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첫 한국인 친구 되어주기

리커넥트는 대략 2년 전부터 라누이 도서관에서 어린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가 끝나고 부모님이 퇴근하길 기다리는 동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간식을 먹이고 교육적인 놀이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Pacific Island 쪽 출신이고 참 순수한 어린이들이다. 자기 고집을 부리고 욕심을 내며 화내고 싸우기도 하고, 언행이 과격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널 사랑하려 하며, 널 인정해 주고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는 진심이 전해지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우리를 받아준다.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말을 들어주고 어느 때부터는 달려와서 안기는 아이들도 있으며, 이제 봉사자 중 누군가 한 주 빠지면 어디 갔냐고 찾는 아이들도 있다. 서로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관계 속에서 라누이 어린이 방과 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나며 자아가 형성될 때 크게 영향을 받는 순간들이 있다. 이 방과 후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있어선 훗날 되돌아봤을 때 사랑 받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가족이 아닌 외부인, 그것도 평소에 잘 마주치지 못하던 아시안들,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삶에 남긴 흔적이 사랑이길 소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아는 한국 문화가 K-Pop이고 방탄소년단이라고 한다.

그런 연예인들이 아닌 평범한 한국인들로서 그 아이들의 삶에 들어간다. 생각해 보니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렇게 친해진 한국인들은 우리가 처음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심어진 한국인들을 향한 첫인상이 우리에게 달렸다 싶기도 하다.

우리도 아이들을 만나면서 모르는 게 참 많았다는 것을 알아간다. 어느 날 간식으로 참치김밥을 준비했는데 몇몇 아이들은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거라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스시가 나름 고급 음식으로 통해서 그런지 우리에겐 그냥 평범한 김밥이 아이들에겐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스시가 되었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눌수록 정말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본다.

건강한 가정에서 잘 배우며 자라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에 깨어진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있다. 아직 본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는 것 같았다. 자라나는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놓치는 기회들이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밥부터 시작해서 위생교육까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것들을 제공하면서 그 아이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길 바라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라누이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고 아이들의 인식 또한 개선되고 있음을 본다. 사랑을 줄 때 다시 사랑을 받음을 느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아이들의 아시안들을 향한 편견이 깨어지고 훗날 자신들이 사랑 받은 것을 떠올려 다시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자라난다면 이 프로그램은 정말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매번 씨 뿌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리커넥트의 대상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기 원하는 사람들 모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사람이 더욱더 필요한 자리이다.

매주 화, 목 오후 3시 반부터 5시까지 아이들과 만나서 노는 장을 준비해놨기에 마음 있으신 모든 분을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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