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장명애에게 세례를
주노라!”
“아~멘!”

“아~멘!” 까지는 아주 은혜롭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북극곰만 한 집례자 목사님 두 분의
솥뚜껑만 한 네 손바닥이 어찌나 힘차게
내 머리통을 내리눌렀는지

살짝 물속에 잠겼다가 가뿐히 나오면 되는데
그만, 강바닥까지 내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한강 물속에서 미끄러 넘어진 거지요.

가뜩이나 ‘물!’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내가
미끄러운 한강 바닥에 넘어졌으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온 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누가 건져내지 않은 이상
미끄러운 강바닥에서 나 스스로 일어나 나오기란
나에겐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떡! 하니 버티고 서있는 목사님들의 기둥 같은
다리를 붙잡으려 해도
꼭 감은 눈으로 인해 허공만 휘저을 뿐….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도 없이
목숨 걸고 두 팔로 물 속을 휘어젓다가
하나님의 극적인(?) 은혜로 물 위로
“푸우~하!!”
힘찬 소리와 함께 쑥! 올라왔습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물 밖으로 머리통을 쑥 내밀고는
흠뻑 젖은 머리를 얼마나 세차게 흔들어 댔는지
집례 목사님들의 기름기 흐르는 얼굴에
물벼락을 날렸습니다.

물속에서 미친 짓을 하다가 시신처럼 떠올랐는데
물 밖에 있던 가족과 성도들은 죽었다 살아난 걸
어찌 알았는지 축하한다고 손뼉을 쳐주고
꽃다발까지 안겨줍니다.

나는 온종일 물속에서 사경을 헤맨 것 같은데
고작 그 시간은 10초도 안 되었다니……

그날, 나는 정말 죽었다 살아났습니다.

해마다 부활절이 오면 교회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세례자들과 가족, 그리고 성가대원들을 태우고
한강에서 세례(침례)식을 했습니다.

이곳에서도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한강 대신 가까운 바다에서 세례식을 합니다.

한국에서의 세례는 집례자가 머리를 누르면
물속에 살짝 잠겼다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세례자가 집례자의 한 팔을 두 손으로 잡고.
집례자 한 손은 세례자 머리를 받치고
세례자를 뒤로 넘어뜨려 물속에 잠기게 하는 형식입니다.

뒤로 넘어뜨려 물속에 잠기는 세례!
그러다 집례자가 세례자보다 연약하여
세례자를 놓쳐버리면 그는 완전 물먹는 거죠.

코로나가 시작되기 바로 전 해에
우리가 속해 있는 키위 교단에서 세례식이 있던 날!

키위랑 결혼한 한국 자매가 세례를 받는다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 대신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성도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세례식 순서가 되자
가족들이 나와 세례받는 이를 위해 기도해 주고
맘껏 축복하며 축하해 줍니다.

강단 아래 따뜻하게 데워진 세례 통 속에
집례자와 젊은 청년 세례자가 함께 들어갑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집례자의 손을 따라 뒤로 넘어가야 하는 세례자가
뒤로 안 넘어갑니다.

다시 누릅니다. 또다시 누릅니다.
더욱 뻣뻣하게 힘주어 안 넘어갑니다.

순간적으로 집례자가 확! 뒤로 넘겼습니다.
순간적으로 그는 옛사람은 죽고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물속에서 나오는 청년을 향해 힘찬 박수와 눈물과
축하의 환호성으로 은혜 충만했습니다.

그는 자폐로 인해 힘든 세월을 믿음으로 잘 견디어 온
믿음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날, 우리 모두는 그와 함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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