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미친 여자> 거리 공연

“어머, 어머 어머! 죄송해요!
제 친군줄 알고……”

복잡한 명동거리를 사람들과 부딪히고 부대끼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왕수다를 떨며 신나게 걷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손을 잡고,
때로는 팔짱을 끼고,
때로는 어깨동무를 하며
부대끼는 군중 속의 황홀함을 누리며

명동거리를 그렇게 활보하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참을 가고 있더랬습니다.

친구의 보드라운 따뜻한 손을 잡고
침튀기는 수다를 떨며 한참 가다가
언듯 보이는 친구의 옆모습이
갑자기 낯설어 보입니다.

“엉?”

낯설어 보이는 친구를 가만히 보니
내 친구는 어데로 가고
낯선 레이디가 고개를 갸웃한 채
날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말입니다.

“어머, 어머 어머! 누구세요?”
“헐! 내가 묻고 싶네요. 누구세요?”

어디서부터 나에게 손이 잡혀
따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황당해 하는 레이디가 묻습니다.

“저 아세요?”
“아아 아니요. 처처 처음 뵈뵈 뵙는 분인데요.”

갑자기 말이 더듬어 집니다

“그쵸? 우리 모르는 사이죠? 갑자기 제 손을 잡고
막 가길래 저는 내가 아는 분인가 하고 따라왔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안 나서
지금 계속 누구지? 누구지? 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죄송해요. 제 친군줄 알고……”

살다 보면 별일도 많다지만
갑자기 지나가던 처음 본 여자가
자기 손을 다정히 잡고 끌고(?) 갔으니
손을 잡은 여자 보다 손을 잡힌 another 레이디가
얼마나 기가 막혔겠습니까?

“너 아는 사람 아냐?”

뒤따라오던 친구가 나서면서
사건이 정리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러 저리 길을 뚫고 가다가
옆에 있는 친구 손을 잡는다는 것이
바로 옆을 지나던 모르는 레이디 손을 잡게 되었고,

뒤따라 오던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워서 손잡고 간다 생각하고
말없이 뒤를 따라오고,

나에게 손이 잡힌 레이디는
아는 사람인가? 생각하며 맥없이 따라오고,

나는 당연히 내 친구겠거니 하고
다정히 손을 잡고 끌고 왔으니

이 세 레이디가 이 상황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웃기던지
명동 한복판에서 배꼽을 쥐고 눈물을 흘리며
박장대소 웃어댔더니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딱 세 명인 <미친 여자>
거리 공연하는 줄 알고 말입니다.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린아이 손잡고 갔으면 유괴범이 될 뻔하고,
남의 남자 손잡고 갔으면 따귀 맞을 뻔하고,
보이지 않는 주님 손잡고 갔으면
허공을 휘휘 저으며 완전 돈 여자가 될 뻔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은 정신 차려 남의 손은 절대 잡지 않습니다.

오직 그 분!

내가 아버지라 부르는 그분 손만 잡고 갑니다.

왜냐하면,
“내 시대가 그분 손에 있기 때문입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