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풀잎에 맺힌 보석

어젯밤에 꿈을 꾸었나 봐 /영롱한 구슬이 굴러오는 그런./ 해맑은 아침 창문을 여니 / 소리도 없이 사락사락 내려앉은 풀밭에 / 이슬방울이/ 꽃잎을 머금은 구슬이 되었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이크로의 세계를 카메라로 담아 컴퓨터에 올려놓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맛에 찍는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보석도 이와 같이 반짝일 수는 없다.

이슬 내린 아침이면 카메라 들고 가든에 나가 해님이 이슬방울을 걷어 갈 때까지 풀밭에서 아침 이슬과 함께 꼬무락거리며 논다. 그렇지만 마음은 즐거운데 생각보다 몸은 그리 즐거워하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자연적으로 풀잎에 내린 딱 맘에 드는 이슬방울을 찾아야 하고, 배 깔고 엎드릴 수도 없으니 쪼그리고 웅크리고 앉아 온몸을 한껏 비틀어야 한다. 슈팅 순간에는 숨소리조차 흔들리는 요인이 된다.

포커스는 정밀 수동 조절이 효과적이라 한동안 작업하고 나면 눈이 피로하여 이슬방울이 두 개로 보였다 세 개로 보였다 한다. 정신 사나울 땐 집중이 안 돼 다다닥 연속 발사로‘하나만 걸려다오’ 해보지만 당연히 제대로 된 게 나올 리 없다.

햇살이 강해지기 시작하면 이런 보석들을 빼앗기게 되니 해가 저만치 올라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글리세린 혼합 물을 분무기로 뿜어 작업한다’고도 하는데 밤사이에 하나님께서 풀잎에 내려 주신 이슬의 오묘함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나는 힘들어도 하나님 표 이슬방울을 고집한다. 풀잎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어떤 건 이슬방울이 또로록 굴러떨어져 버리는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해님이 가져가실 때까지 가벼운 충격이 있어도 마냥 붙어있다.

맘에 드는 이슬방울을 찾다 보면 별 희한한 것도 다 있다. 거꾸로 매달린 놈, 꼭 끝자락에 매달리기를 즐겨하는 놈, 무리를 지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놈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같은 품종의 풀잎이라도 밤사이 내린 이슬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또 날마다 이슬이 맺히는 것은 아니다.

밤사이 기온이 적당하고 구름 없고 바람 없는 날 아침이라야 내가 원하는 모양의 이슬을 맞이한다. 이슬방울에 나뭇가지 사이로 한줄기 아침 햇살이라도 비춰지게 되면 쨍하고 빛이 반사해오는데 그럴 때면 심장이 멎는 것 같다. 황홀경이다.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 도다.”(시편 1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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