황이 바뀌었다
철학자 미셸 옹프레는 ‘늙는 것은 덜어내는 것’이라 했다. 나이 앞에는 잘난 능력도, 대단했던 계획도, 카리스마 넘치던 리더십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행동하는 능력이 비슷해져서 차이가 줄어든다.


나이 들어서 무언가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능력도 떨어지고 시간도 빨리 흘러간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현재 할 수 없는 것들을 다 내려놓았다. 비전도 한 두 가지만 품게 되었다. 가장 적은 것, 가장 작은 일을 선택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욕심을 덜어내고, 생각의 크기를 덜어내고, 인간관계도 덜어내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데 3년 걸렸다.

은퇴 후 가장 큰 시행착오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어떻게 될 줄 알았다. 평생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목표지향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옆이나 뒤를 보지 못했다. 죽을 힘을 다해서 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은 대단했는데 많은 부분이 현실적으로는 거의 초보 수준이었다.


특히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었고, 플랜을 짜도 탄알 없는 전쟁일 뿐이었다. 이민 23년을 살았지만 울타리 밖으로 나와 보니 많은 생활이 이민 초보 수준이었다.


우버 드라이버가 작년에는 생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금리가 인상된 후, 우버 기사들이 많아졌다. 작년에는 백인 기사들을 보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백인들이 좋은 차 가지고 나와서 우버를 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수입도 많이 줄었다. 직업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앞으로 육체의 한계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일할 생각이다.


청년의 때, 잠시 가이드가 되어 여행사를 차리고 싶었다. 뉴질랜드 남섬은 그 자체가 힐링 코스다. 이곳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주님의 숨결을 느끼게 해 주는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평생 목사로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주일에만 목사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가정에서 가정교회를 시작했다. 무슨 타이틀도 교단도 필요치 않다. 무슨 목적을 이루고자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롯이 아들과 아내가 하나님께 온전히 예배드리는 예배에 집중하고 있다.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을 돌보는 마음으로 가족을 섬겼더니 3년 만에 한 사람이 합류했다. 그냥 절실히 필요해서 우리에게 오셨다. 우리는 매 주일 행복하다.

살아보니 가장 소중한 것은 존엄성이다
타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나는 나를 너무 탓하며 살았다.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했고, 무언가 큰 일,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여 있었다. 그 덕분에 열심히는 살았다. 후회는 없다. 하지만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항상 한쪽 구석이 늘 비어 있었다.


다행히 요사이 나는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무르익어 가는 내 모습을 존중하면서 스스로에게 미소 짓는다. 덜어내고 비워내고 정리하고 좁혀 갈수록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나를 살아가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 내리막길 일 줄 알았다. 아니다. 오르막길이다
더욱 힘겨운 페달을 밝으며 올라가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신세계다. 나는 멈출 생각이 없다. 내 육체의 힘이 떨어지고 숨이 멈추지 않는 한, 더 높고 깊은 세계를 향하여 힘겨운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다.


즐기며 살고 있다. 마음먹기 달렸다.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즐기기로 작정하면 모든 상황이 감사요 축복이요 노래가 된다. 말세의 말세라고 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이 자체도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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