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심플하게 세 글자!

“엎드려! 기다려! 스톱!”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딸아이가 선물로 받은 4개월 된 강아지라는데
몸통은 어른 몸통만 합니다.
비주얼은 절대 강아지가 아니라 갓난 송아지입니다.

다 크면 30kg가 넘는다 하니 졸지에 송아지만한
개 한 마리를 키워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지 뭡니까?
머리통부터 발끝까지 거의 까맣습니다.

성격이 좋은 건지, 철이 없는 건지
아무나 보면 펄쩍펄쩍 뛰며 좋아라 합니다.
도둑이 와도 ‘뉘시유?’ 넘 반가워 펄쩍펄쩍 뛸 놈입니다.

잠시 머물다 다른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우리 집 고양이 두부를 쫓아다니다가
그만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하는 통에
본의 아니게 우리 집에 더 살게 되었지요.

복덩이가 들어 와도 시원찮은 판에
돈 덩이가 들어온 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름은 마오리 말로 ‘AWA’라 지었습니다.
뜻은 ‘강’이랍니다.
때때로 “강!” 하고 부르면 이놈이 못 알아듣습니다.

“멍청한 놈! 한국말도 모르네!”

4개월 된 아와를 주인 되신(?) 딸이
공평하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훈련을 시킵니다.
영어를 훨씬 잘 알아 듣는 것 같아 괘씸하기도 합니다.

영어로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리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그대로 있어 하면 그대로 있고,
돌라고 하면 한 바퀴 휙 돌고…
등등… 많습니다.

몇 달이 지나 덩치도 커지고 무게도 많이 나가자
아침저녁 두 끼만 밥을 주랍니다.
늘 배고파 허덕이는 것 같아 주인 몰래 간식도 더 주고
밥도 슬쩍슬쩍 더 줍니다.
그래서인지 그 녀석이 나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런데 참 기특한 건 밥 먹을 때나 간식 먹을 때입니다.

주인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만
밥을 먹을 수 있게 훈련을 시켰기 때문에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 놓고
“wait!” 하면
밥그릇은 절대 쳐다보지 않고 밥 준 사람의
오케이 사인만을 기다립니다.

얼마나 얼른 먹고 싶겠습니까마는
절대로 허락 없이는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밥그릇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오직 오더 내릴 사람만 쳐다봅니다.

때로는 내가 일부러 딴 일을 하는 척 돌아다니며
흘끗 쳐다보면 밥그릇이 아닌
죽어라~ 나만 바라보며
내가 가는 곳 오는 곳 고개 돌리기 바쁩니다.

“아이구, 아와야! 밥 먹어! 배고프지? 쏘리~
그래그래, 언능 먹어! 많이 먹어라~ 배고프겠다!”

그래도 안 먹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말이 어려워서 못 알아들어서입니다.

지 주인은 “오케이~~” 세 글자 심플했는데
나는 궁시렁궁시렁 이렇게 저렇게 말이 많으니
뭔 말인지 못 알아듣고 멀뚱멀뚱
“OK!”라는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오, 주여! 저는 저 개만도 못하네요.
저는 하나님의 오케이 사인 없어도 내 맘대로 하는데…
그리고 나는 내 밥그릇만 쳐다보는데…”

그러게요……
제사에는 관심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다더니
주시는 하나님은 바라보지 않고
오직 내 밥그릇만 죽어라 쳐다보고 앉아 있으니
저 개만도 못한 거 아니겠나 싶습니다.

그래도 하나님! 사인 좀 자주 주실 순 없으신지요?
아주 심플하게 세! 글! 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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