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섬김의 순종으로 얻을 기쁨의 선물이 있기에 견디길

피조아가 무성히 열린 달을 맞이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물 주고 애정으로 키웠던 피조아 나무는 많은 열매를 맺었고 아이들과 밖에 둘러앉아 간식으로 피조아를 수저로 많이 퍼먹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처음 먹어 본 과일이었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아하는 과일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아이들이 “레이첼, 피조아 타임!”을 외치며 산처럼 쌓아 놓고 먹는 것을 보며 피조아를 반으로 갈라주는 제가 오히려 배부르고 뿌듯했습니다.

피조아가 너무 맛있어 엄마 아빠와 나눠 먹고 싶은 아이들은 몰래 가방에 넣어 놓곤 했습니다. 이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더 가져가라며 손에 쥐여주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뉴질랜드 유아교육은 자연을 중요시합니다. 또, 자연을 돌보는 것이 한 사회 구성원의 책임임을 강조합니다. 이번 한 달간은 아이들과 가드닝을 많이 했습니다. 당근, 고구마, bok choy, 기타 등등 심고 거름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잘 돌보는 책임감을 길러주며 “우리가 심은 곳은 들어가면 안 돼. 발로 밟아서도 안 돼. 피조아 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까지 아직 어린 피조아는 따면 안 돼” mat-time 때 항상 강조하며 톡톡히 일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사랑과 정성을 들여 기다렸던 피조아를 먹는 모습을 보며 자연과 함께 뉴질랜드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하나님이 주신 특권과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까지, 식물이 자랄 때까지, 정성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들의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며 바뀔 때까지 사랑의 관심과 기다리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기다림의 선물에 대해 담아보려 합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후에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닌 자폐아 남자아이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올리브(가명)를 맨 처음 만났을 땐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매일같이 울며 한 손에는 애착 인형을, 다른 한 손에는 가족사진을 들고 다니며 하루 온종일 inside 룸에서 뱅뱅 돌아다녔습니다.

부모님의 간절한 바램은 올리브가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뛰노는 것이었습니다. 뉴질랜드 유아교육이 강조하는 부분은 부모님과의 share power입니다. 그 뜻은 함께 아이를 교육해가는 책임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올리브 부모님의 간절한 바램은 곧 내 바램이 되는 것입니다. 올리브에게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 이름을 많이 불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내게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부터는 내 이름을 말해 주었습니다. “올리브, 레이첼”. 하루 종일 올리브 레이첼을 외치며 다녔고 집에서도 그렇다고 부모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그런 다음에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거나 위협을 느낄 때마다 내게 달려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 다음엔 안아주었습니다. 틈틈이 이름을 부르며 안아주었더니 이제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안아줍니다. 조금씩 안정성과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올리브, outside” 간단하게 알려주며 밖으로 나가 놀자고 초대했습니다. 그러더니 올리브가 드디어 용기를 내서 밖에 나왔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박수를 쳐주자 올리브가 신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천천히 바깥에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바깥놀이를 너무 좋아하며 노래를 신나게 틀어 놓고 춤추며 놀기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며 신이나 노는 모습을 보며 내겐 기다림의 선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올리브 부모님이 걱정을 한시름 놓고 너무 좋아하며 이제는 새로운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오히려 위로해주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다음에 올리브에게 하면 안 되는 것과 기다리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간단한 단어와 문장으로 “no thank you. Stay. Wait please.”를 반복하며 선생님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들어가면 안 될 것을 두 눈을 보고 일러주었습니다.

맨 처음 몇 번 정도는 말을 안 듣고 거부했지만 어느 순간 내 말을 듣고 하던 것을 멈추고 기다렸습니다. 또 올리브에게 자기가 놀았던 장난감을 치우는 법과 도와주는 법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 “올리브, help please.” 하면서 반복학습을 통해 치우는 것도, 도와주는 것도 많이 연습했습니다. 반복 학습을 통해 올리브가 인식을 하게 되었고 자기가 논 것, 자기가 먹은 그릇은 혼자 스스로 치울 수 있었습니다.

올리브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정성과 반복학습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뜻깊고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올리브가 눈을 마주치게 되었고 이제 나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고 멀리서 나에게 달려오며 안아줄 때는 그 어떤 힘듦도 씻겨 내려가는 경험을 합니다. 기다리는 선물은 감동이 있고 진합니다.

최근에 어떤 한 글을 읽었습니다. 부정적인 것은 빨리 퍼지고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치지만 긍정적인 것은 시간이 걸리고 늦게 알아차리지만 결코 진하게 남는다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무에 열매가 맺히는 게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나중에 꿀같이 단 선물을 받는 것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 결코 힘든 일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보통 장애아를 볼 때 덜 기대하는 모습, 포기하는 모습, 봐주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나는 올리브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더 기대하는 모습 봐주는 것보다 잘 커가도록 똑같이 다른 아이들처럼 가르치고 평등하게 대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직접 달라지는 모습을 경험했고,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올리브가 증명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교회에서만 하는 섬김-주일 학교 교사, 찬양팀, 목자처럼 표면적인 섬김-이 아니라 구체적인 섬김의 자리에 있음을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이 곧 나의 현실적인 섬김임을 기억하게 되며 구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성장시키고 계신 것 같습니다.

기다림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힘듭니다. 또 결과를 모르면 더 힘듭니다. 그렇기에 믿음을 단련시키기에 제일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묵묵히 인내하며 기대하며 순종함으로 기다리는 것. 예수님께서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것.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의 부르짖음에도 외면하셨어야 했던 것. 그것은 우리에게 기다림의 선물처럼 구원을 얻었습니다.

우리에게 기다림의 선물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때에 따라 공급하시고 인도하시고 말로 표현 못 할 기쁨의 선물을 안겨주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께 참 섬김의 순종과 기다림 끝에 기쁨의 선물이 있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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