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종교적 특성을 띠고 있는 북한사회

주체사상과 ‘김일성 수령’에 대한 숭배의식으로 획일화되어 있는 북한 사회가 일종의 종교적 특성을 띠고 있다는 주장은 최근 들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 양태와 가치관이 기독교의 종교 양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은 방북자나 탈북민들을 통해 지적되어 왔다.

주체사상이 종교적 차원으로 발전하는 계기는 ‘수령론’이 대두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주체사상이 종교적 신앙으로 심화된 것은 바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 완성되면서부터 이다.

인간의 생명을 육체적 생명과 사회정치적 생명으로 구분하여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은 주체사상이 종교로 발전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수령관과 주체 철학,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출현으로 이어지면서 주체사상 이데올로기는 종교적 신앙으로 진화하였다.

수령관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주체사상은 1986년 7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으로 발전되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란 인간사회를 살아있는 생물유기체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것으로, 북한 사회는 수령과 노동당, 인민 대중이 하나가 되는 일사불란한 조직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수령은 생물유기체의 두뇌(뇌수)에 해당하며 노동당은 심장(혈관)이고 인민 대중은 몸의 각 부분에 해당한다.

한 개인은 죽으면 육체적 생명은 없어지지만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정치적 생명은 영원히 살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회정치적 생명체에서는 인민의 모든 행동을 지시하는 뇌수가 가장 중요하다. 뇌수(수령)없이는 생명체가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김일성‧김정일에 충성하는 수령관과 집단주의 사회조직 원리를 이론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남한에 들어와 살고 있는 탈북민들은 북한 사회를 떠나본 이후에야 비로소 북한 사회가 강한 종교성을 지니고 있음을 체험한다. 탈북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김일성이란 이름을 ‘위대한 수령님’이라는 수식어 없이 사용하는 데 많은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탈북민 가운데는 ‘나는 죽을 때까지 김일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북한체제에 환멸을 느껴 전향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의 신적 권위로부터 벗어나는데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이 필요한 것을 볼 때 김일성은 북한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유일신으로 각인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양태와 가치관은 여러 종교 가운데서도 기독교의 종교 양식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의 김일성주의와 주체사상의 종교적 특징을 기독교와 비교하여 설명하려는 시도는 방북자나 탈북민들을 통해 자주 있어 왔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의 경우 김일성이 인민으로부터 충성과 찬양을 받는 절대자이며 ‘한울님’ 혹은 ‘하느님’으로 추앙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북한은 더 이상 평범한 사회가 아니라 종교사회이며 외형적으로 드러난 북한 주민들의 조직적 일상생활은 기독교인의 종교 생활과 흡사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공동체 의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주체사상 종교체험
주체사상과 김일성에 대한 경배적인 종교적 체험은 북한사람들의 다양한 행위규범과 공동체 의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주민들은 평상시에도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각 가정이나 직장에서 가장 좋고 깨끗한 방에 부착하고 사진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보관하며, 김일성과 관련된 행적과 건물, 동상, 초상화 등 모든 것들을 성스럽게 다룬다.

매일 이른 새벽 김일성 동상에 나가 참배와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에는 초상화 아래 꽃병에 생화를 꽂고 그 앞에서 온 가족이 절을 올리며, 정월 초하루와 같은 새해 첫날에는 세배를 올리고 찬양의 노래를 부르는 예식을 갖는다.

기독교에서도 현대 신학자들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을 ‘절대적인 미래’ 혹은 ‘실존의 궁극적 근원과 방향’ 등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현대 신학자들은 전통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범신론을 주장하거나 혹은 기존의 신학은 신화에 불과하다며 하나님의 존재를 실존주의적으로 해석한다. 특히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은 인간의 개인적 구원 외에 사회적 구원을 더욱 강조하게 되고 인간의 신비적이고 내세적인 구원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정치적•경제적 구원을 부각시킴으로써 하나님은 현실 사회와 민중의 구원을 실현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보수기독교 신학이 주장하는 하나님이 아닌 현세적 천국의 실현과 사회구원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대신학의 신관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즉 주체사상은 사회구원을 강조하고 내세가 아닌 현실 세계를 해석하는 실천적 종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체사상이 신봉하는 신은 공산주의라는 절대적 미래이며 역사적•과학적 필연으로서 도래할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주체사상은 신론에 있어서 자유주의 현대신학의 교리 양식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주체사상 교리(기독교 교리와 비교, 신론)
*유물론적 가치관과 진화론에 뿌리를 둔다.

*인간의 경험적 영역을 초월하는 추상적인 신의 개념을 거부한다.

*김일성을 신적 숭배의 대상으로 한다.

*공산주의의 도래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형이상학적 하나님의 영역을 차지한다.

*형이상학적인 하나님이 인간으로 성육신함으로써(예수 그리스도) 보이는 하나님으로 환원되었듯이 김일성은 공산주의라는 절대적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중재자이면서 동시에 신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보이지 않는’ 김일성에 대해 점차 기독교의 하나님과 같은 존재로 주체사상의 신학이론을 발전시킨다.

*김정일에 대해 ‘아버지의 아들’로서 정통성과 신성을 강조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구약성서에 나타난 하나님과 인간과의 언약을 계승하고 성취하는 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했듯이, 김정일은 김일성의 위업을 계승하고 성취하는 사람으로 신적인 권위를 부여한다.

*북한이 김일성 유일사상을 만들고 이것을 ‘10대 원칙’으로 명문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유일한 신으로 섬겨야 하며 이를 십계명으로 명문화한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기독교인들에게 십계명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며 신앙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을 명시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규제하는 것은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며 모든 언행은 이 10대 원칙에 근거하여 평가한다.

*주체사상과 김일성의 존재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김일성(혹은 김정일)이라는 유일신은 기독교보다 더 엄격한 행동규율을 요구하며 신으로서 절대성을 유지한다.

주체사상 교리(기독교 교리와 비교, 인간론)
*주체사상은 사람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로 보거나 혹은 사회적 구성요소와 결합구조의 특수성으로 보지 않고 의식성을 가진 독특한 존재로 간주한다.

*사람을 물질과 의식으로 구분하지 않고 두 요소를 동시에 지닌 총체적 실체로 파악한다.

*이러한 탈유물론적 인간관은 최근에 발전된 이론으로 북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실제 가치관은 세대에 따라 주체사상 이론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주체사상 교리(기독교 교리와 비교, 기독론)
*기독교의 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요청되듯이 주체사상의 교리에서도 수령의 존재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다.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인민의 역량을 통일적으로 지도할 수령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령이 주체사상에서 하나님과 같은 절대적 지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주체사상은 ‘수령교’로 통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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