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육의 3대 축은 가정의 부모, 교회의 교사, 교회의 교역자이다. 이 세 그룹이 팀을 이루어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교회의 교사”에 대해 나누려고 한다. 교회 학교 교사들은 가정에서 부모가 갖는 절대 권위와 독특한 지위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교회 학교 교사들만이 갖는 유리한 위치가 있다. 그것은 부모가 아닌 제3자로서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객관적 권위이다.
교회가 교사로 임명했고 아이들도 한 해 동안 나를 신앙적으로 지도해 줄 분으로 인정하기에 갖게 되는 권위이다. 신앙적 가르침을 부모 외에 다른 존재가 이 같은 권위로 가질 수 있는 존재는 교사와 교역자가 유일하다. 아이들은 집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을 교회 학교에서 보여줄 때가 있다.
부모 앞에서는 그럴듯하게 행동하지만 오히려 신앙의 민낯을 교회 학교에서 보여줄 때가 있다. 혹은 반대로 부모 앞에서는 철부지처럼 굴다 가도 교회 학교에 와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렇기에 가정에서 보지 못한 다음 세대의 다른 측면에서의 모습을 교회 학교 교사들이 보고 교정해 줄 수 있다.
사실 교회 학교 교사들은 다음 세대 신앙 교육에 부모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어린 시절에 만났던 교회 학교 선생님을 통하여 신앙을 갖게 된 아이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교회 학교 사역에서 교사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교역자의 영향력을 넘어설 때가 있다. 필자가 사역했던 군산드림교회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군산드림교회(임만호목사)는 최근 한국 교회 내에 다음 세대 교육으로 유명해진 교회이다. 사실 원래부터 다음 세대 교육을 잘해 왔지만 그 사실이 “아이들이 몰려온다”라는 책을 통해 알려진 것뿐이다.
필자는 뉴질랜드로 오기 전에 군산드림교회에서 초등부, 청년부 사역을 하였다. 책과 소문으로만 듣던 교회에 실제로 부임하여 사역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설마 정말 책대로 하겠어?”라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가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오히려 책보다 더했다. 소문보다 더했다.
보통 교회들이 자기 교회 교세를 부풀리거나 나름의 방식으로 통계를 잡곤 하는데 군사드림교회는 책에서 말한 대로 정확히 그 숫자였다. 장년 1,900여 명과 다음 세대 아이들 1,600여 명, 내가 맡았던 초등부(4,5,6학년)만 실제 출석이 270여 명 정도 되었다. 그 아이들을 위한 교사들이 60여 명이었다.
주일 아침마다 교사 회의를 할 때면 교사 모임방이 그렇게 작지 않음에도 60명이 앉아 있으니 꽉 차서 비좁을 지경이었다. 실제로 교회 학교 교사들만 400명이 넘었다. 각 부서들마다 얼마나 선의의 경쟁이 있는지 서로 열심히 잘하려고 안달에 안달이 났다. 필자가 그동안 보아왔던 각 교회의 교사들 중에 소위 정말 찐 열심을 가진 분들이 있었다. 그런 분들이 각 부서에 몇 명 정도는 있었다. 그분들은 해당 부서를 실제로 이끌어 가는 분이다.
그런데 군산드림교회에는 그런 분들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교역자인 내가 일반 교사들에게 밀릴 정도로 그들의 열정과 열심은 특별하였다.
이 교회는 교회 학교 부장들이 부서 사역 전문가였다. 정말로 안 해 본 사역과 시도가 없을 정도로 그간 계속되어 온 사역의 노하우와 경험들이 가득했다. 연중에도 계속해서 사역을 스스로 개발하는 교회였다.
보통은 교역자들이 주도하거나 특별한 몇 명이 그렇게 하는데 여기는 수많은 교사들이 서로 열심이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주중에도 계속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교육의 접촉점들을 찾아 다녔고 교역자인 나를 불러서 이거 해 보면 어떠하겠냐며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여름 캠프 프로그램을 연중에도 구상하였다.
이런 교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당시 초등부 부장이었던 권사님은 필자가 만나본 교사들 중에서도 특별한 열정이 있는 분이었다. 여기는 교역자의 사역과 교사의 사역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교역자는 말씀과 양육, 훈련 및 기도 등을 담당하고 교사들은 아이들 만나고 사역을 진행하고 담당한다.
