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Teacher is a facilitator of learning’

대학에서 유아 교육을 공부하고 있었을 당시 강의 시간 때 가장 크게 깨달은 단어가 있습니다. 그 단어는 바로 ‘TEACHER(교사)=FACILITATOR(조력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TEACH’라는 영어 단어의 뜻은 ‘학생들을 가르치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다’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FACILITATE’ 단어의 뜻은 ‘가능하게[용이하게] 하다’ 입니다. 더 나아가 FACILITATOR의 뜻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조력] 협력자라고 나와 있습니다.

대학생 새내기 시절에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강의를 듣고 교육부가 지향하는 선생의 모습은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가능케 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초임 선생이었을 당시 이렇게 조력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똑똑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스태프 미팅 때 세 살 반 정도의 남자아이(크리스 가명)를 갑자기 나에게 담당하라는 제의를 받았었습니다. 이 아이는 늦둥이의 귀한 아이였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눈살을 찌푸릴 행동들을 해왔었습니다. 예를 들어, 때리거나 꼬집거나, 꼭 한 번씩 울고 집에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던 아이였습니다. 경력 있는 선생님들도 이렇게 한숨을 내쉬게 하는 아이를 맡으라니 알겠다고는 했으나 걱정이 되긴 사실이었습니다.

어찌 됐건 이 아이를 먼저 관찰해야겠다 싶어 노트와 펜을 들고 아이를 졸졸 쫓아다니며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맨 처음으로는 무엇을 할 때 시도조차 안 해보고 포기가 빨랐습니다.

예를 들면, 모래놀이가 끝나면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안 돼서 짜증내는 모습, 물놀이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스스로 수영복을 벗고 널어놓는 곳에 가져다 놓고 옷을 갈아입는데 크리스는 옷을 입혀 달라고 선생님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도움을 지레 구하곤 했었습니다.
크리스의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다른 친구들은 monkey bar(철봉)를 앞으로도 갔다가 뒤로도 갔다가 빨리 왔다 갔다 하는데 겁이 나서 시도조차 안 하는 모습, 집에 갈 때 항상 신발을 두고 가거나 엄마 아빠가 픽업하러 오면 자기 물통과 가방을 챙기지 않는 모습, 아이들과 놀다 마음에 안 들거나 자기 차례인데 싫다며 떼쓰고 꼬집는 모습, 이런 모습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가 하원 할 때면 부모님께 어떤 말씀을 전해드려야 하나 매일 고민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들도 내가 크리스 담당이기에 오늘은 누구를 때렸다 아니면 오늘은 저랬다 하는 이야기를 전해주며 부모님께 잘 이야기를 전해드려 집에서 교육할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하루는 부모님과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크리스는 늦둥이의 귀한 아들이라 미안하고 귀여워서 훈육을 못 하겠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점점 의존증이 심해져서 어떻게 고쳐 나갈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님도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니 크리스가 달라지는 건 다름 아닌 나에게 맡겨 주신 큰 임무처럼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달라져야 할 것을 급급하게 생각하다 보니 내 페이스대로 가르치기 바빴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지, 혹 친구들을 꼬집거나 때리면 이유를 설명해주기보단 “때리는 건 안 되는 거야”라고 까지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좋아질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습득되지도 않았기에 똑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부분을 깨닫고 아이의 페이스에 맞춰 진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히 배워 나가도록 이끌어 줘야겠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몽키 바 같은 경우 바를 잡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에는 몽키 바 박스에 앉아 바 하나를 터치만 하고 무섭다고 내려오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몽키 바 한 바만 터치한 것 만으로 격려해주었습니다.

바를 터치만 해보는 연습을 며칠 몇 주가 지나고 자신감이 생기는 게 눈에 보여 “이제 바 하나를 잡아 볼까?”라는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바 하나를 잡는 연습을 며칠 몇 주를 하다 또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이 보여 “이번엔 다리를 떼고 잡아만 볼까? 레이첼이 잡아 줄게” 하니 흔쾌히 용기를 냈고 처음에는 1초만 딱 잡고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손의 힘을 기르도록 며칠 몇 주를 통해 처음에는 1초만 버틸 수 있었던 걸 점점 연습과 자신감을 얻어 10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크리스 본인이 느끼기에도 대견했는지 매일 부모님께 자랑하듯 보여주었습니다. 또 부모님께도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해 보기를 권유했습니다.

아이의 페이스에 맞게 격려와 기다려 줌으로 부모님도 함께 노력했습니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몇 개월이 지난 후 그다음 단계인 다음 바를 잡아보는 연습으로 나아갔습니다. 또 1년이 지난 후에는 몽키 바를 마스터해 누구보다도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리스에게 본인의 소지품을 챙기는 법을 스스로 배워갈 수 있게끔 도와주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올 때 함께 “가방은 이곳에 두는 것이고 너의 이름은 이렇게 생겼고 이 장소는 오직 너의 가방만 둘 수 있어. 그리고 물 놓는 곳은 여기야!” 하나씩 보여주며 하루하루 함께 연습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올 때도 부모님은 기다리고 아이가 챙겨올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고 아이가 가져올 때까지 집에 가지 않는 부모님의 굳은 의지 또한 보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옷 입는 법, 양말 신는 법을 함께 배워갔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양말을 신을 땐 나도 내 양말을 벗어 신을 준비를 하고 함께 앉아서 신는 법을 수백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또 옷 입을 때도 내 옷을 준비해 팔 구멍으로 팔이 들어가는 법을 알려주었고, 물놀이가 끝난 후에는 어디에다가 두어야 하는지, 수건으로 스스로 몸을 닦는 법을 배우게끔 하나씩 하나씩 크리스는 스스로 습득해 나갔습니다.

또 아이들과 사이좋게 노는 법, 즉, 장난감을 번갈아 가면서 놀고,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책을 읽거나 mat-time 시간 때에 아이들과 나누며 또 집에 가서도 똑같이 부모님께서 알려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울음이 많고 꼬집던 아이가 중요한 독립심을 기르기까지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도 부모님도 함께 노력해왔고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의젓한 5살 아이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아들같이 귀하게 키워온 아이가 졸업식 당시에는 나도 부모님도 울며 “Yes! We did it! (우리가 해냈어!)”를 외쳤습니다.

이 계기로 가르치는 것보다 무엇을 가능케 하는 조력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떠한 선한 영향력을 가져오는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배운 법은 절대 까먹을 수가 없기에 오늘도 맡겨진 아이들에게 스스로 배우게끔 노력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도 우리같이 부족하고 미숙한 자녀들을 가르치실 때도 있지만 조력자로 저희의 성장을 스스로 깨닫게 하시고 터득하게 하십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끝까지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이 저희의 삶과 일 가운데 흘러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