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한국에 간 김에 우리나라에 살 때는 자주 가보지 못했던 전라도 지방을 배낭 하나 달랑 매고 혼자 여행을 했었습니다.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 강진에서 진도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올라타 무심히 창밖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내 눈 앞에는 온통 똑같은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들이 버스 한가득 계셨습니다.
어찌나 재미 있던지 혼자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아마 장날이라 장을 보고 댁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들이 많이 타신 것 같았습니다.
유독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이 사랑하시는 파마머리. 한번 파마를 하면 오랫동안 머리에 신경을 안 써도 되고 일 하실 때 걸리적거리지 않아 모두가 애용하신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쫓아 가본 동네 미장원에서 가스 곤로에 고대기 달군 다음에 미용사 아줌마가 호호 불며 머리를 마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코를 자극하는 파마약 냄새며, 한참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어머니의 머리에서 나는 파마약 냄새는 어머니의 오래된 내음과도 같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