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간호사의 첫 월급

성경은 지식보다 행함에 대해서 가르친다. 예수님은 행함이 없는 삶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야고보 역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했다. 오늘 그리스도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식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으나 행함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청년들에게 6개월 연수 기간 동안 철저히 행함에 대해서 가르친다. 행함 중에도 구제에 대해서 강하게 가르친다. 행함의 첫걸음이 구제라고 생
각하기 때문이다. 구제도 할 수 없다면 결단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청년들을 훈련시키면서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이곳에 오는 청년들 대부분은 목회자 자녀이거나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던 청년들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 많은 이들이 일평생 구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성경은 얼마나 구제를 강조하고 있는지 모른다. 구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다.

“너는 반드시 그에게 줄 것이요, 줄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말미암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과 네 손이 닿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신 15:10)

나눌 물질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눌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인생에서 물질보다 더 귀한 것은 복된 삶을 사는 것이다. 나눔의 삶을 살지 못하면 그 인생은 절대 복된 삶을 살 수 없다. 하나님은 구제하는 자를 반드시 범사가 복되게 해주신다고 약속하셨다. 

나는 이 약속의 말씀을 믿고 늘 체험하고 살기에 누구보다 강하게 구제를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이 복된 삶을 살도록 이곳에서도 노숙자 사역에 늘 참여시키고 있다.

최근에 감동적인 한 사건이 있었다. 수원 나눔센터에 한 자매가 무려 300만원이란 거금을 보내왔다. 이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어떤 이유로 이렇게 큰돈을 후원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본인에게 어렵게 후원을 하게 된 이유를 물어 보았다. 이 자매가 이곳에서 6개월 훈련을 받으면서 한 가지 서원을 했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첫 월급을 받으면 꼭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금하겠노라고…. 약속대로 첫 월급을 바쳤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더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자매가 간호사로서 코로나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어려운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여름,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고생해서 받은 첫 월급을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내어놓았다. 가슴이 뭉클했다. 이 자매에게 하늘의 한없는 복을 내려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도 수원 나눔센터에는 과부의 동전 같은 귀한 헌금과 물품을 보내오는 우리 MEC(선교·영어 장학생) 형제자매가 많다. 구제를 통하여 참된 복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을 축복한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4-17)

낙심하지 말라
뉴질랜드 땅에서 27년간 학교 사역을 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때로는 기쁜 일도 있었고 때로는 슬픈 일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도 늘 선교의 열매를 볼 수 있어서 큰 기쁨과 보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청년들에게 영어 연수 기회를 주고 열등감에 빠져 자존감을 잃고 사는 청년들에게 하나님 안에서 자긍심을 갖게 도와준 일은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었다. 혹시라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존감을 잃을까 봐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더 관심을 가졌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몰래 불러서 채워 주고, 때로는 병원비, 항공료도 지원해 주었다. 집안에 어려움이 있어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그래서 지난 2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수천 명의 장학생이 다녀갔으나 돈이 없어 도중에 돌아간 학생
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날 한 자매가 면담을 신청했다. 생활비가 없어 저녁 시간에 시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했다. 자매가 있는 장학관에서 시내로 출퇴근을 하려면 어려움이 많았다. 이곳은 대중교통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자기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면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갈 수도 없다. 그래서 6개월 생활비를 한 번에 지원해 주었다. 

며칠 뒤 자매가 아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한국에서 목회하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버지 목사님이 조그만 건물 지하에 개척 교회를 하고 계시는데 6개월간 임대료가 밀려 쫓겨나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마
음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당시에는 나 역시 뉴질랜드인 영어학교에 직원으로 있으면서 어려운 목회자 자녀들의 영어 연수비를 내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유는 없었으나 어렵게 6개월 치 임대료를 내어 주었다. 어려운 중에도 한 가정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것이 말로 할 수 없이 기뻤다. 

자매는 6개월간 연수 과정을 어려움 없이 잘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웠을 때, 자매가 나를 찾아와서 이곳 남섬과 호주를 여행한 후에 한국으로 가겠다고 허락을 받으러 왔다. 이곳 남섬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해서 경비도 많이 들고 거리가 멀어 웬만한 교민들도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호주는 더욱더 가기가 어렵다. 

자매의 어려운 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워 무슨 돈으로 여행을 할 건지 물어 봤다. 자매는 아버지가 꼭 여행을 하고 오라고 돈을 보내 주었다고 했다. 물론 부모님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두 번 오기가 어려운 곳이니 꼭 여행을 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매가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충분히 부모님의 사정을 이해할 대학생인데 이렇게 여행을 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여행의 기회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오니 그 돈으로 아버지 사역을 돕도록 조용히 권면했다. 그러나 자매는 나의 조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다 마치고 한국으로 갔다. 

대부분의 장학생들이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기 전에 꼭 감사 카드를 주고 간다. 그런데 이 자매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선을 행하다 보면 때때로 낙심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굳게 마음을 다진다. 선행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아버지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그리고 이 일을 할 수 있게 은혜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늘 회개하는 마음으로 되새기게 된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 같이 하라 이는 범사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니 그에게 영광과 권능이 세세에 무궁하도록 있느니라 아멘”
(벧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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