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얇은 내 혈관 탓이었습니다”

“어, 이상하네!? 왜 바늘이 더 이상 들어가지를 않지?”

십여 년 전,
한국을 방문했다가 억지로 언니 손에 끌려
우연히 해본 건강 검진 초음파에서
신장에 1센티 혹이 있다고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해보라는 의사의 권유를 귓등으로 듣고
뉴질랜드로 돌아왔습니다.

특별히 아프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6개월이 아닌 6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할까말까…
그러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에 피검사 결과를 보러
지피를 만나러 갔다가 11년 만에 신장 초음파를
찍어 보기로 했습니다.

1리터의 물을 검사 한 시간 전에 마시고 오라 해서
거의 2리터의 물을 착실히(?) 마시고 가서
부풀어 오른 오줌보를 부여잡고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며칠 후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2년에 검사한 후에 혹이 좀 변형되었기에
CT 촬영해 보기를 권유함”

지피를 만났습니다.
“괜찮아요, CT 촬영까지 안 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해보라고 하니까 안전하게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죠!”

3주를 기다려 CT 검사 날이 왔습니다.
또 1리터의 물을 한 시간 전에 마시고 오라 합니다.
뭐 1리터 물쯤이야 가뿐하죠.

그런데 문제는 CT 촬영시 조영제 주사액을 투입해야 해서
혈관 주사를 놓는다는 것입니다.

물은 2리터 3리터는 마시겠는데 이 주사라는 것이
발목을 잡습니다.

주사가 싫어 바느질도 잘 안 하는 나로서는
심히 걱정되고 겁이 납니다.

혈관을 찾아 주사를 한 번에 제대로 꽂아 본 적이 없거든요.

“주여, 이번에는 딱 한 방에 꽂게 해주세요. Pl…”

나이 든 남자 간호사 앞에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왠지 안심이 됩니다.

“나이 든 분이기에 경험이 많아 한 방에 끝나겠지?”

두 눈을 꾹 감고 최대한 긴장을 풀고
왼쪽 팔뚝을 내밀었습니다.

“으~~~”

날카로운 아픔 속에 대바늘같이 큰 바늘이 살 속을 뚫고
혈관을 찾아들어 옵니다.

그런데 느낌이 딱 헤매고 있습니다.

혈관 속에 바늘을 더 깊이 찔러 넣고 또 헤매고,
또 더 찔러 넣고 또 헤매고…
온몸에 진땀이 흐릅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노련미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한참을 헤매던 남자 간호사 왈!

“어! 이상하네? 왜 바늘이 더 이상 들어가질 않는 거지?
다른 팔에 다시 해야겠어요!”

“주여, 살려주옵소서! 주사 맞다 기절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어른 체면상 기절까지는 하지 않게 하시고, 이쪽 팔에는 한 방에 정확히 꽂게 해주소서!”

늘 피검사 할 때마다 간절히 드리는 나의 기도는
들어주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오른팔을 내밉니다.
또 헤매는데 왼팔의 다섯 배는 더 헤맵니다.

“아무래도 혈관 찾는 기계로 해야 할 것 같네요.”

갑자기 노랗던 하늘이 더 노랗고
캄캄하던 앞이 더 캄캄해집니다.

이리저리 헤매이다 결국 또 못 찾았습니다.

세 번째 찌른 후에 겨우 바늘을 꽂고 드디어
검사실로 갔는데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조영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혈관이 막혀
약이 안 들어간답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또다시 네 번째 찔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검사고 뭐고 벌떡 일어나 집에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검사를 위해 만세 부르고 있던 팔을 내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 약이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나도 모르게 기쁨과 안도의 탄성이 나옵니다.

세 번까지 찌른 나이 든 간호사를 속으로 원망하며 탓했는데
네 번까지 안 찔러도 된다 하니 얼마나 그 남자 간호사가
위대해 보이고 훌륭해 보이든지요.

결론은, 나이 든 간호사의 실력 없음이 아니라
주사를 보면 숨는 내 혈관 탓이요,
얇은 나의 혈관 때문이었습니다.

“주여, 간호사를 탓한 나를 용서하소서. 주께서 얇게 만드신 내 혈관 탓이었습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