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여행과 같다. 여행 파트너인 남편은 여행 경비를 버는 데 여념이 없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나, 주로 여행 계획이나 코스 선택은 여자인 당신에게 달려있다. 이때 주의할 것이 있으니 옆집 엄마에게 얻은 여행 정보로만 여행 계획을 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여행 가이드 회사에 일임해서는 더욱더 안 된다. 그들은 내 주머니만을 탐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행 코스에 무지한 남편과 여행의 또 다른 동반자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인 당신이 현명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힘들다며 남들처럼 쉽게 가자고 하는 여행 파트너 남편을 잘 다독이며 가야 한다. 예상치 않은 물리적인 어려움도 막아주고 무엇보다도 여행 경비 대부분을 그가 부담하기에 절대로 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행 내내 기억하자.
단체 여행의 말끔한 유니폼이나 장구를 챙기지 못해 남 보기 민망하거나 목적지를 향해 무리 지어 가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길섶에 쭈그리고 앉아 꽃이며, 벌레를 쳐다보는 아이 때문에 초조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골짜기를 하나 넘고 냇물을 하나 건넜을 때 당신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탁 트인 넓은 대지, 그리고 자동차로도 갈 수 있는 길도 옵션으로 주어진다. 남편이랑 아이는 사이좋은 친구처럼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다.
옆을 보니 탄탄대로가 끝나고 험산 준령의 시작이다. 좀 전의 앞서가던 아이들은 갑자기 뒤처지며 부모 탓을 한다. 가이드에게 많은 돈을 준 탓에 경비도 바닥이 났다. 많은 이가 선택한 코스라 안심하고 따라갔는데 하나같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내 곁의 아이를 보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지도를 펼쳐 길을 연구하고 어느새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져 최신 정보로 우리 부부를 안내해준다. 심지어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간다.
이것은 내가 꿈꾸는 육아 여행 코스이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하는 육아 여행 말이다. 이 여행을 순조롭게 끝내기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어린이 여행자라도 어른처럼 존중해줘야 한다
명령하거나 무조건 어른의 스케줄에 맞추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상한 골짜기에 빠질 수도 있다. 거기서 건져 내려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점만 유의하더라도 여행의 반 이상은 성공이다.
두 번째,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하나하나 관찰하며 가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겠다고 크게 보이는 이정표만 보면서 달려서는 곤란하다. 여행길에 숨겨놓은 소소한 재미들을 즐겨야 하는데 그것들은 재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지도의 독도법을 익히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평생 남이 갔던 길로만 가야 한다.
세 번째, 여행지를 자세히 설명해 놓은 책을 준비물로 챙겨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라지 않는가. 그 지역의 역사와 자연에 대해 여행길 내내 공부하며 간다면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네 번째,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아이에 대한 믿음, 그리고 배우자 간의 믿음이다. 이 믿음이 흔들릴 때는 잠시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분명 길을 잃지 않았고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서로를 격려하자.
나는 현재 두 명의 여행 파트너와 함께 육아 여행을 하고 있다. 초반에는 고생길이지만 갈수록 행복한 코스로 타협 없이 간다. 남들에게서 ‘이상하게 저 집은 쉽고 즐거운 여행을 하네.’ 하는 말을 들을 코스를 선택해 가고 있다.
이상하게 쉬운 육아, 행복한 육아, 동참하지 않겠는가? 초반에 비밀로 했는데 이 여행의 경비는 아주 저렴하다. 기본 패키지 가격에 소신만 지불하면 된다.
육아의 추월차선을 달리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