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겨울 추위는 정말 매서웠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어 바람을 막지 못하니 그렇고 더구나 언덕 위에 위치한 달동네는 밑에서부터 몰아치는 바람에 더욱 추었습니다.
전봇대에서는 윙윙하는 전선 우는소리를 내고 땅은 꽝꽝 얼어붙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지요. 콧등이며 볼때기가 얼어 아이들의 뺨은 항상 빨갛고 귀는 떨어져 나갈 것 같았습니다. 또한 콧물은 늘 달고 살았습니다.
동네 아래 너른 공터에는 이런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선을 파는 할머니, 굴뚝 청소부 아저씨, 군고구마 장사, 갓난아이를 업은 채 떡 파는 아줌마 등 오늘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내가 연탄을 사 오는 당번입니다. 연탄가게에서 집까지는 한참을 올라가야 합니다.
얼은 손이 곱아 새끼줄을 놓쳐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어릴 적 철모를 때는 왜 연탄을 한꺼번에 많이 사지 않고 꼭 한 두 장씩만 사는지 늘 불만이었습니다.
생전에 어머니는 연탄을 헛간 가득 채워놓고 겨울을 나는 게 소원이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