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찬 바람이 불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 되면 어머니들은 바빠지십니다.
새우젓이며 황석어젓 등 김장에 넣을 젓갈들을 사러 기차를 타고 소래포구에 다녀오셔야 하고,
이른 새벽 경동시장이나 중앙시장에서 속살이 충실한 배추며 무도 사셔야 합니다.
마땅한 겨울 찬거리가 귀했던 시절 김장은 겨울 동안 먹을 가장 중요한 찬거리였지요.
김장을 도와주시려 동네 아줌마들과 친척분들도 오십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바빠집니다. 마늘도 까야 하고 무채 써는 것도 도와드려야 하고 이리저리 옮기는 것도 도와야 합니다.
마당 한편에 아버지께서 미리 파 놓으신 구덩이에 항아리를 묻고 다 버무려진 김치를 집어넣은 후 뚜껑을 덮고 가마니를 덮으면 바빴던 김장도 얼추 끝이 납니다.
뒷정리가 끝나면 돼지고기를 삶아 부드러운 배춧잎에 버무린 김장 양념과 함께 쌈을 싸 먹었습니다. 고생들 하셨다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베푸는 것이죠.
옛날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양의 김장을 했습니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먹나 걱정될 정도였지만 한겨울 내내 김치는 늘 밥상에 올라오는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마침내 그 많던 김치가 독을 다 비울 때쯤 되면 봄이 다시 찾아옵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갔던 제비도 곧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