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판된 ‘바에니 쑤웅아’는 솔로몬 제도 원주민들이 저자인 이 여호수아 선교사에게 지어 준 이름으로 ‘꽈이오 부족의 거룩한 희생’이라는 뜻이다. 생사를 가르는 거친 파도를 넘어 남태평양 미전도 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하나님의 카누’에 올라탄 저자와 남태평양 원주민 사역자들의 희생을 통한 좌충우돌 선교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필자와 함께 2010년 4월부터 한 달 동안 남태평양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선교사역 현장을 취재한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이 책은 제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기초 골조 공사를 했고, 그 위에 이 선교사님이 그동안 쏟은 땀과 눈물과 탄식과 감사 거리를 정직하게 쌓아 올리신 것입니다.”
“한 군데 한 군데 둘러볼 때마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 교회를 세우려면 자기 목숨을 담보로 내놓아야 할 만큼 위험한 지경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조그마한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험한 파도를 타고 거친 늪지대를 헤치고 가야 합니다. 깨진 거울 조각처럼 날카로운 바위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는 산을 오르내리고, 악어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물을 몇 번이나 건너야 합니다.
식인 문화가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야생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원주민들이 정글용 칼을 곧추세우고는 복음의 길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안전을 절대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순간의 연속입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부딪쳐서 몸 곳곳이 망가지고, 무더위와 말라리아의 공격을 받아 쓰러지고, 배고픔과 외로움에 부들부들 떨어야 합니다.
배신과 질투, 오해와 미움의 물살은 단 한 순간도 그치지 않습니다. 죽을 고생을 해서 간신히 다다른 곳에 머물면서 현지 사역자를 격려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 다음 돌아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려오는 소식은, 사역자가 하나님 품을 떠나 세상으로 돌아갔다는 것, 예배당을 짓기 위해서 애써 장만한 물품을 훔쳐 사라졌다는 것, 자기 공만 자랑하고 남을 질투하고 이간질하다가 결국 갈라섰다는 것, 이처럼 가슴 무너져 내리게 만드는 이야기들입니다.
복음의 능력은 우리의 약함과 부족함과 무지를 뛰어넘어서 자신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확고한 의식과 치밀한 전략 이전에 복음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배웠습니다. 이 여호수아 선교사는 아마 그런 의식을 하지 않고 ‘복음만’ 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뿌린 희생의 씨앗을 잘 자라게 하셔서 화해와 용서와 회복의 열매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 인생의 이정표는 오직 성령님
이 책은 1부 3장, 나는 약하나 그분은 강하시니(꽈이오 부족 사역). 2부 2장, 와서 남태평양을 도우라(날지 못하는 섬 뉴칼레도니아 사역). 3부 2장, 이것이 나의 대답입니다(오클랜드 교회와 피지 사역). 4부 3장, 사단은 불화를, 복음은 화해를(솔로몬 사역).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솔로몬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야생적인 부족으로 악명 높은 꽈이오(Kill You 너를 죽이겠다) 부족에게 꽈이망에니요(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지정해 주어 전투적으로 살아왔던 그들이 복음의 능력으로 회복되어 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름도 없고 빛도 없는 멜라네시아 복음 전사들의 힘찬 외침이 내 귓전에 들려온다.
환태평양복음교회는 섬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을 위한 교회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고향 섬나라와 태평양을 위한 교회이기도 하다.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는 선교지에서 필요로 하는 선교를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교회가 선교지의 소리를 듣기보다 우리의 소리를 선교지에 전달해 왔다. 하지만 현장으로 들어가 그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열매를 보기까지 사역자들의 거룩한 희생
“바누아투에서 뿌린 애매한 씨앗의 싹이 말없이 자라나 10년이 지난 후 이웃 나라 카낙의 뉴갈레도니아에서 열매를 맺힌 것이다. 이 얼마나 특별한 섭리인가? 그렇다! 바누아투, 뉴칼레도니아, 태평양은 세상의 지도로 보면 국경이 나뉜 각기 다른 지경이지만,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는 하나뿐인 밭이요 같은 지경이었다. 이를 온전히 깨닫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복음의 씨앗은 당장 눈에 결실이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어디선가 뿌려 놓은 씨앗의 열매가 말없이 맺히고 있을 테니까”
남태평양 원주민 선교 사역에는 네 가지 적이 있다. ‘4L’ 즉 거짓말(Lie), 게으름(Laziness), 지각(Lateness), 음란(Lust)이다. 지각은 게으름과 연결되어 있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그 시간에 도착해야 하는데, 도착해야 할 시간쯤에 출발한다. 우리는 답답한 지경이지만, 그 사람은 그걸 못 느낀다. 때로는 그걸 멈추려고 거짓말도 한다.
이 네 가지가 남태평양 선교에서 큰 적이다. 사역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오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매우 위험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복음에 있다.
작은 배를 타고 남태평양의 파도를 맞으면서 복음을 전하러 다니듯이, 교회 안에서도 이처럼 낙심과 좌절, 희망과 기대의 다양한 파도를 맞으면서 목회한다. 하루하루 지낼 때는 제자리를 끝없이 맴도는 것 같은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어느새 이만큼 와 있다. 노 저을 힘이 없어서 기진맥진 주저앉아 있는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가 탄 배를 조용히 밀어주고 계신다.
뉴질랜드 외에 피지, 솔로몬 등 여러 섬나라에서 싸우고 있는 25명의 사역자가 험준한 남태평양의 높은 파도를 넘나들면서 헌신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께서 은밀히 그들의 등을 밀어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사건을 자주 겪기에 마음에 불 필요한 욕심을 바라고 겸허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하나님의 뜻에 더욱 민감해지고, 성령님께 의지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 믿음이 있어서 오늘도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첫 번째 순교자 피또오는 2004년 부활절에 부족 경계 산악에서, 두 번째 순교자 조셉은 2009년 3월 아레아레 바다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 옛날 우리 조국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피 흘림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빚을 언제나 다 갚으려나 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태평양의 파도를 넘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 길을 간다.
복음의 길이 아름다운 것은 그 길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거룩한 산 제사이기 때문이다. 산 제사는 곧 희생이고 희생은 순종의 열매이다. 오늘도 피지에는 레와 강이 흐른다. 솔로몬의 라이아이 강도 흐른다. 우리나라 양화진 아래 강으로 흐르던 순교의 피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태평양에서는 선교의 무명 용사들이 귀중한 피를 여전히 흘리고 있다. 이들의 피는 이 시대에 기독교가 흘려야 할 피다.
“아무리 어려웠어도 보람 하나로 위로받았다. ‘무슨 일을 겪었느냐보다 무슨 일을 하였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의 상황 속에서도 지금도 선교지에서 거룩한 희생을 하는 선교사들에게 동일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바에니 쑤웅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