그래서 주일 오전 교사 회의 시에도 교역자는 당일 반모임 진행에 관련된 내용과 그 주 설교 내용을 브리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역할지에 대한 것들은 부장이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한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은 사건이 있다. 여름 성경학교를 준비할 때였다. 보통은 성경학교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교회의 지원을 받아 사역을 진행하면 되었다. 그런데 여기는 교사들이 여름 캠프를 위해 몸과 시간만 헌신하는 것이 아니었다.
교사들이 여름 캠프 사역을 위해 재정으로 헌신하였다. 심지어 해당 교역자도 부서에 헌금하면서 사역을 하였다. 필자는 이런 교회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였다. 교사들 전원과 교역자가 부서에 헌금하면서 여름 캠프를 진행했다.
교회의 지원도 있지만 더 많은 사역과 더 질 높은 사역을 위하여 스스로 자기들끼리 재정으로 헌신하며 사역하였다. 그중에서도 부장 교사는 물질적 헌신에도 특별하였다.
당시에 아이들에게 도미노 게임을 체험시켜 주고 싶어 했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부장 교사는 이것을 위해 교회에 칫솔을 가져다 팔기 시작하였다. 자체 바자회를 한 것이었다.
교회 내에 맺어진 인맥을 찾아가 무슨 나노 칫솔인가를 열심히 팔았다. “목사님, 칫솔 많이 팔아서 우리 아이들에게 재밌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요.” 이렇게 하였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또한 하나님께서도 은혜를 주셨는지 칫솔 팔고 난 수익금이 200만 원이 넘었다.
“목사님, 너무 감사해요.” 뛸 듯이 기뻐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더니 부장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제가 너무 열심히 팔았나 봐요. 업체에서 군산에 지부를 내자고 연락이 왔어요. 사업을 하자고 하네요.”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는가? 전북대학교 치과 대학에서 특허를 내서 팔고 있는 칫솔이었는데 당시에 잘 안 팔렸나 보다. 그런데 열심 있는 부장 교사가 아이들 여름 캠프를 위해 발 벗고 나서자 엄청난 매출이 생겼고 이를 알지 못한 회사는 지점을 내자고 진지하게 물어온 것이었다.
또다시 며칠 후 부장 교사가 말했다. “목사님, 기도해 보았는데 이거는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 사역을 해야지, 이걸로 돈 벌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해 수 백명의 아이들과 함께 여름 캠프를 잘 마치고 결산할 날이 되었다. 캠프 후 사역 보고를 준비하는데 회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역을 하고 돈이 남아 버렸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거기서 처음 했었다.
보통은 교회 재정이 부족하다고 못 한다고 하거나, 교회 재정을 넉넉히 주면 그냥 감사하며 사역을 하지, 이렇게 넉넉지도 않은 재정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사역을 해 놓고는 오히려 돈이 남아서 교회에 남은 돈을 다시 입금하는 것이 충격이었다.
이렇게 충격을 받고 있는 중에 더 놀라웠던 일은 우리 부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름 캠프를 했는데 모든 부서들이 오히려 돈이 남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러니 교회학교 교사들의 헌신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열정과 헌신은 교회에서 사례비 받고 일하는 교역자가 민망할 정도로 열심을 낸다.
매주 60명의 교사들과 회의를 할 때도 해당 교사들이 자원하여 자기가 생일이라며 간식을 쏜다. 무슨 이유를 삼아서라도 서로 부서를 위해 헌신한다. 여름 캠프 때 휴가를 내려고 기도 부탁을 하고,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감사하다고 간증한다.
매달 한 번씩 교사 기도회도 부서마다 따로 있다. 그들은 이렇게 오전 일찍 교회 나와 교사로 헌신하고 곧바로 주일 대예배에 참석하고, 주중에는 목장 모임으로 교제하며, 교회 구석구석을 섬기는 분들이었다.
이 외에도 교사들의 전도하는 열정과 무디반 교사 제도(연초에 반 아이를 배정 받지 않고 시작, 오직 전도만으로 반을 부흥 배가시키는 제도) 등은 다음 세대 아이들을 향한 교사들의 특별한 열정을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다음 세대 신앙 교육을 위해 교회 학교 교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