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신 _김용규

‘지식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해, ‘한국의 움베르트 에코’로 이름 알리기도

인문학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저자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으로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공부했고, 튀빙겐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위르겐 몰트만과 에버하르트 융엘의 강의를 들었다.

자신의 본분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라 여기며,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있는 성찰을 생동감 있는 일상적 문체로 어우러진 다양한 대중 철학서와 인문 교양서를 집필했고, ‘지식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한국의 움베르트 에코’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저자 김용규

저자의『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김영사, 2021)는 지난 2022년 11월 15일에 우리나라 철학자에게 주는 유일한 상인 심경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우송철학상(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데칼로그』,『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 『철학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전 2권),『철학 통조림』(전 4권),『생각의 시대』,『알도와 떠도는 사원』,『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등 약 50권이 있으며, 이 책의 연작으로『그리스도』와『성령』(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 다시 ‘신’을 이야기하며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저자와 출판사를 봅니다. 그리고 목차와 서론과 결론 부분을 어느 정도 훑어보고 선택합니다. 책의 지은이와 그 책의 서론과 결론 부분을 알면 책의 전체 내용이 짐작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김용규 저자의 글을 접한 것은 약 20년 전 목사 안수를 받고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데칼로그』(바다출판사, 2016년 포이에마에서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를 통해서였습니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데칼로그>를 소재로 출애굽기의 십계명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을 시도한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처지이지만, 당시에는 아직 서양 철학과 기독교 사상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이 전무해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깊은 통찰을 읽어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듯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철학은 접어두고서라도 신학이란 세계도 낯선 시기에 십계명에 대한 존재론적 그리고 문학과 예술의 폭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해석은, 좀처럼 받아들이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이 책의 전작인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을 인문 서적 코너에서 발견했지만, 책의 분량과 가격에 눌려 들었던 책을 그대로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다시 10여 년이 지나 한국 서점이라곤 없는 곳에서, 20평이 채 안 돼 보이는 ‘쉼’이라는 문화센터에서 우연히 저자의 책을 발견하고 무엇보다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가격과 9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저자의 글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과 까닭 없는 미안함, 그리고 IVP 출판사에 대한 신뢰는 선택에 대한 망설임을 줄여 주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 지난 책과는 달리 저자의 글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화려한 색감의 화보는 전에 느꼈던 답답함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었던 이유도 한몫 한 듯합니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글이 조금은 쉽게 읽혀 나갔습니다. 아마도 글 속에 독자에 대한 저자의 따뜻함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삶의 언어인 신학 통해 다시금 ‘온전한 사랑’인 신으로 돌아갈 것을 함께 이야기하자고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어느 문명에서든 신은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신은 언제나 종교 밖으로 나가 종교 아닌 것들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세속적인 것, 일상적인 것, 문화적인 것 안으로 과감히 침투해 들어간다.

신은 사회제도와 전통 안으로, 생활 규범과 관습 속으로, 학문 안으로, 문학 속으로, 미술과 건축 안으로, 음악과 공연 속으로, 부단히 파고들어 문화와 문명의 심층을 이룬다. ”라는 전제로, 신에 대한 탐구를 ‘하나님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하나님은 존재다.’, ‘하나님은 창조주다.’, ‘하나님은 인격적이다.’, ‘하나님은 유일자다.’라는 네 개의 신학적 명제로 답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신학. 철학, 문학, 예술, 역사, 과학까지 폭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동안 하나님의 존재증명, 창조의 목적과 방법 문제,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대립과 균형,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 하나님의 인격성과 하나님의 부재, 인간의 정의와 하나님의 공의, 질병이나 자연재해 같은 자연 악에 대한 해석, 하나님의 유일성과 삼위일체,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과의 조화, 기독교의 배타성 등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학의 주요 주제와 논점을 제시하고 규명합니다.

또한, “이 책의 주된 목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에 대해 바르고 정치한 이해를 통해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 그럼으로써 기독교의 고유 가치들과 특유의 사유방식을 배우고 익히려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기독교의 신, 하나님이 서양문명과 우리의 삶에 어떻게, 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파악하고, 성서와 기독교 신학을 기독교 내부의 언어가 아니라 인문학적 언어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새로운 걸음을 제시하며, 성서해석학과 기독교 신학의 근간이자 중추인 ‘기독교적 사유방식’을 설명합니다. 이 책을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세계의 ‘최종심급으로서의 신’을 사유하고, 그 자리를 성찰하자는 책입니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었다고 감히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신에 관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이 책을 읽는 것은 관련 자료들을 찾고 맥락을 살피며 몇 번에 걸쳐 다시 읽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아직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동안 풀지 못한 성서의 신학적인 질문들과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삶에 대한 모순을 저자의 성찰과 통찰을 빌려 다시 되돌아보려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규정하며 더 나아가 인간이 신이 되는 ‘호모 데우스’의 시대를 예견하지만,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로 이전과는 다른 세계인 참된 가치의 파편화, 물질주의와 허무주의로 인한 인간성 몰락, 전쟁으로 치닫는 문명의 충돌 등에 대한 해법으로 자기 사랑에 치우친 개인적·세속적인 ‘작은 이야기’를 벗어나 과거의 ‘큰 이야기’, 곧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또 다른 삶의 언어인 신학을 통해 다시금 ‘온전한 사랑’인 신으로 돌아갈 것을 함께 이야기하자고 함입니다. 하다못해 하나, 하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참된 자화상의 한 단면이라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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